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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드 Apr 07. 2024

미래 의학에 UX가 왜 필요할까?

미래 의학의 중심은 '환자'이다.

SF영화에서 보여주는 미래의학은, 아프거나 다친 환자가 약한번 또는 의료기기 한번의 치료로 다시 일상으로 원상복귀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말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지만 현실에서 그리는 미래의 의료 패러다임은 그리 간단하지는 않은것 같다.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을 이야기할때 의료계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4P Medicine이다. 4P는 Predictive, Preventive, Personalized, Participatory의 앞글자를 축약한 것으로, 질병 발생 이전 단계부터 미래의 질병을 예측하고 미리 예방한다는 혁신적인 개념의 의료방식을 말한다. 이 용어는 2010년대 후반부터 학술 논문 및 의료 관련 보고서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2016년에는 미국 의학 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Medicine)에서 발표한 보고서 "The Future of Precision Medicine"에서 4P 의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많은 사람이 알게된 개념이다. 그럼 일단 의료계에서 말하는 미래의학은 어떤 모습인지 잠시 살펴보자.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


4P medicine 개념도 <이미지: https://www.esprevmed.org>


1. Precision Medicine (정밀 의학)

정밀의료는 개인의 유전적 차이, 생활 습관 또는 환경의 차이등을 고려하여 개인에게 맞춰진 최선의 치료법을 제공하는 개인 맞춤형 치료법이다. 맞춤의료(Personalized medicine)라는 용어로도 알려진 이 방식은 개인의 특성을 깊게 이해함으로서 질병의 원인을 더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으며, 개인에게 더욱 효과높은 치료법을 제공하여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들어 지금의 항암제 처방은 의사가 다양한 항암제 제품중 환자에게 맞다고 생각되는 제품을 선택해서 사용하는 방식이라면, 정밀의료는 환자의 알러지나 부작용 반응등을 미리 예측해서 환자에게 맞는 항암제를 1:1로 제조하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2. Predictive Medicine (예측 의학)

예측 의학은 개인의 유전정보, 환경, 생활방식등을 분석하여 질병 발병 위험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의학 분야이다. 쉽게 말하면 미래에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 미리 예측하고, 그에 맞춰 예방하는 방식의 예방적 치료를 말한다. 이런 접근법은 질병 발병 위험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는것이 가능해지며, 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개인에게 맞는 예방 전략을 개발하고 제공하여 질병 발병을 막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되면, 만약 특정질환의 가족력이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질병 발병 위험을 평가하고, 개인의 생활 패턴에 맞춰서 실천가능하게  일상에서 질병 발병 위험을 낮추기 위한 실천이 가능해지며, 특정 질병을 타게팅해서 건강검진을 통해 발병상태를 조기에 파악하는것이 가능해질 수 있다.


3. Preventive Medicine (예방 의학)

예방 의학은 치료 의학과 달리, 건강한 상태를 유지해서 질병에 걸릴 활률을 낮추는데 초점을 맞춘 의료를 말한다. 예방의학의 목표는 만성질환 관리, 의료비용 절감, 건강증진, 질병 발생률 감소이며, 이를위해 예방접종, 건강검진, 생활방식 개선, 환경개선, 건강 증진을 위한 정책개발등의 사회적 환경조성 활동을 한다.


4. Participatory Medicine (참여 의학)

참여 의학은 환자가 자신의 건강정보를 공유하고, 의료적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패러다임을 말한다. 즉, 지금까지의 의료 방식은 환자가 의사의 지시에 따라 수동적으로 처방을 따르던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환자가 자신의 건강관리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는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다. 즉, 환자가 본인의 전자건강기록(EHR)을 자유롭게 열람하면서 , 질병의 원인은 무엇인지, 치료계획은 어떻게 세워야하는지에 대해 의료진과 토의하고 질문하는 방식으로 치료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 미래의학의 중심은 ‘환자, 데이터’

4P의학을 한 줄로 정리해보면 ‘미래의학은 환자의 특성에 맞춰서 질병을 예측(예측의학)/치료(정밀의학)/예방(예방의학)하고, 환자가 치료에 참여하는 의료(참여의학)를 지향한다’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그런데 한가지 흥미로운점은 여기에서 환자라는 단어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환자가 어떤 유전적, 환경적, 생활방식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해서 그에따라 의료행위를 하겠다는것이고, 의료행위를 할때 환자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진행 하겠다는 이야기다. 즉, 미래의학의 중심은 ‘환자’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다. 이는 사용자중심서비스를 외치는 UXer로서 정말 환영할만한 방향이지만, 이를 현실화 시키기 위해서는 UX관점에서 현실적으로 풀어야할 몇가지 이슈들이 존재한다.


