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서 처음 생일책을 만나고 누군가를 떠올리는 사람들은 쉽게 빈 손으로 책방을 돌아서지 못한다. 누군가를 떠올린 순간부터 그 사람의 생일이 적힌 '알 수 없는 책'은 꼭 전달해서 '알고 싶은 책'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생일책의 매력, 아니 마력에 붙잡힌 것이다.
책방 1년차에는 책 속에 책방을 소개하는 엽서를 함께 넣었다. 생일책의 의미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엽서가 다 떨어지고 게으른 책방지기는 엽서를 다시 주문해야 하나, 새로 만들어야 하나 생각하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일 년을 보냈다.
계절이 몇 번 바뀌고도 여전히 찾아온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하던 어느 날, 손님이 반가운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선물 받는 사람한테 무슨 책인지 설명해 줄 때 반응이 너무 좋아서 자꾸 오게 돼요."
게으른 책방지기를 대신해서 고객들이 선물 받는 사람에게 직접 책방과 책의 의미를 설명해 주고 있었다. 쉽지 않았을 거다. 나도 초반에는 내가 파는 물건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굉장히 고민하고 문장을 골랐었는데, 생일책을 선물하는 분이 그런 설명을 할 기회는 손에 꼽을 정도이니 책을 앞에 두고도 한 번 더 생각을 정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손님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생일책은 스스로 그 가치를 증명하면서 설명이 필요한 단계를 잘 넘어선 것 같았다. 그리고 설명을 하기 위해 애쓰는 그 순간 구입한 분에게 생일책은 기쁜 마음으로 선물을 들고 오던 시간보다 한층 더 중요한 것이 '되어야만' 했을 거다. 그에 대한 대가는 선물 받는 분의 "우와!"에 두 배로 받을 수 있었을 거고.
바이럴마케팅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끼리 편하게 오고 가는 대화에도 무언가 의도를 집어넣어야만 한다니. 그렇게 생각한 내가, 그리고 생일책이 스스로 마케팅을 하고 있었다. 조금 상업적이지 않아 보이게 '입소문'이라고 해 줘야겠다.
"그래서 엽서는 다시 안 만드실 건가요?"
"만들어야죠. 만들겠는데, 만드는데, 그게...핑계를 하나 더 만드는 게 빠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