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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선 Jul 05. 2024

누군가에게 가치 있는 무엇이 된다는 것

이 또한 지나가고

공연의 뒤편은 사람 때문에 힘들고

또 사람 때문에 견딜만하다


아침까지 그냥 집에 갈까 망설였다

공연의 뒤안길, 퀴퀴한 어둠 속에서

내 귀한 작품을 이렇게 올려놓는 게 아깝다고

생각했다


무기력하고 손도 까딱 않고 싶어 하는 스탭

저런 인간이 내 회사의 직원이라면

당장 잘라버렸을 것이다

가서 뒤통수를 한대 걷어차고 싶은 걸 꾹 참는다

유능하고 게으르며 건방진건 꽤 참을만하다

무능하면서 건방진 사람은

삶의 민폐가 된다는 걸 저만 모를 것이다

결국 온갖 실수를 꼭 저지르고 만다

멍. 텅. 구. 리!


늘 그렇지만,

내 밝고 편안한 공간을 놔두고

왜 이런 날 이런 시간에

이런 구석의 시커멓고 낡은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는지

문득 시동 꺼진 오토바이처럼

어디로 가야 할지 동력을 잃고 그대로 멈춰서 있는 순간이 있다


내게 주문을 건다

ㅡ이 또한 지나가리라ㅡ

시간은 늘 같은 속도로 삶의 희로애락을 덮으며

다음의 장을 내민다

그래서 어떠한 순간도 견딜만한 것일까


저녁 시간이 다가올수록

여전히 퀴퀴한 구석이 왠지 조금씩 밝아지는 느낌이다

뭔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열어 보이는 건

역시 함께 한 사람들의 열정과 진정성이다

그건 온갖 추잡함과 난관을 걷어낸다


이 또한 잘 지나고 나는 그 너머에 서 있다

보이는 어둠을 걷어내는 건

보이지 않는 빛과 온기이다

그건 사람에게서 나온다

오래간만에 충실한 시간이었다

다행이다

그리고 덤으로 즐겁고 행복했다


끝내 되돌릴 수 없는 공연작품에 오점을 남긴

멍텅구리 스태프의 실수는

멍텅구리의 몫으로 미루어 두기로 한다

그는 같은 이유로

어차피 또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누군가가 인스타에 쓴 것을 전달받았다

스스로를 다독인다

ㅡ열심히 잘 살았다,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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