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바보 book 2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영선 Oct 16. 2024

아담은 아직 저녁을 먹으러 오지 않았다

아담은 아직 저녁을 먹으러 오지 않았다


아담은 어디 갔지?

몰라

어제 방문을 사십 번 두드렸는데


아담은 어디 갔지?

어제 언덕을 오르는 것을 보았는데


아담은 어디 있지?

부엌에서 양배추 통조림을 먹고 있어

냉장고에 소시지가 없대


아담은 어디 있지?

토요일 저녁에 먹을 소시지를 사러 갔어

그런데 산중에는 소시지가 없어

아담은 차도 없어

산지기는 이미 집에 가고 없어


아담은 어디 갔지?

달을 따러 갔어

세상을 공중에 띄워서 달로 보낼 거야

달은 어디 있어?

몰라



Adam Hasn’t Come to Dinner Yet


Where is Adam?

I dunno.

He knocked on your door forty times.


Where is Adam?

I saw him walk up the hill yesterday.


Where is Adam?

He is eating sauerkraut out of the can in the kitchen.

He says,

“There is no sausage in the refrigerator. “


Where is Adam?

He went to buy sausage.

There is no sausage in the mountain.

And he doesn’t have a car.


So, where is Adam?

He is taking a picture of the moon in the dark.

But the moon has already gone into the dark cloud.


And, where is Adam?

He went to catch the moon.

He will make the world float in the air,

And send it to the moon.

Where is the moon?

I duuno.



*미국 서부 스탠퍼드 대학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데라시 레지던시 프로그램(Djerassi Resident Award Proram)'을 운영하는 장소가 있다. 거기에 안무가로 선정되어 한 달간 진정한 예술가 대접을 받으면서 천국과 같은 날들을 보냈다. 나는 혼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하겠다(Solitude Practice)는 제안서로 지원을 했고, 그 제안은 선정되었다. 국내에서라면 꽉 막힌 공무원 선에서 내 제안서는 탈락되었을 것이다. 저녁에는 시내 유명한 요리사가 그곳으로 와서 매번 다른 맛있고 시각적으로 휘황찬란한 요리를 해주었고 주말이면 청소담당이 와서 스튜디오와 침실을 정리해 주었다. 산지기 아저씨는 매일 땔감을 주워다 쌓아 놓아서 밤마다 스튜디오 벽난로에 맘껏 나무를 때며 불멍을 즐겼으며, 원하는 음식을 냉장고에 붙은 쇼핑리스트에 적어 놓으면 맛난 커피와 차와 간식을 사다 주었다. 주말엔 스탠퍼드와 실리콘 밸리 일대로 로컬 여행을 위한 차량지원을 해주었으며, 그들은 한 푼도 요구하지 않았다. 게이트에서 차로 한참을 가야 건물이 나오는 집에 있는 그런 대규모의 부지가 한 의학박사의 자산이었는데, 불과 몇 년 전 사망한 데라시 박사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데라시 박사는 경구피임약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서 돈을 아주 많이 벌었는데, 조심스러운 비화이지만 그게 아마도 바람기 때문에 많은 여자들을 만나면서 약을 개발하는데 영향을 주었지 않았나 하는 것이었다. 데라시 박사에겐 딸이 하나 있었는데 시인을 꿈꾸었고 그 딸이 우울증으로 어린 나이에 자살함에 따라 이를 기리기 위해 재단을 세우고 예술가를 후원하게 되었다고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춤을 추러 간 그곳에서 이상하게 나는 많은 시를 짓게 되었고, 밤에 사람들에게 내 시를 들려주면 사람들이 작은 시집을 내 보라고 부추겼다. 특히 그곳의 문지기는 내가 지어준 시를 좋아해서 차에 내가 준 시를 펼쳐놓고 다녔다고 들었다. 그는 내게 아주 좋은 말을 많이 해주었고, 다른 예술가에 비해 내게 유독 많은 친절을 베풀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내 스튜디오 앞에 작은 꽃밭을 만들어놓기도 하고 뿔갈이를 한 사슴의 뿔을 주워 선물로 쥐어주기도 했다. 나는 세관에서 문제를 삼을 것 같아 그 뿔을 침실 서랍에 고이 넣어두고 왔다. 그곳에 있으면서 '부유함'의 여유로움을 덩달아 느꼈던 것 같다.


내 영문시는 대개 유머와 엉뚱함이 있다. 내 원문시를 읽고 영어권 사람들은 내가 넣은 위트와 유머를 느끼고 웃지만, 한국어로 쓴 글에서 그 뉘앙스와 위트가 전달되는지는 모르겠다. 유머까지 영어에서 느끼고 사용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영어로 편하게 소통이 가능하다고 여겨도 무방할 것이다. 유머는 문화적 영향을 많이 받는 요소인 듯하다.


내가 갑자기 왜 영문시를 늘어놓게 되었을까 생각했다. 나름 유능한 번역과 통역자였는데, 국내에서 나는 '예술가'가 아니라 자꾸 사람들 사이에서 '영문학과 나온 예술가'로 불리는 게 싫어서였던 이유도 있던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은 연못 안에 있는 나무 위의 물고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