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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선 Jul 22. 2024

내가 아닌 것을 걷어내기

고요히 살기가 쉽지 않다. 

내가 아닌 것들을 최대한 걷어내고 조용히 집중된 시간을 갖고 싶은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침부터 일어나서 분주히 움직이고

먹고, 치우고, 정돈을 하고

다시 작업실에 나와서 간밤에 생긴 온갖 벌레들의 집과 사체들을 치우고

마시고, 먹고, 정돈하고 치우고

그러면 어느새 오후를 훌쩍 넘어있다. 

집중이 깊어가는 밤 10시를 지나서

나는 더 있고 싶은데 왠지 가야 할 것 같아

내일은 더 이른, 더 단순해진, 더 집중된 작업을 하리라 

마음을 굳게 먹고 작업실을 나서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또다시 비워진 몸을 채우고, 

쌓인 오물과 먼지를 몸과 몸이 머무는 곳에서 걷어내고

정신을 차리고 보면 또다시 아쉬운 오후의 어느 언저리에 있다. 

삶은 실제로 정말 짧다. 

혼돈과 먼지는 걷어내지 않으면 매일 쌓여가고, 

세상은 어제와 같이 머물지 않으니

오늘 또다시 균형을 잡으려 분주히 움직인다. 

아, 나만 움직이고, 먼지도 안 쌓이고, 세상은 어젯밤 이후로 멈춰져 있는

그런 시간을 나 홀로 갖고 싶은데, 

정말 힘든 것 같다. 

세상의 시간에 쫓기는 나의 유한한 존재가 아깝다. 

그래서 다시 세상 어딘가에서 

먼 훗날 나의 삶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삶의 순환, 혹은 윤회를 막연히 바라는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일상을 지나는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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