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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바보 book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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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선 Oct 24. 2024

열두 마리의 토끼

두 마리 쯤이야, 나는 열두 마리랑 놀아!

내 머릿속에는 도시 전체만큼의 사람들이 살고 있어.

매일 싸우고 치고받고 아주 시끄럽지.


난 늘 열두 마리의 토끼와 살고 있어.

두 마리의 토끼는 잡을 수 없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난 토끼가 잡히기 위해서 존재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토끼는 내가 잡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를 뛰게 하고

나와 함께 놀고

내가 모르는 세상으로 나를 따라오게 하는 존재라고나 할까?

토끼가 없으면 나는 무료할 것 같아.

한 마리의 토끼를 잡으면

사람들은 어쨌든 잡아야 할 다른 토끼를 찾아서 떠나.


토끼들이 어디에서 자꾸 오는지 나는 모르겠지만,

놀다가 힘들어진 토끼들이 어디론가 떠난 동안

또 다른 토끼들이 나타나.

다시 또 새로 나타난 토끼들은

내게 먹을 것도 물어다 주고

이야기도 들려줘.

나는 토끼를 잡을 수는 없겠지만,

한 마리의 토끼를 손에 쥐고 모두가 가버린 세상에 사는 것보다

많은 친구 토끼들 사이를 마음껏 뛰어다니며 살고 싶어.

나는 토끼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 거야.


Twelve Hares


I have as many people as in a city living in my head.

They make a lot of noise, fighting and arguing every day.


I am living with twelve hares around me all the time.

People say that I can't chase two hares at once.

Well, I don't think they should exist only to be caught.

They make me jump.

They play with me.

They let me follow them to the unknown world.

I would feel bored without them.

Once people catch a hare, they look for another one.


I don't know where they keep coming from.

When hares are exhausted from playing,

They disappear somewhere,

And then, a new group of hares shows up.

They bring me delicious food

And tell interesting stories.

I would never be able to catch them.

I would frolic around with my hare friends

Rather than owning and catching one hare in my hands

And making the others run away.

I would live with hares happily ever after.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다 놓친다는 말이 있다. 이건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은 다중 재능 감당자를 몰라서 하는 소리이다. 두 마리가 아니라 열두 마리 이상 다 잘 가지고 노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그리고 왜 잡아? 그냥 같이 공존하며 뛰어놀면 안 되는 건가?


여기에서 토끼는 그냥 토끼가 아니다. 시이기 때문에 당연히 다양한 함축적인 표현이다. 시를 그냥 짧은 글이라고만 생각해서 쓰는 사람들이 많다. 시는 광활한 우주를 펼쳐놓기에 너무 커서 작은 캡슐처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시는 추상이다. 많은 오묘한 생각과 느낌의 농축된 덩어리이다. 생각하고 느끼는 삶이 바탕이 되지 않은 시는 공해처럼 느껴진다. 굳이 시라고 불리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 나는 많은 생각에 침잠하게 하는 응축된 덩어리처럼 느껴지는 글을 좋아한다.


이런 설명조차도 불필요하고 공해이다. 오히려 시의 감상을 방해할지도 모른다. 한 번 쓱 읽고 펑 터지는 말폭죽처럼 스쳐가고 바로 잊히기를 바란다.

나 토끼 많아, 한 마리 줄까? by 이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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