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백을 삼켜볼까? 무도화를 베어 물어볼까? 아니면 친구에게 맛있는 축구경기장을 선물하는건 어떨까? 이런 발칙하고 달콤한 상상으로 전율을 느끼게 하는 곳이 파리에 있다. 아나이스 올메르 Anaïs Olmer 파티시에는 무엇이든지한 번 보았다 하면 그것을 갸또로만들어낸다. 디자인을 전공한 파티시에의 사랑스러운 케이크가 기다리는 공간. 오늘도그녀는 작업실에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식재료를 물감 삼아 황홀한 디저트를 굽는다.
아나이스의 보갸또 Bogato(Beaux Gateaux)는 프랑스어로 ‘예쁜 케이크’라는 의미인 케이크 전문점이다. 숍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아나이스는재미없는 평범한 케이크는 거부한다! 파티시에로 활동한 지 7년째, 그녀가 해독해주는 그녀의 열정과 창의 넘치는 세계로 들어가보자.
14구 리앙쿠르가(街) Rue Liancourt가 끝에 소재한 보갸또는 행인들이 지나가는 이들이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케이크점이다. 문을 열면 핑크, 레이스, 리본등 온통 페미닌한 분위기 속에서 각양각색의 케이크와 과자들이 유머러스한 디자인을 입고 독창적인 판타지를 완성한다.
지적인 이미지면서도명랑한 감성의 소유자인 주인 마님 아나이스가 귀엽고도 앙증맞은 조그만 갸또와 엑스프레소로 나를 맞이한다.
어떻게 파티스리의길로 들어서게 됐나요?
그래픽 미술전문 사립학교 ESAG를졸업하고 10년 동안 광고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죠. 하지만 광고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어요. 왜냐하면 광고는 필요로 하는 때에 맞추어 적시에 제작되어야 하는데, 사실상 제작 과정이 너무 늘어져 결국에는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시들어져 갈 때가 많지요. 그럼 저도 같이 지쳐가는 거예요.
저는 먹는 것, 특히 맛있는 음식을 너무 좋아해서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하늘의 계시를 받은 것처럼 ‘파티시에가 될거야’라고 마음먹었어요. 그 때 제 첫째 딸 밀라 Mila에 이어 에르네스트 Ernest를 임신하고 있었는데, 오븐 앞에서 볼록한 배를 쓰다듬다가 아이들을 위한 케이크를 만들고 요리에 대한 상상력이란 마당에 자신을 던지기로 했죠. 그 상상력의 마당이란 당시에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제과분야였는데 그게 오히려 저의 꿈을 마음껏 펼치게 만들어줬어요. 하얀도화지에 나만의 세계를 그리는 것이죠. 그래서 임신 기간 동안 개인 훈련 휴가(CIF)를내고 전문자격증(CAP)을획득했죠.
보갸또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그렇게 꿈을현실로 만들고자 결의를 다졌어요. 새롭고 역발상적인, 혁신적아이디어를 통해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어느 브랜드에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인 케이크를 만들자고 말이에요. 재료의 환상적인 균형과 하모니를 찾아내 맛의 극치를 이끌어내고, 모양도 아주 예쁘게 만들어내죠. 어렵지만 끊임없이 노력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 이것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갸또만의 특징이죠.
맛과 디자인을 창작할 때 어떻게영감을 얻죠?
영감은 매우 다양한 원천에서 받을 수 있지만, 주로 손님들의 주문 요청이 우리를 일하게 하죠. 최근에는 집들이를 위해 미니 가족이 자리잡고 있는 평면도 모양의 케이크를 만들었어요. 대개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스토리가있는 디저트를 만들어요. 예를 들어 신데렐라가 신을 무도화, 레드 카펫, 회전목마, 여행가방, 해변 등의 모습을형상화하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케익은?
가장 마음에들었던 건 피에로 얼굴이에요. 근데 사실 전 피에로를 정말 싫어해요.어렸을 때 생일날 피에로 탈인형을 쓴 사람이 있었는데 저도 마침 피에로로 분장하고 있어서 그런지 제가 여자친구인냥 저한테만 말을 걸고계속 따라와서 끔찍했어요. 서커스 세계가 약간 무섭지만 케이크로는 좋아요! 더러운 것, 눈알, 손가락잘린 것 등등 희한하게도 삶에선 덜 좋아하지만 케이크로 만들면 재미있어지는 것들을 좋아해요.
맛 vs 모양,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까요?
