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나 사이
저 배우의 머리끈은 어디에서 샀을까
나도 커다란 리본을 사러 가야겠다
저 배우의 꿈은 무엇일까
낡은 무대 세트 뒤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도 집에 저 무대의 세트처럼
분홍색 페인트를 칠해볼까
불편하고 좁은 객석에 관객이 가득하다
더 넓고 높은 깨끗한 내 공간에는 왜 아무도 오지 않을까
사람들이 웃는다
나는 집에 있는 낡은 소파를 보면서 미소를 지을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곳의 관객들이 왜 웃는지
왜 박수를 치는지는 모르겠다
오랫동안 흥행에 성공한 공연이란다
나는 영화로도 이 작품을 끝까지 즐길 수 없었다
나는 그냥 눈을 감고 잠을 자기로 했다
의자가 불편하다
가끔 눈을 뜬다
나와 대중의 거리는 이만큼 먼 것인가 보다
같은 이유로
대중도 내 작품을 보고 이만큼 먼 거리를 느낄 것이다
나는 정말 배우의 머리끈 말고는
도무지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게 없었다
그들의 열정이 없었다는 게 아니다
연극이 나쁘고 좋고를 평가하는 게 아니다
평가할 수 없다
그냥 나는 아무런 공감을 할 수 없었다
내가 뮤지컬이나 연극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내가 좋아했던 뮤지컬이나 연극이 없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뭔가 이건 이상하다
연극이 무대가 아닌 객석에서 펼쳐진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조금은 나아지는 느낌이다
주중 이 시간, 이 연극이 잘못된 것일까
내가 이상한 것일까
친구들에게
'내가 이상한 것일까?'라는 생각을 나눈 적이 종종 있다
친구들은
'그 질문이 이상한 거야. 너는 이상하지 않아'
라고 말했지만,
가끔 극심한 혼란의 간극에서 나는 검은 우주의 허공을 떠돈다
그런 것이구나
어떤 사람들에게 보이는 나와 내 작품의 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