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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레드와 글쓰기

블로그 광고글의 연장처럼 느껴지는 브런치스토리의 요즘

by 이영선

요즘 들어 브런치스토리 글쓰기 보다, 스레드 앱을 더 많이 방문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브런치스토리 글쓰기를 잠시 쉬어가는 중이다. 작업을 하다 보면 지속적으로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고, 그것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가게 된다. 때로는 그 생각들이 항상 격식을 갖추어 길게 쓸만한 것이기보다는, 잊어버리지 않도록 기록하는 짧은 영감의 노트나 스스로와의 대화, 혹은 질의와 같은 형식을 띠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작업이 깊어지고, 나의 현재가 조금 더 발전된 형태로 나아가게 된다. 물론 브런치스토리에도 글의 분량에 제한이 있는 건 아니지만, 왠지 이곳에는 좀 더 정돈되고 완성도가 있는 글을 써야 할 것 같은 생각과, 그런 욕심을 내게 된다. 스레드는 글자 수의 제한은 있고 맞춤법 등의 제한이 없어서 그런 잠깐의 영감이나 사유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기에 매우 좋은 느슨한 메모장처럼 느껴졌다. 그런 글들이 꼭 타인을 위한 것만은 아니지만, 누군가와는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받고 싶기도 해서, 공개된 메모장처럼 스레드 앱을 이용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같은 글과 미디어라도 스레드의 조회수는 상상을 초월했다. 별 중요한 얘기도 아닌데 즉각 조회수 상승(조회수가 꼭 중요한 건 아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조회하면 나는 글을 내리기도 한다. 너무 신경 쓰이는 삶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4년 넘게 몇 백 개의 공유하기도 아까운 주옥같은 글을 썼는데, 매일 10회도 안 되는 브런치스토리의 조회수는 좀 이상하지 않은가? 난 그간 내가 외국어로 글을 쓰고 있는 줄 알았다)과 친밀한 댓글 등으로 좀 더 캐주얼한 반응이 왔고, 적극적 소통을 통해 나의 생각도 넓어졌으며, 나름의 예의도 갖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Ai 데이터 기능이 매우 뛰어난지, 비슷한 생각과 분야의 사람들을 바로 데려다주었다. 물론 그것이 이 앱의 한계점이기도 하다. 때로는 나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나의 생각을 읽기를 원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것도 뛰어난 Ai 기능으로 어느 정도 제어가 가능하다. 브런치스토리에서는 모든 이가 다 바라보는 곳에서 작가 개인에게 남기는 글이 다 공개되기도 하고, 댓글을 이어가기에도 왠지 민망해서 글에 대한 더 많은 의견을 나누고 싶어도 한 두 마디 이후에는 그만두어야 할 것 같은 은근한 압박감이 느껴진다. 그런 기능이 악플을 제어하는 순기능도 있겠지만, 좀 더 활발한 생각 나누기를 할 수 없는 한계처럼도 느껴진다. 물론 스레드 앱의 댓글도 타인이 보려면 대부분 볼 수 있지만, 그래도 뭔가 커튼 하나는 내려져 있는 정도의 프라이버시가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글을 소통할 만한 타깃 독자들에 좀 더 글이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은, 전체 조회수와 상관없이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내 글이 대중적으로 공감할만하다거나 대중적 베스트셀러와 같은 요소가 있다고 생각을 하지도 않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 그렇다면 오히려 내 글은 실패한 글이 되었다 생각했을 것이다. 내 글은 다수의 대중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사고와 경험의 차원이 진지한, 뭔가 세상의 다수와는 다른 나와 비슷한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자신의 호불호가 분명한 삶을 사는 소수를 위한 글을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건 가치의 경중을 따지려 한다기보다는, 시시콜콜한 일상보다는 좀 더 추상적적이고 진지한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브런치에 쓴 내 글이 나를 위한 생각의 기록이라, 글을 썼을 때의 나의 상황을 회상해 볼 수 있어서 좋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브런치스토리에는 많이 없다. 대중들과의 경험이 다르고, 삶에 조금만 깊게 들어가도 머리가 아픈 대중들과는 달리, 내 두뇌적 사고의 용량과 깊이는 더 깊고 진중한 것을 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끊임없이 읽고 있기에 계속 올려두었다가, 지금은 글과 브런치스토리의 글을 재정비하는 단계에 있다. 처음에는 그래도 누군가가 내 진지한 글을 읽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기분이 좋았지만, 몇 년간 말없이 내 글을 소비만 하고 있는 익명의 사람들이 이제는 왠지 조금씩 얄미워지기 시작했다.


누구나 글을 쓰고 글의 기준은 주관적이라 하지만, 예술과 마찬가지로 분명히 어느 정도의 기준과 좋은 글이 갖추고 있는 어떤 요소들이 있다는 것을, 글을 진지하게 다루는 사람들이라면 암묵적으로는 동의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이건 매우 민감하고 말로 표현하자면 끊임없는 논쟁의 거리가 될 거 같아 대부분 함구하고 있는 부분이겠지만, 이게 무엇인지 글을 오래 쓴 사람들은 알고 있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결국 아무나 글을 쓸 수 있지만, 정말 아무나 다 글을 써서 오히려 좋은 글이 발현되는 경로가 막혀버리는 현상이 나타날 우려도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 글은 제외하더라도, 분명 매우 주옥같고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일부 작가들의 글도 생각보다 구독자나 조회수가 높지 않은 듯 보이는 면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그런 글 중에는 정말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참신한 원석 같은 글을 쓰는 작가도 있다. 비교하자면 몇 개의 방송국 채널만 존재했을 때에는 오히려 콘텐츠의 질이나 집중도가 높았지만, 선택이 많아진 지금 다양성이 증대되었다는 장점도 있지만, 양질의 콘텐츠가 오히려 어중간한 결과물 더미들에 묻혀 주목을 받을 기회가 적어진 듯한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참 민감한 문제이고, 어떤 상대에게는 내가 쓴 콘텐츠가 '개나 소나'가 쓴 글로 보이기도 하겠지만, 아무튼 브런치스토리를 보면 기존제도에서는 자유롭지만 그래도 뭔가 순수하고 깊은 다양한 글쟁이들을 위한 앱인 줄 알았는데, 점점 유튜브의 먹방이나 싸구려 강의팔이 콘텐츠 양산자들의 공해처럼 느껴지기는 면이 있다는 것을 고백한다. 조회수가 글의 전부는 아니다. 나는 양질의 참신한 글을 찾는 독자이고, 독자로서도 브런치스토리가 매력이 있는 곳일까 하면 긍정적인 답변을 하기가 힘들다. 여전히 종이로 출간된 생각 깊은 저서에 손이 더 간다. 그럼에도 소수의 좋은 작가들이 있어 떠나지는 않고 있다.


브런치스토리의 깔끔하고 심플한 글쓰기 포맷이라든지, 그래도 간혹 스쳐가는 양질의 콘텐츠나 주옥같은 작가들을 발견할 수 있는 등의 여타 장점도 존재하고, 나의 글을 기록하고 포트폴리오처럼 저장하기에 좋은 곳이라 생각해서 계속 글을 이어갈 계획이긴 하다. 스레드 앱은 가벼움과 글의 길이 제한이라는 장점이자 단점을 가지고 있어서 계속 그렇게만 글을 쓰다가는 내 글의 역량을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브런치스토리의 Ai 검색기능이라든지 자기의 글 검색 창 같은 것 정도는 개선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되지도 않는 글에 장사하고 있는 기능 같은 것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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