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줄레 Dec 26. 2022

두 번째 자연주의 출산

42주 만에 만난 아기


나의 첫 줄산은 안산의 한 조산원에서 자연주의 출산으로 이루어졌다. 5년 뒤 둘째를 임신했고 이번에도 자연주의 출산을 하기 위해 조산원을 찾았다. 검색을 해보고 근처의 조산원을 방문했다. 상담을 하고 온 그날 집으로 돌아와 이곳에서 이분과 함께라면 마음 편하게 아이를 낳을 수 있을 것 같은 분명한 확신이 들어 망설임 없이 결정을 하고 예약을 했다. 직감적이고 아주 본능적인 결정이었다. 조산사님은 나보다 더 뱃속 아이를 생각해 주셨고 산부인과 의사는 묻지 않는 내 식사 상태나 건강 정서적인 면을 짚어주셨다. 조산사님께서는 설명할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졌고 따뜻한 햇살이 드는 조산원에서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첫째 아이는 조산원의 짐볼을 가지고 놀다가 말했다


“엄마 여기가 마음에 들어”


이번에는 여기다.

이곳에서 꼭 둘째 출산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상담을 받고 조산원 예약도 했지만 내가 원한다고 자연주의 출산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산모가 출산을 할 수 있는 건강과 신체 조건을 갖추어야 했다. 철분이 지나치게 부족해도 안되었고 아이가 너무 일찍 밖으로 나오려 해도 안되었다. 출산을 위해 철분제를 충분히 챙겨 먹고 알려주신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소홀했던 뱃속의 둘째 이름도 불러주며 출산을 준비했다. 당연히 문제없이 수월하게 잘 출산할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을 가지며 별 걱정 없이 임신 후기를 보내고 있었다


막달검사는 다행히 이상 소견이 없었다

이제 무사히 출산만 기다리면 된다! 꽉 차고 무거워진 몸으로 편안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예정일은 5월 17일.

예정일즈음 갈색 이슬이 비추었다. 첫째 때 이슬을 본 다음날 출산을 한 기억이 있어 가방을 싸고 아기맞이 준비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그날도 그 다음날도 별일 없이 아침에 눈을 떴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기는 소식이 없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보통 예정일이 지나고 3.4일쯤 되면 유도분만을 한다고 했다. 길게는 일주일까지 늦게 진통이 걸렸다는 글도 있었지만 어쩐지 아기는 일주일이 훌쩍 넘어도 소식이 없었다.


예정일로부터 일주일이 지나면 아기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한다. 뱃속에서 태변을 먹을 수도 있다고 하니 점점 조급해져서 계단 오르기 운동을 추가했고 급히 짐볼도 구입했다. 보통 밤에 진통이 잘 걸린다고 해서 오늘밤인가? 싶었지만 다시 다음날 아침에 별일 없이 눈을 떴다. 꽉 채워진 무거운 배를 이끌며 또 하루를 보내려니 제발 진통이 걸리기를 기도하는 지경이 되었다. 아기에게 엄마가 기다려줄 테니 천천히 준비하고 나오라는 태담을 많이 했어서 그런가 41주가 넘었는데도 소식이 없다. 조산원에서도 금요일까지 기다려보고 아니면 병원에 가는 걸 권장하셨다. 나도 동의했지만 이럴 수가 금요일에도 소식이 없었다.





3일 뒤 다가오는 일요일은 42주를 꽉 채우는 날이었다. 이제는 나도 방법이 없었다. 유도를 하고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 하더라도 받아 들일수밖에. 그래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마지막 딱 42주까지는 기다려보자. 조산원에서 양수 양과 태반상태를 체크하며 조산사님의 지침에 따라 아기가 나오는 방법을 실천하며 하루하루 진통을 기다렸다. 이쯤 되면 운동보다는 엄마의 이완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할 수 있는 건 다해보자며 아기가 나오게 하는 한약 불수산도 급히 주문하고 조산사님이 주신 동종요법 약도 먹었다. 그러다 토요일 아침 반가운 신호를 만났다. 붉은 이슬과 함께 양수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저녁이 되자 이번에는 정말로 배가 싸르르 아파오기 시작했다. 조산원에 연락하니 저녁을 먹고 조산원으로 오라 하셨다. 남편이 죽을 포장 해 집으로 오는 동안 다시 전화가 왔다 밥을 가지고 지금 바로 조산원으로 오라는.. 아 드디어!! 출산인가!!






