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원 없이 봤던 날들

by 이솔티

20대에 꼭 하고 싶었던 것 중에 한 가지



국토대장정




간호대학에서는 엄두가 안 났던 국토대장정..

아쉬웠다.

취업을 하고 나서부터는 시험준비, 직장도 다니다 어느새 30대를 맞이하고서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국토대장정은 20대에만 하는 느낌이랄까....



최근에 김남길 배우가 그의 '오토바이 타는 사람들끼리 만나면 하는 인사가 정말 좋다.'라고 말한 게 가슴에 와닿았다. 그냥 인사하는데, 그게 그렇게 좋을까?


브런치스토리에 국토대장정을 한 20대 육사 자퇴생의 서울-부산 1주일 국토대장정 글을 읽었다.

그리고 곧장 그녀의 유튜브도 봤다.

그녀는 체고생으로 운동을 못하게 되어 자퇴 후 18개월가량 공부해서 육사를 가고,

열심히 생활했으나 육사 3학년에 자퇴했다.

그러곤 떠난 그녀의 국토대장정은 대단했다.

역시 군생활을 해서 그녀는 하루에 약 60~70km를 걷거나 뛰어갔다고 했다.


중간중간 수첩에 만난 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적어달라고 부탁하는가 하면, 태극기를 걸고 걷는 것만으로도 응원을 보내는 이들이 많은 것을 눈을 보게 되자,



나도 그 응원받아 보고 싶어졌다. 나도 그 인사하고 싶다.



그래서 다시금 마음먹고 이리저리 검색하여 코스를 정하던 중 바다를 보고 싶어 떠난 나의 국토대장정 강릉-포항 코스 거리는 약 233km 정도였다. 다 걸을 수 없을 것을 생각하고 중간 삼척-울진 부분은 기차를 타는 것으로 계획을 짰다.


바다를 보러 갈 땐 모래사장이 가득한 해수욕장에 바다를 보러 갔었는데...

이렇게 바위가 가득한 바다를 보니깐 정말 아름다웠다. 푸른 바다에서 일렁이는 파도는 바위에 부딪힐 것을 알고도 바위를 향했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그 모습을 멀찍이 나는 쳐다만 보는데 가슴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걸어가기에 이런 멋진 바다를 원 없이 볼 수 있었다.


평소에 많이 걷지 않고, 자차를 이용해서 다니기에 운동을 마음먹고 하지 않는다면 하루에 3000보 정도 걷는다. 하지만 우리는 국토대장정 내내 3만보를 걸었다.


동해안 따라 해파랑길 코스를 걷기도 했다.


처음엔 사실 살짝 후회가 되기도 했다. 내가 괜한 짓을 하는 것인지..

첫날 부어오른 발을 보면서

'이게 맞는 건가' 싶었다.














길을 따라 걸으면서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이 생각난다. 첫날에는 걷는 도중 만난 스쿠터 여행객들이 생각난다. 내가 이정표를 찍다가 눈이 마주친 여행객은 스쿠터를 타며 지나가면서 나와 눈이 마주치자

운전대에서 한 손을 떼고선 주먹을 쥐고 응원을 보내주었다.


그 환한 미소는 아직도 기억난다. 사실 신이 났다.

물론 친구들이 응원을 보내기도 하고 하지만.. 길을 걷다가 만난 이들에게 받는 파이팅 넘치는 응원의 맛은 달랐다. 또, 길을 가다 만난 소방관은 우리에게 왜 그리 멀리 가냐고 질문했는데, 나도 모르게 그들의 노고에 경례를 해버렸다. 뜬금없는 나의 경례에 그는 웃으며 받아주며 응원을 보내주었다.


'아, 이런 거구나..'

김남길 배우의 '바이커끼리 하는 인사가 좋다.'라는 말이..



정동진 부채길

정동진엔 멋진 길이 있다.

약 3km 정도의 길인데, 이 길을 가기 위해서는 입장료 1인당 5,000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멋진 길이라 추천한다. 조금 무섭기도 하다...


이 길에서 만난 노부부가 생각난다. 매표소 앞에서 정동진 모래시계공원(?)과 부채길을 고민하시길래

나는 거침없이, 모래시계보다 여기가 나으니 여기를 걸으시라고 말해드렸다.

그러곤 각자의 길을 걷다가 나는 가방에 달아놓은 태극기를 잃어버려 거꾸로 길을 걸어가던 중

다시 만난 노부부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어디 가요?"

"아, 태극기를 잃어버려서 찾으러 가고 있어요!"

나의 대답에 환하게 웃으며

"내가 주워놨어!"

말하며 가방에 곱게 말아놓은 태극기를 주셨다.


얼마나 다행인지,


"감사합니다."


노부부의 사진 요청에 나는 열과 성을 다해 찍어드렸다. 두 분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후포에서도 비가 조금씩 내렸다. 바람도 거셌다.

거센 바람에 파도가 휘몰아치는 모습을 보면 꼭 나를 삼킬 것 같았다.






거센 파도 사이에서 낚시하는 낚시꾼의 뒷모습




5박 6일간 강릉-포항 233km 중 120km 정도를 걸었다.

걷는 내내 함께한 친구에게 감사했다.

이렇게 시간이 맞고, 내가 이 고생길을 함께하자고 했을 때, 선뜻 나서준 내 친구, 5박 6일간 서로 불편하거나 해도 서로 배려하면서 잘 지낸 이런 친구가 또 있을까?

가방의 무게는 약 6kg 정도였다. 그 무게를 짊어지고 가는 이 길이 인생이구나 싶었다.

가방엔 내가 필요로 한 것들이 가득 담겨 있다. 가방에 든 것들을 믿고선 나는 이 길을 떠나다 쉬어갈 때쯤 나에게 위안이 된다. 하지만 가는 길엔 그 무게가 나를 힘들게도 한다.


나는 그 무게가 가족, 친구, 인간관계라 생각이 들었다.


이 고된 길을 걷는 와중에 힘이 들 수 있는 무게감이지만, 곧 가방 안에 든 물건들로 나는 든든해지기도 한다.

이 길을 걸을 때 비록 그 무게감에
힘든 날도 있지만,
없어선 안될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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