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나길2 : HERE I AM 전시를 가다.

자립준비청년 창작가들의 여정

by 이솔티

2025/11/13 ~ 11/23 (일)

인사동 갤러리H 에서 전시 중으로 자립준비청년 창작가들의 작품을 관람가능하다.

문화예술NGO 길스토리에서 하는 전시 함께나길2 : HERE I AM



이 전시의 주제는 '집'이라는 주제로 '여기 있어요'를 말한다.

당신에게 집이란 어떤 곳인가요?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당신은 어디에 머물고 싶나요?



1층에서 도면을 받아드는 순간

나의 어릴 적 모습이 바로 떠올랐다.


내가 어린 시절 우리 집은 가난했다.

초등학생 고학년 때부터 집으로 날아오는 홈쇼핑 카탈로그를 보며, 나는 우리집을 상상하며, 내 방을 꿈꾸며 도면을 그렸다. 내가 도면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아부지가 잠깐 건축 쪽에 계셔서 아마 알려주셨는 것 같다.


어린 나는 내 방을 하얀 공책 위에 도면을 그리며 그려갔다.

그 하얀 도면 위에선 우리집, 내 방은 내 맘대로 꾸밀 수 있었으니까...


같이 간 친구가 눈치 주지 않았지만, 기다리는 모양새로 마음이 급해서 온전히 못느끼고 참여를 못한게 아쉽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뒤에 여운이 강한 전시였다.







초록의 다정

초록의 다정-

이말이 와닿는다. 서울에서 지방소도시로 오면서 삶의 무게는 여전하지만, 초록빛은 나를 숨쉬게했다.


자그마한 작은 박스집에는 작가의 전세사기와 관련된 서류가 있다.

작가의 아버지는 노숙생활로 생을 마감하고, 전세사기로 힘든 주거환경의 흔들림을 겪었다.

작은 박스집 옆에 놓인 캐리어를 보면서

언제든, 어디로든 떠나야함을 삼킨 작가의 마음이 느껴졌다.


고향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내 몸뉘일 곳 없는 현실을 서글퍼한 옛날 흔들리는 내가 떠올랐다.

작가의 흔들리는 삶 속에서 얼마나 불안하고 고되었을지 조금 짐작이 되기도 했다.


나 또한 그랬으니-


서울에서 이곳 저곳을 떠돌면서 살았던 내 모습이 보였다. ..






작가의 작품 앞에 놓인 담배와 꽃은 꼭 그 골목을 기리는 것 같았다.


도슨트에서 흘러나오는 재개발 지역이야기에 나는 또 나의 옛생각에 빠졌다.

나는 이전에 서울 00동에서 방문간호사로 활동한 적이 있다.

그곳은 재개발이 들어가는 걸로 떠들석한 지역이었다.

'진짜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니?' 할 정도로 나는 골목을 다니며 놀라웠다.

시골에서 날 법한 연탄때는 냄새가 나기도 하고, 집을 찾아 들어가는 입구를 찾기 어려운 집들도 많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골목 사이사이 쌓여가는 쓰레기와 떠난 이들의 흔적들이 보였다.

그리고 재개발 제외 지역에서 떠나간 이들의 흔적을 보며 여전히 위태롭게 살아가는 이들을 만나기도 하였다.

그 하나의 간격으로 누군가는 남게되고, 누군가는 떠나는게.. 참 ...


그 사이사이 골목을 그리워하는 손길들도 보기도 했다.

오래된 동네.. 낡았지만.. 우리의 흔적들이 곳곳이 묻혀진 그 골목이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했다.

작가의 그림을 보니 저절로 나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



작가는 말한다. '존재 자체로 이미 충분하다.'

그렇다..

우리는 살면서 무언가를 해야지만, 이뤄내야지만 충분하다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생각은 착각이지 않을까?

우린 이미 존재 자체로 충분하다.


나 역시 잊고 있었다.


얼음 어른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 얼마 전까지 '무기력함 없이 세상의 일들을 받아들이는 것'이라 생각하고 나는 그러고 있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얼마나 무의미 했었는지 요즘 깨닫는다.

나는 여전히 무기력함없이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

아직도 흔들리고, 가슴아프고, 왜 이런지 곱씹고 있었다.


진정 나는 어른이 되어 가긴 할까?


아직도 나는 어린이도 아니고, 청소년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 이런건 뭐라해야할까?

중년, 장년은 아직 아닌 것같은데...






꼭 부서진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초록의 기운으로 다시 살아내고 있는 나의 모습이랄까...







결핍을 피우다

결핍이라..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결핍을 피할 수 없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 수록 그 결핍은 서로에게 가시가 되기도 하니까...언제쯤 나는 이 결핍을 두려워하지 않을까? 그 결핍을 내놓아도 나는 마음이 편할 날이 올까?

결핍을 '채움'으로 여긴다는 작가가 멋졌다. 난 여전히 결핍은 결핍이다....







이 전시는 참여형 전시로 도면을 그리기도하고, 직접 가구배치를 할 수 있다.


전시에서 큐알코드를 통해 대표의 도슨트를 들을 수 있다.



참여형 전시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도면에 그림을 그리고 배치된 가구를 옮기는 것은 불편함으로 느껴지기도했다. 천천히 따라가다보면 도면을 그릴 때, 가구를 배치할 때 공간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준다.


역시.. 뭔가 불편해야 인간은 생각을 하는 건가?

전시를 관람하다보면, 이 전시를 하기 위한 그들의 과정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것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그들의 생각과 과정이 참으로 괜찮은 과정이었지 않을까?

아마 이 전시를 준비하면서 많이 그들은 배우고, 깨닫는 과정이었을 것 같다.


나 역시 요즘 글을 조금씩 쓰면서 치유된다는 것을 느끼기에.. 그들도 창작을 하면서 치유되고 있을 것 같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국한하지 않고
처음이라 흔들리고 불안했던 '우리의 모두의 순간'으로 겹쳐 보면 이 전시가 조금 더 다정하게 읽힌다.




'집'이라는 주제로 '여기 있어요'를 말하는 전시..


나는 전시 관람 여운으로 집이라는 곳을

'소유가 아닌, 그저 오래 머물 수 있는 곳, 나는 그런 곳에 있고 싶다' 생각했다.



11월 23일 (일) 오전11~오후 7시까지 인사동 갤러리H에서 무료로 이 전시를 함께 할 수 있다.


그들의 세상을 향한 숨겨진 이야기를 우리 함께 봐준다면 ..어떨까..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