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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위대한 기업의 선택(2)

2> 경험적 창의성 ; 좋은 아이디어도 실행 전에 반드시 검증을 거쳐라 


불확실한 세상일수록 창의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그러나 극한 환경 속에서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는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남극점 탐험을 두고 경쟁하던 아문센과 스콧 경은 준비물부터 달랐다. 스콧 경은 이동 수단으로 힘 좋고 잘 달리는 조랑말과 당시에 새롭게 개발된 첨단의 설상차를 준비했다. 추운 날씨에 대비한 옷은 영국이 잘 만들던 모직 천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조랑말은 추위에 약했고 이동 중엔 땀이 났다가 쉴 땐 땀이 식어 더욱 견디기 힘들었다. 설상차는 산업혁명 시대에 개발된 첨단 제품이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고장이 났다. 모직 천은 습기가 차서 혹한 날씨에 적합 지 않았다. 

반면 아문센은 철저히 검증된 수단을 택했다. 고향 노르웨이는 북극지방과 가까워서 이누이트 족과 교류가 많았는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추위에 강한 개 썰매를 이동 수단으로 선택했다. 유사시에는 식량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옷은 보기엔 투박해도 극지방의 혹한 날씨에 좋은 털가죽 옷을 입었다. 결과적으로 아문센은 큰 문제없이 남극점에 도착했지만 스콧 팀은 말은 죽고 설상차는 고장이 나는 바람에 마지막엔 거의 걸어서 남극점에 도착했다. 

코로나 19 사태가 왔을 때 한국은 초기에 감염자 수가 중국 다음이었으나 모범적인 대처로 부러움을 사고 있다. 과거 사스나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신종 바이러스엔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는 교훈을 되새겼기 때문이다. 반면 대응을 느슨하게 하고 집단면역이란 실험적 제도를 도입한 스웨덴은 확진자 100명 당 최고의 사망률을 기록했다. 실패했다 하더라도 대가가 적은 상황에선 과감한 실험을 해도 괜찮겠지만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위중한 상황에서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실험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 경영에선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에자일(agile) 조직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통적 조직에선 리더가 중심이 되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전략 수립과 실행을 하는 구조다. 리더는 전략의 예측도를 높이기 위해 조사와 분석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 실행 속도가 늦고 중간에 계획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반면 에자일 조직에선 예측의 완성도나 장기 계획보다는 빠른 실행과 학습에 무게를 둔다. 최소 요건 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을 만들어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실제 반응을 체크하고 다시 수정 보완하는 사이클을 계속 밟는다. 

시장에서 성공하는 제품은 기술을 획기적으로 혁신한 제품이 아니라 그것이 소비자에게 주는 가치 혁신이다.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최소 요건 제품(MVP)이 나오면 소비자 반응부터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소비자는 보지 못한 것을 상상으로 대답할 수 있지만 실제 사용했을 때의 반응은 상상했던 것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집단 면역이 이론상으론 그럴듯해도 현실에선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3> 편집증적 점검 ; 귀찮아도 위기에 대비하고 개선점을 찾아라


불확실한 극한 환경일수록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남극점에 가까이 갈수록 생명체가 살기 어려워 사냥이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식량을 얼마나 준비해 가야 하나? 

아문센은 빨리 도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돌아올 때 식량이 떨어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위도가 1도 변할 때마다 식량 저장고를 만들어 거기에 식량을 보관하기로 했다. 돌아올 때 찾기 쉽도록 깃발을 달고 근처 1/4 마일마다 별도의 표식을 해 위치를 못 찾아 헤맬 수 있다는 염려를 없앴다. 일부 대원들은 그냥 모든 식량을 다 갖고 다니면 편한데 1도 변할 때마다 매번 비슷한 작업을 하면 번거롭기도 하고 일정이 늦어진다고 불편해하기도 했지만 아문센의 대비는 멈추지 않았다. 극점에 가까이 갈수록 많은 식량을 귀환용으로 저장해 두었기에 짐이 줄어 오히려 속도가 빨라지기도 했다.  