진통을 느끼며 조산원에 들어섰다. 얼마나 꿈꾸던 순간인가. 도착하자마자 내진을 했다. 이제 자연진통이 왔고 조산원에 무사히 왔으니 든든한 조산사님과 마음 편히 이곳에서 출산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너무 감사한 마음이었다. 초반 진통은 그래도 호흡법을 하며 흘려보낼만했다. 미리 준비해둔 캐리어를 오픈했다. 첫째를 사로잡을 장난감과 간식들을 펼쳐놓고 포장해온 죽을 먹었다. 시각은 저녁 8시- 다행이다.. 내가 출산 과정을 겪는 동안 첫째가 졸리면 잠들어도 되는 시각이다. 찾아오는 진통에 호흡을 한다. 진통이 찾아올 때마다 선생님이 알려주신 호흡법에 집중했다. 남편은 라이트 터치 마사지를 해주었는데 진통을 흘려보내기 아주 좋았다. 출산 과정 내내 조산사님이 알려주신 호흡법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강렬한 진통의 물결 속에서 그것만이 내가 살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진통은 점차 거세졌다. 점점 호흡법을 지속하기가 힘들어지고 진통은 점점 세게 밀려왔다. 몇 시간 뒤에는 너무나 강하게 밀려오는 고통에 남편손을 부여잡았고 딸아이가 놀랄까 봐 최대한 소리는 지르지 않았지만 어느새 소리를 내며 진통의 파도를 타야만 하는 순간이 왔다. 자정이 넘고 새벽이 지나도 첫째는 잠을 자지 않고 조산원을 들락 거리며 놀았다. 너무 큰 고통이 밀고 들어왔다. 조산사님께 너무 세고 너무 아프다는 말을 했다. 첫 출산 때는 오랜 시간 아파하다가 아이가 쑥 나온 느낌이라면 둘째는 힘을 주는 과정 하나하나 호흡을 하며 곱씹어 겪은 느낌이었다. 소리를 크게 지르지 않으면 안 될 격한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이것에도 끝이 찾아왔다. 그렇게 42주를 가득 채운 일요일 새벽 기적적으로 아기가 자연스럽게 세상에 나왔다.





갓 태어난 둘째 아기를 품에 안았다. 작은 아기의 따듯한 감촉. 드디어 만난 건강한 아기.

산고의 끝과 탄생의 경이. 고통이 행복으로 전환되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꼬물거리는 작은 아기를 안으며 태반도 직접 낳았다. 그 순간을 첫째 아이와 남편과 함께 했다. 태맥이 뛰는 것을 남편도 첫째도 나도 만져 보았다. 생명을 잇고 있던 그 탯줄의 단단한  감촉.. 태맥이 완전히 멈추고 난 후에 탯줄을 잘랐고 조산사님이 후처치를 해주셨다. 아기에게 젖을 물렸고 편지를 읽어주고 우리는 새로운 둘째를 환영했다.


지금 아이는 너무나 잘 크고 있다. 출산의 과정을 함께해서인지 첫째도 동생을 너무 잘 받아들였다. 우려했던 질투나 미움 없이 예뻐하며 지낸다. 둘째의 출산은 너무도 따뜻했다. 일주일 뒤 검진을 받으러 조산원에 마지막으로 방문하고 나오는 길 조산사님과 포옹을 하는데 눈물이 흘렀다. 감사하고 너무 감사해서.. 조산사님이 아니었으면 두 번째 자연주의 출산은 못했을 거다. 함께 믿고 돌봐주시고 기다려 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내 인생의 마지막 출산을 박명애 조산사님과 함께할 수 있었던 건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축복스런 출산이었다. 지금도 은인으로 마음에 품고 살아가고 있다.  


내 인생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출산은 이렇게 끝이 났다. 자연주의 출산은 산모와 아이 모두를 위한 출산이다.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주고 아이가 원하는 때에 자연스럽게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출산법이다. 우리나라에 실력 있는 조산사님이 많이 계신다. 자연주의 출산법을 적극 권장하고 추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갑자기 엄마가 되고 난, 그 후의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