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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mb Jul 22. 2024

영화 <The Green Knight>

명예에 네 목을 걸라. 용기가 왕을 만든다.

일단 재개봉해준 CGV와 처음에 들여온 소지섭 선생님 만세!


맨날 착하거나 순한 역 위주로 하던

데브 파탈 선생님답지 않은 강렬한 포스터들에

아서 왕과 기사들 설화라니!

영화관에서 너무 보고 싶었는데 못 봤던 게 2021년이었대.

시간 왜 이렇게 빨라.


어쨌거나 너-무 보고 싶었던 영화는

집에서 보기 왠지 아까워 못 보고 쟁여놓게 되는데

그중 하나 되시겠다.


CGV에서 약간 갑자기 (나만 그런 거일 수 있음) 재개봉해준다고 해서

기회는 이때다! 무리해서 기어이 영화관에서 만났고,

와. 와아. 와아아. 환상적이었던 두 시간.


일단 스크린에서 봤어야만 하는 풍광이 가득한 장면들은

한 번 더 봐야 하나 싶을 만큼 어마어마했다.

가웨인 경의 여정에 등장하는 온갖 마법 같은 그림들을

영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한껏 살리는 영상으로 가득 채워서

커어다란 스크린으로 봐야만 하는, 영화. 이런 게 판타지지.


판타지임에도 서사를 확고하게 잡아주는 건

배우 선생님들의 미묘한 표정 연기와 대사들.


사랑하는 영화 <MACBETH>에서도

특유의 창백한 인상과 호랑이 같은 인상이 어우러져

내 마음속 맥더프로 단단히 각인된 숀 해리스 선생님의 아서 왕은

병색이 완연하지만 예리하고 속을 알 수 없는 눈매와 표정이 압권이었고,

설적이고 솔직한 에셀과 진실이라고는 없는 듯한 귀부인을

동시에 보여준 알리시아 비칸데르 선생님도

눈으로 기가 막히게 말하던 조엘 에저튼 선생님도

분위기 만으로 이미 영화 초반부를 결정지 새리타 커드허리 선생님과

어디든 나올 때마다 제대로 시선 잡아채는 베리 케오간 선생님도

모두 발군.


그리고 하! 데브 파텔 선생님.

원래도 연기 잘하는 편이었지만 맨날 순하고 착하고 슬프던,

로 보여주던 얼굴 뒤로 언뜻언뜻 보이던 온갖 매력이

이 영화에서 스크린 바깥으로 마구 넘쳐흐른다.


가웨인 경의 심리에 따라

예쁜 눈 순진한 눈 겁먹은 눈 갈등하는 눈에 녹슬어가는 눈까지.
그래서 그린 나이트의 채플에서 마주 보고 앉아있는 장면부터

목을 내어놓았다가 겁먹고 도망치는 장면을 넘어 변해가는

가웨인 경의 심리 묘사를 지나 번쩍, 마지막 장면으로 이어질 때까지

데브 파텔 선생님의 얼굴도 연기도 전부 너무 좋았다.

원래도 멋있는데 여기서 진짜 맘껏 멋있어서 신났어!

개인적으로는 (뭐 위에도 다 이미 실컷 개인적이지만!)

<라이언>에서도 슬픈 와중에도 너무 멋지던 특유의 머리스타일은

여기서도 크으.


그리고 이야기.

WHEN HONOR WAS EVERYTHING.

WHEN COURAGE MADE KINGS.

한국어 버전  포스터에는 "명예에 네 목을 걸라." 라고

아주 기가 막힌 해석 버전으로 되어 있는 이야기.


"명예"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구운몽>의 성진과는 다른 방향으로 깨우쳐 가는

가웨인 선생님의 텅 비어 가는 눈을 통해,

그리고 상상의 마지막 장면에서

녹색 허리띠를 끌러내는 가웨인 경의 결말을 통해

전해주는 메시지도 분명해서 좋았다.


원작 설화가 가진 환상적인 힘과 '명예'에 대한 메시지를
음향 음악 풍광 장소 연기 분위기 소품 모두가 완벽하게 완성.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 선생님 엄청나시네.


특히 마지막, 녹슬었던 눈에서 깨달음 담은 눈으로

상상에서 현실로 주욱 이어지는 시퀀스도 근사했는데

진짜 근사하던, 무섭고 겁도 나는 와중에도,

숨을 고르고 용기를 낸 가웨인 경의 마지막 말

"I' m ready. Now I'm ready."


고민이나 조언이 필요할 때 딱 맞는 영화 만나는 운은 정말이지.

영화관에서 봐서 너무나 다행이었던

<THE GREEN KNIGHT>.


#iamready #nowiamready #myhonor
#thegreenknight #sirgawainandthegreenknight

#davidlowery #devpatel #boascultur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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