스콧 경은 식량을 갖고 다니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비상용으로 큰 저장고 두 개만 만들어 식량을 비축해 두고 나머지는 모두 가지고 이동했다. 그러나 스콧 경과 그의 동료들은 귀환 도중 영하 40도 날씨 속에서 친 텐트 안에서 모두 사망했다. 그가 남긴 일기 마지막 장에는 이미 일주일 전에 연료가 바닥이 났고 5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쓰여 있다. 거센 눈보라가 8일 간 몰아쳐 이동할 수도 없다고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역시 아직 치료 백신이 안 나온 상태이기 때문에 조금도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 방역과 검사 그리고 증상 의심자의 격리 등이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로 복귀하기 전에 애니메이션 업체 픽사의 CEO였다. 이 회사는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 니모를 찾아서, 몬스터 주식회사, 인사이드 아웃 등과 같은 수많은 히트작을 냈는데 그 비결 중의 하나가 After Action Review다. 한 편의 제작이나 프로젝트가 끝나면 관련자들이 모여서 그동안의 과정에 대해 리뷰를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세 가지 질문이 포함된다. 첫째는 이 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반복하고 싶은 것 5가지, 반복하고 싶지 않은 것 5가지를 이야기한다. 사후 평가에선 대부분 좋은 것만 이야기하는데 반복하고 싶지 않은 것까지 이야기 함으로써 다음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가정법 질문이다. 이 번 영화에서 감독이 A가 아니고 B였다면? 주제곡을 C가 아니고 D가 불렀다면? 조명을 E방식 대신에 F방식으로 했더라면 등과 같이 다양한 가정법 질문을 함으로써 다음 작품에 참고할 수 있는 풍부한 자료를 만든다. 세 째는 리뷰 진행자가 이 작품과 관계없는 사람이 진행함으로써 결과가 객관적으로 되도록 노력한다.  픽사는 이미 성공한 작품이라도 자화자찬으로 끝내지 않고 집착이라고 할 정도의 점검을 함으로써 지속적인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앞에서 예를 들었던 노키아나 코닥은 성공의 덫에 빠져 시대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사례들이다. 반면 넷플렉스는 창립부터 지금까지 끊임없는 점검과 변신을 통해 더욱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1997년 DVD 대여 사업을 시작한 넷플릭스의 초기 모델은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건당 비용을 받는 모델이었다. 그러나 2년 뒤 월간 구독 모델로 제시했고 많은 고객들의 환영을 받았다. 그 당시 경쟁사인 블럭버스터는 주택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마다 대여점이 있고 대여비도 저렴하여 고객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연체료가 비싸다는 불만이 높았다. 넷플릭스는 고객들의 이런 불만을 놓치지 않고 월간 구독료를 내면 무제한으로 DVD를 볼 수 있는 모델로 기민하게 전환했던 것이다.

2007년에 들어서는 스트리밍 사업을 시작하였고 제휴를 통해 영화뿐만 아니라 TV 프로그램, 비디오 게임, 다큐 먼 타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였다. 2010년 캐나다 진출을 시작으로 공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였으며, 2012년부터는 직접 콘텐츠 제작에도 나섰다. 2019년 4분기 넷플릭스의 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1 6700명이며, 매출액은 54 6700만 달러(약 6 3600억 원)로 동기 대비 30.6%가 증가한 금액이다. 주가는 10년 전에 비해 4281%가 올랐다. CNBC가 2010년대 미국 최대 주가 상승 기업으로 선정했다. 현상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시장을 재점검하고 그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 것이 넷플릭스 성장의 원동력이다.


정리하겠다. 짐 콜린스는 현대 경영 환경을 아문센이 남극을 탐험할 때처럼 극한 환경이라 했다. 극한 환경일 때의 선택과 정상적인 환경일 때의 선택은 달라야 한다. 짐 콜린스는 구체적으로 3가지를 제시했다. 그냥 원칙이 아니고 광신적 원칙, 그냥 창의성이 아니고 경험적 창의성. 그냥 점검이 아니고 편집증적 점검. 

지금 우리가 겪고 잇는 코로나 사태 역시 예측하기가 힘들고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건이란 측면에서 남극 탐험과 같은 극한 환경이다.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성공적인 길을 걸어온 아문센과 '10X 기업'들의 선택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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