케이크 디자이너라는 개념을 싫어해요. 케이크의 외관도 사물이랑 완전히 똑같은 건 싫지요. 거기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누가 봐도 먹음직스러운 케이크처럼 보여야 해요. 맛을 가장 중요시하는 프랑스의 디저트 세계에서 맛이 없다면 장사가 안 될 거에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맛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일 수 밖에 없지만, 재료고유의 맛은 객관적 데이터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저희는 최고급 프랑스산 천연 버터와 크림을 사용하고, 인공 첨가물을 넣지 않아 최상의 식감과 맛을 선사해요. 그 재료로 모양을 만들고색을 입힌답니다.
보갸또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디저트는 결혼식, 생일, 기념일 등 가장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과 행복한 순간을 맛보게 하죠. 보갸또는 그 행복한 순간을 더욱 빛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할까요? 파티시에는 단순히 디저트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행복을 전하는 사람이라는 철학을갖고 있어요. 그런 진심 어린 마음이 고객들에게 전달된 건 아닐까 생각해요. 물론 특별한 파티스리로서 어디에도 없는 오리지널 상품을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죠. 특별한 날을 한껏 띄어줄 특별 게스트로 보가또의 케이크는 안성맞춤이에요.
꼭 맛보아야 하는 추천 디저트는?
음식을 본 따서만든 케이크는 반전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치즈버거케이크는빵이 마카롱으로, 고기가 다크 초콜렛, 토마토는 산딸기 그리고상추는 민트잎이 되는 식이죠. 식자재의 맛뿐만 아니라 독특한 식감의 재미도 새로운 디저트의 세계를 만들어낸다고생각해요. ‘달에서’의 경우 달의 포근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와어울리는 맛과 재료를 고민하다 바닐라 크림을 사용했고, ‘축구장’의경우 피스타치오 피낭시에위에 피스타치오와 초콜렛을 갈아 볶은 것을덮어 새로운 식감을 더했죠.
너무 바빠서 자녀들과 함께한 시간이 없겠어요?
저는 제가 그정도로 딸바보인지 몰랐어요. 아이를 낳고 1년 뒤에 다시 직장에 나가야 했을 때 너무 괴로웠어요. 그 때 바로 ‘매일 아침에 딸과 헤어짐을 정당화 하려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구나’라고 생각했죠. 결정을 내리고 나서도 가족과의 관계를 감안하지 않고 내린 선택인 것 같아 두려움에 휩싸였지만 결과는 완전 반대였어요. 아이들(1남1녀)은 제가 하는 일을 자랑스러워 하고, 저를 보러 와 주고, 친구들이랑 숙제도 하고 시장놀이를 하러 숍에 들려요. 제가 어떻게하루를 보내는지 잘 이해하고 있죠. 하지만 바캉스에도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느라 함께 하지 못하면 아이들생일 때 반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할 환상적인 케이크로 보상해줘요.(웃음)
숍을 얼마전에 확장했는데, 앞으로의 목표는?
처음엔 그저 케이크를 만들고 싶어서 숍을 열었는데, 현실은 이익을챙기는 회사가 되어가더라고요. 아이들이 자라는 걸 보는 것처럼 숍도 커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파티시에의 창의성과 열정, 역발상은 어느 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아니기 때문에 실패를 거듭하고 인내를 필요로 하지만, 지금처럼 계속 직원들과 잘 지내고 재미있게 놀면서 일하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별모양의 ‘슈퍼갸또’와 마주했다. 케이크하면 크림이 듬뿍 발린 둥그런 빵부터 생각했던 고정관념이 쨍그란 깨지는 순간이다.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작품인 이 케이크를 군데군데 썰어 먹자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이녀석만큼은 정말 자신 있다며 아나이스 아줌마(?)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반 토막을 내는 순간, 나는 탄성을 질렀다. 케이크 속에 하리보 젤리와 딸기 크림이 촘촘하고 싱싱하게 채워져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맛이다. 한 입 베어무니 리치하고 부드러운 딸기향이 입안 가득 퍼지며 혼이 나갈 정도로 미각을 자극한다.
정신을 차리고 숍을 둘러보니 쿠키와 케이크, 각종 파티스리 용품, 초, 예쁜 앞치마까지 보기만 해도 갖고 싶어지는 물건들이 가득하다. 평소에 이런 디저트 종류를 즐기지 않았던 나였는데 이 순간만큼은 요 사랑스러운 갸또의 유혹에 푹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갸또의 다채로운 매력을 선사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하는 걸 즐긴다는 아나이스 아줌마가 다음엔 어떤 작품을세상에 내놓을지 기대된다. 창의적 파티스리의 세계에 빠지고 싶은 이들이라면 보가또의 문만 열면 될 것이다. 그 안에 당신이 상상하는 모든 것이 있다. 쉿! 나가기전에는 잊지 말고 입술을 닦자. 크림이 묻어있을 수 있으니 !!
*Chez Bogato
7 rue Liancourt, 75014 PARIS
Tel +33 1 40 47 03 51 www.chezbogato.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