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워질수록 사라지는 것

신비감은 가까워질 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by 이영선

작년부터 알게 된 한 작가를 집으로 초대하고, 함께 며칠 동안 서울의 여러 곳을 다닐 계획이었다. 그간 전화로만 안부를 간간이 묻다가 기회가 되면 직접 얼굴을 보며 차를 마시고, 관심사가 비슷하니 여행을 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고민 끝에 계획을 취소했다.


그건 내가 그 작가가 오는 것을 싫어해서도, 그 작가를 싫어해서도 아니다. 월초에 그를 초대한 것도 나이고, 같이 여행하자고 말을 건넨 것도 나였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 작가와 함께 다니는 것도 좋고, 혼자 있는 것도 좋은데 동시에 할 수 없으니 하나를 선택한 것이라고나 할까.


나는 지금 집중하고 있는 작업이 계속 발전되는 작업실에 더 있고 싶고, 집과 작업실을 오가는 단순한 일상의 흐름을 당분간 유지하고 싶고, 여행을 간다면 혼자 가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하게 들었다. 꽤 미안하고, 상대가 당연히 혼란스러워할 상황이었지만, 지금부터는 내가 상대를 잃을 수 있다 하더라도 내 마음이 하고픈 것을 좀 더 따르는 약간은 이기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내게 허용치를 주기로 했다.


일정이 아직 정해졌던 것은 아니라, 논리적으로는 내가 일방적으로 갑자기 계획을 깨뜨리거나 한 것은 아니었으나, 정황상 내가 그러자고 설레게 해 놓고 그냥 혼자 있고 싶다고 털어놓는 건 상대가 조금 의아해할 만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나는 오래간만에 알게 된 좋은 인연이라 관계에 조금이라도 흠집을 내고 싶진 않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어쩔 수 없다고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한 번 작업의 흐름이 시작되면 그 영감을 따라가야 작업이 발전되는데 며칠의 공백기만으로도 아마 이후로도 오랫동안 한 번 식어버린 영감은 영영 사라져 버리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니면 다른 형태로 재시작되거나. 그러면 나는 나 자신을 가장 원망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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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고 쓰고 그리고 만드는 통합창작예술가. 장르와 경계를 녹여내어 없던 세상을 만들고 확장하는 자. 그 세상의 이름은 이영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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