수집할 데이터는 많지만 얻을 수 있는 데이터는 적다. <이미지: Nature Biotech>


데이터는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

4P의학의 출발은 대부분 환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이 데이터에는 환자의 전자의무기록(EMR)뿐 아니라 유전자, 생활습관, 생활환경등의 환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말한다. 지금의 개인적인 문답에 기반하는 데이터 수집은 개인의 주관과 기억의 왜곡등 데이터의 신뢰성이 낮아서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금처럼 아플때 환자가 찾아와서 현재의 증상을 스크린샷하듯 현황을 검사하는 방식의 데이터 수집으로는 증상의 원인을 찾기는 한계가 있다. 결국 환자데이터 수집의 시기가 지금의 질환발생 시점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되어야 하며, 그 주기도 몇달 주기가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연속으로 측정되고 축적되는 방식이어야 한다. 결국 이 모든것이 환자가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제공해야 가능해지는 이야기가 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하는 데이터를 수집해야한다.

생각해보자. 아프기 전 상태의 데이터를 얻으려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이야기다.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일반인이 데이터를 쌓고 관리하려면 현재는 개인에게 꽤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그 노력을 해야할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환자 스스로 데이터를 쌓기 시작할 것이다. 한번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꾸준하게 쌓아야 한다. 하지만 일반인 특히 2030은 본인의 건강에 큰 관심이 없다. 크게 아파본적이 없기때문에 건강관리에 대한 동기부여가 안되어있는 사용자들이다. 이 사람들이 나중에 질병에 걸렸을때 데이터를 통해 미래의학의 혜택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환자를 어떻게 예방치료에 참여시킬까?’라는 ‘Patient Engagement’만으로는 부족하다. 환자가 아닌 일반인을 참여시키는 ‘General Public Engagement’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는 미래의학이 더이상 환자대상의 치료의 개념이 아니라 일반인 대상의 서비스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의료가 일상이 되어야한다.

결국 의료계에서 말하는 미래의학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이 일상에서 데이터를 축적해야 가능하며, 헬스케어가 일상의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는것이 결론이다. 즉, ‘어떻게 건강한 개인이 자신의 건강정보를 매일매일 쌓도록 만들 수 있을까?’ 이것이 미래의학을 위한 UX의 주요 아젠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용자는 내맘같지 않다. 제품이든 서비스든 만들었다고 내 의도대로 사용하는 존재가 아니다. 아무리 의사선생님이 만든 신뢰할 수 있는 의료기술, 서비스, 제품이라도 여기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만약 세상에 생각지도 못한 개념의 새로운 제품/서비스가 등장했다고 가정 해보자. 출시 초기에 사람들은 아마도 제품의 새로운 존재 자체만으로도 만족하며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않는다. 한두번 사용해보면서 이런저런 불편한점을 발견하게 되고 사용하기 편하게 제품이 개선되기를 요구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기본적인 불편했던 사항들이 어느정도 정리되면, 그다음 사용자들은 제품 사용이 편함을 넘어서 편리해지기를 원하기 시작한다. 버튼 한번으로 모든것이 처리되기를 원하고,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기 시작한다. 그래서 사용자도 미처 느끼지 못한 니즈까지 발굴해서 다양한 컨셉의 제품들을 출시하면, 이제 사용자는 제품/서비스가 나에게  맞춰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렇게 선택옵션들이 다양해지면 사용자는 이중에서 자신에게 가치있는 제품/서비스만 골라서 사용한다.


이렇게 끝없이 요구하는 사용자를 실제로 사용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사용자가 원하는것을 제시하고 그것을 활용하여 사용자가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전략 말이다. 마치 쿠팡에서 구매버튼을 누르도록 만들고, SNS에 사진을 올리도록 만들고, 당근마켓에서 장터에 올리기 버튼을 누르도록 만드는 전략처럼, 환자 또는 건강한 일반인이 자신의 건강데이터를 스스로 올리도록 만드는것도 전략이 필요하다. 사용자가 스스로 좋아해서 습관처럼 사용하도록 만드는 전략이 바로 UX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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