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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라의 어른이 Mar 26. 2022

스포츠 경기를 다른 방식으로 관전하는 방법

스타플레이어 주변을 맴도는 평범한 우리의 모습 찾기

얼마 전 모 방송국 다큐멘터리를 보던 중 국내 유수의 여자농구팀의 3일간의 일정을 쫒아서 구성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겨울철 실내 스포츠 중 배구와 함께 농구 경기는 꽤 인기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농구의 경우는 남자 경기가,  반대로 배구는 여자 경기가 더 관심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농구 경기에 최근 부쩍 관심이 가게 되는 계기가 생겼다.  대개 출신 지역이나 학교, 혹은 프로구단을 운영하는 기업과의 연고 등 조금이라도 자신과의 관련성을 가진 팀을 응원하며, 동시에 그 팀에서 맘에 드는 스타플레이어급 선수를 응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번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해당 팀의 몇 선수를 눈여겨보면서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기로 했다.    방송에 출연한 해당농구팀은 국내 여자농구의 최정상팀으로 몇 시즌째 정상을 달리고 있는 중이다. 그에 걸맞게 역시 대형 스타인 국내 최장신 센터와 다재다능한 백업 플레이어 여럿이 활동하고 있다.  두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의 연승이 이어지고 있어서 이 팀이 출전하는 경기는 그런 면에서 오히려 긴장감이 떨어진다.   


 에이스급 선수들의 신장은 대부분 180cm 이상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강력한 몸놀림을 보이는 등 경기에 도움이 되는 역량을 가진 선수들은 항상 주목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정상급 선수의 주변에는 매 순간 주전 선수로 선택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인 지극히 평범한 선수들이 여럿 있었다.  특히 여자 스포츠 스타는 남자 선수 대비 외모? 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은데, 그녀들은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인상을 가지고 있어서 오히려 더 친근감이 들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신장 172cm의 비교적 단신(나와 비교하면 무척 듬직하지만^^ )으로 자신의 약점을 팀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역할을 자임하는 A선수를 몇 번 인터뷰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기 위해 경기에 투입되는 기회가 있으면 이를 악물고 혼신의 힘을 다하려 했다.  그의 현재 목표는 팀의 주전이라 하고,  조심스레 국가대표가 되는 비밀스러운 꿈도 살짝 비추었다.  아직 20대 초반이지만 농구와 같이 단시간에 집중적인 체력소모가 많은 운동선수의 활동기간이 일반 직장인과 달리 상대적으로 짧은 것을 고려한다면 현재 그녀가 느끼고 있을 조급함이 강하게 전해졌다.  그 다큐멘터리 내내 A선수와 비슷한 인상의 선수 여럿의 모습이 자주 겹쳐지면서 눈에 밟혔다.


 어느 사회에서나 각광받는 동료들 사이에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대다수 존재들의 삶을 이렇게 카메라 앵글로 클로즈해보면 어느 인생이든 애틋함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저 나이에 어떻게 지냈는지 잠시 생각해 보았다.  20대 초반이면 아직 부모의 보호 아래 학생 신분이었던 시기였었다.  그 나이대의 공통 고민인 '자신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데 속 모르는 타인들은 황금 같다고 여기는 청춘을 실감하지 못하는 때였을 것이다.   출전 명단에 빠져 벤치에 앉아 경기하는 동료 선수들을 응원하다가 타임아웃 시간에 경기에 지친 선수들에게 수건과 물을 전달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상상해 보았다.  고향을 떠나 타지로 경기장을 옮겨 다니는 불안한 일상 속에서 출전 멤버로 나서지 못하다가 모처럼 기회가 생기면 최선을 다하였지만, 오히려 긴장한 탓에 무리한 실수를 하는 그들의 모습은 내 젊은 날의 위축되었던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마침 해당 팀에는 대한민국 최장신 센터가 모든 관심을 이끌고 있고, 주변을 받치고 있는 믿음직한 소수의 멤버들이 주전 명단을 채우고 있다.  스타급 플레이어들은 매 경기 빠질 수 없는 과도한 투입 때문에 휴식 없는 일상이 힘들겠지만, 백업요원으로 활동하는 지극히 평범한 그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감독의 출전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프로스포츠 경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매 경기가 궁금하고 자신이 응원하는 현저한 실력을 보이는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아무 연고도 없는 이 여자농구팀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경기 내용보다는 그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평범한, 그래서 자주 경기 코트에서 볼 수 없는 선수들이 등장하기를 기다리다가 마침내 반가운 얼굴을 찾았을 때는, 마치 나 자신이 그들이 된 것처럼  숨죽이며 경기를 바라본다.  국가대표도 아니고 더욱이 팀에서도 벤치를 맴도는 그 지나친 평범함을 가질 수밖에 없는 그녀들이 마음에 깊이 다가오는 것은 우리들 대부분이 소수와 비범 사이에 존재하는 다수의 모습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스포츠 경기를 보는 색다른 가치를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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