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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노경 Apr 22. 2024

그런다고 세상도, 내인생도 달라질까?

공부의 끝(9)

작년 1학기동안 나는 고등학교에서 철학 강의를 했다.

심리학도 이성과 지성을 다루는 ‘진’, 의지와 도덕을 다루는 ‘선’, 욕구와 욕망을 다루는 ‘미’ 중,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선’을 다루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철학적 맥락의 한 분야로 다룰 수 있고, 그런 의미에서 심리학 전공자가 철학을 가르치는 것도 큰 문제는 없으리라는 것이 학교 측의 설득이었다.

심리학 전공에, 음악에, 이제는 철학까지!

어쩜 현재 내가 박사과정에서 철학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 것도, 가르치기 위해 철학개론서 부터 뒤졌던 이전 시간의 노력들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는 역시 ‘존재론’이었다.

과연 신이란 존재하는가? 라는 물음에 대해 철학자들은 신은 정의상 존재해야한다, 신이 존재하는 것은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것의 원인이 되는 최초의 원동자가 바로 신이다, 자연이 곧 신이다라며, 신에 대해 논증해 왔다. 이에 대해 꼭 제1의 원인이 필요한것인가, 원인과 결과는 주관적인 상상일뿐이다, 인간의 이성으로서는 알 수 없는 영역이라는 반론들도 있어왔다.

신의 존재 유무를 떠나서, 나는 종종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과연 지금 존재하는 나는 진정 현재, 이 공간에 존재하는 나인가?’

어젯밤에도 나는 정말 현실 세계와 같은 꿈을 꾸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고 미치듯이 찾아 헤매다가 문득 잠에서 깨어나 꿈이라는 사실에 안도했지만, 진정 꿈에서 깬 여기가 실재인지, 아님 ‘꿈속의 나’가 허구가 아닌 진실인지, 헷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영화 <매트릭스>에서의 AI에 의해 기억을 상실하고 진정한 현실을 인식할 수 없게 재배되는 인간들처럼, 진정 꿈에서 깨어나지 않으면 알지도, 알고 싶지도 않은 존재로 주어진듯, 살아질 지도 모를거라는 불안감이 문득 엄습해 왔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시간과 공간이 단순한 물체들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4차원 시공간 차원이라면, 10의 500승개나 존재한다는 이 우주 속에 나와 같은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는 또 다른 우주 하나쯤은 존재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여기서 영혼의 문제까지 확대 거론해서 생각한다면, 문제는 더더욱 복잡해진다. 과연 영혼이라는 것은 존재하는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영적인 것일뿐, 육체는 허상에 불과하다면 ‘지금의 나’ 는 과연 어디에서 존재하는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또다시 한없이 심각해지려는 자신을 되잡는다.

심각해지지 말자! 그런다고 세상도 내 인생도 달라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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