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영선 Oct 31. 2024

너희가 시인을 알아?

문득 든 생각

박범신의 소설 “은교”에 나오는 시인 적요는, 남이 써준 소설로 베스트셀러 소설가라는 타이틀을 얻은 후에도 시를 이해 못 하는 구제불능인 제자 서지우를 가리켜 우주의 언어도 모르고 감수성도 없는 “멍청이”로 지칭한다. 서지우에게 별은 오직 아름다운 대상이어야 하고, 같은 이름과 가격의 거울은 모두 똑같은 것이기만 하다. 


시를 이해한다는 것은 매일 보는 풍경이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으로 변하는 것을 의미하고, 말없는 사랑을 이해하는 것이고,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고, 해맑은 아이에게 이유 없이 웃음으로 화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존경하는 시인을 스승으로 곁에 두고 십여 년이 지나도 열일곱 은교도 아는 것을 못 배우고 있는 “멍청한” 서지우를 보면, 어쩌면 이것은 영영 시인으로 타고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자 달콤한 저주인지도 모르겠다. 


시인은 시인을 알아본다. 


*박범신의 소설을 읽으면 정말 글을 잘 쓴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삶과 예술이 어느 정도는 일치한다고 생각했는데 간혹 아닌 경우도 있어 당황스럽긴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