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끝(25)
터키학회 논문발표가 다음주다.
간김에 사운드 채집을 하고 싶어, 오랜 제자를 만났다.
어쩜 이렇게 친절할까? 제자라서 그런가? 대신 해외싸이트에서 관련 장비를 사주고, 직접 들고 와서 사용법과 저장법까지 상세하게 가르쳐준다. 원래 성격이 꼼꼼한데다가 위치상으로 내가 교수이기때문이겠지. 그래도 너무 감동적이었다.
정말 A랑 비교가 되었다. 우린 요즘 거의 생사만 확인한다.
곰곰히 남녀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돌이켜보면 A는 나에게 항상 주는 쪽이었다. 항상 먼저 챙기고 주는 쪽은 A였다. 처음엔 먼저 사랑한 죄로, 자의적으로 했겠지만 그 관계가 오래갈 수록 지칠것이다. 나는 기대치가 높아져 처음만큼 안주면 변했다고 생각하고 더 바라게 된다.
전 남친 B의 경우는 달랐다. 내가 늘 챙겨야하는 쪽이었다. 잔소리가 항상 많았고 내가 먼저 무언갈 하지 않으면 B는 뭐든 제대로 꼼꼼하게 하질 못했다. 나는 이래라 저래라 감독하는데 지쳐갔다. 닥달하는 게 싫지만 둘 사이에서 그건 항상 내몫이 었다. 결국 B와 나는 헤어졌다.
내가 챙기는 쪽이 되는가, 내가 챙김을 받는 쪽이 되는가는 상대적인것 같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나의 역할은 달라진다. 당연히 나는 챙기는 쪽보단 챙김을 받는 쪽이 편하다. 다 해주니까. 그런데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챙기는 쪽도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결국 지친다.
나는 내가 편해지는 쪽을 선택했고 후회는 없다. 다만 상대방이 더 지쳐, 나를 포기하기 전에 나도 역할 분담을 해야할 것이다. A의 잔소리가 깊다 못해, 무관심이 되기 전에, 나 스스로를 돌보자! 누구한테 의존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