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과 국문 사이 (Between Two Languages)
아줌마는 오래된 은색 안경테 뒤에 있는 조그만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
은색이 된 머리카락은 공부를 많이 해서 그런 거래.
아줌마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버린 가면과도 같지.
돌로 만든 성처럼 딱딱한 표정은 무섭기까지 해.
성 뒤에 있는 것은 내보인 적 없는 따뜻한 심장이야.
그런데 나한테 심장을 들켰어.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눈이
사람들을 뾰족하게 바라보는 동안,
손은 저 혼자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춤을 추지.
아줌마의 손은 따뜻한 우리 엄마 손 같아.
난 아줌마의 손을 꼭 잡고 아주 조용히 속삭이고 싶어.
“웃어도 괜찮아요.”
그녀는 오늘 울면서 장갑을 사러 백화점에 갈 거야.
by 이영선 (<바보 book>에 출간)
She looks at the world through her small eyes behind the old silver glasses.
Her hair turned gray because she studied very hard, they say.
Her face looks like a cold hardened mask.
Her smile is rather scary, like a haunted-stone brick castle.
What is hidden inside is her warm heart that no one ever saw
I peeped into her heart, though.
While her eyes that reflect nothing are looking hard at people
Her warm hands dance alone very softly.
Her hands are like my mother’s.
I’d like to whisper to her eyes very quietly.
“It’s OK to smile”.
She will cry and go to the department store to buy gloves today.
by Young Sun Lee
*이 시도 영문으로 쓴 것을 나중에 국내 출간을 위해 국문으로 다시 쓴 두 개의 같은 듯 다른 시이다. 미국에 있을 때에는 춤도 많이 추었지만, 시도 많이 창작했다. 시를 창작했다기보다 매일 시가 그냥 나왔다. 많은 것이 아름다웠고, 빽빽하지 않은 환경의 빈 공간에 작품의 영감이 곳곳에 서려있었다. 국영문 호환이 특히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호칭 때문이기도 하다. 존댓말과 여성을 지칭하는 다양한 뉘앙스 때문에 원문의 느낌을 온전히 다 표현하지 못해서 새로운 뉘앙스를 창조해야 한다. 이건 내 시이니까 내가 무엇을 허용할지 결정하고 마음대로 창작할 수 있지만, 두 개의 언어의 특질을 모르는 사람들은 다른 언어로 자신의 글이 표현되었을 때 그게 자신이 의도한 바와 같은지 다른지 알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운 점이다. 사람이 온갖 언어를 다 구사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영어의 뉘앙스와 어감을 이해하는 폭이 넓을수록 삶의 영역은 확장되는 경향이 있다. 현재 국내 영어교육은 거기에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수많은 시험지향 싸구려 강의들과 단기간에 점수를 내는 것에 집중하는 입시, 승진, 입사제도 때문이다. 창의력과 효율을 강조해야 할 대기업이나 대학에서까지도 그런 수업을 양산하는 것을 보고 참 없어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단어 하나에 온갖 느낌이 다 서려있다. 느리게 가는 것 같아도 그 깊이를 통찰하게 되면 결론적으로 언어는 상당히 빨리 배울 수 있는데, 아무리 말을 해도 대중은 새로운 길을 택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참 힘들게 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내 길이나 신나게 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