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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an 28. 2020

사르나트 이야기

붓다가 태어난 곳, 인도

몇 년 전, 한 불교 잡지에 불교 국가 여행기를 주제로 1년 간 글을 연재한 적이 있습니다.

오래 전의 글이라 부족한 면도 보이지만, 제가 담지 않았던 새로운 지역에 대한 글들도 보여서 올려 봅니다. :)

앞으로 인도, 티베트, 스리랑카, 태국, 버마, 네팔의 불교 여행기가 담길 예정이에요.

재미나게 읽어 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합니다.  :)




길을 찾아 길을 떠나다
꿈을 이루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의 당위성을 찾아야 했다. 서른을 맞으면서 “꿈과 행복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은 내 삶을 관통하는 가장 큰 화두가 되었다. 이 화두에 대한 답을 길 위의 경험들을 통해서 찾고 싶었다. 때로는 가까이서 보는 것보다 멀리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으니까. 진정한 꿈과 행복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왕궁을 떠났을 때 부처님의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그렇게 집을 떠난 부처님 역시 길 위에서 깨달음과 행복을 찾지 않았던가.
우리 집안은 전체가 불교를 믿어왔다. 중학생 때부터 부모님이 한결같이 참선 수행을 단정하고 정성스럽게 하는 모습을 보며 자란 나는 대학생이 된 후 자연스럽게 참선 수행과 인연을 맺었다. 참선 수행을 통해 나는 참으로 소중한 인연을 맺었고 나 자신의 마음자리와 본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결국에는 내 안에 모든 답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굳이 길을 떠난 이유는 더 많은 세상을 보고 싶은 호기심과 모험 때문이었다.


부처님의 나라 인도에 도착하다
미약한 불교 수행과 이론만 간직한 채 출발한 나의 여행은 티베트, 네팔과 인도의 국경지역 소나울리(Sonauli)를 넘어 바라나시(Varanasi)에 닿았다. 인도에 들어오면서 나는 내내 가벼운 흥분을 느꼈다. 비록 신실하지 못한 불자이긴 했지만 부처님이 계셨던 이 나라에 지금 내가 있다는 기쁨과 흥분이 훨씬 컸다. 나는 부처님과 관련된 곳들을 방문해 보는 여정을 계획했다.
신성한 강 갠지스(Ganga)가 흐르는 힌두교의 성지 바라나시는 불교의 4대 성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바라나시는 바로 부처님이 처음 설법을 하신 녹야원(현재의 사르나트 Sarnath)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2500년을 거슬러 현재와 역사가 맞닿은 곳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기로 결정하자 마음이 너무나 벅차오르면서 경건해진다.



사르나트에서 느낀 벅찬 감동
사르나트에 가려고 마음을 먹고 게스트하우스를 나서려는데, 일본 친구 한 명이 자기도 그곳으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오토릭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인도에서 택시보다 흔히 만날 수 있는 교통수단은 요란한 소리를 내는 소형 엔진을 단 삼륜차, 바로 오토릭샤다. 일본인 친구와 함께 혼잡한 바라나시 거리를 달려 12km 남짓 떨어져 있는 사르나트로 향했다.
인도에서는 무더운 시기에 해당하는 3월이라 온 몸에서 후덥지근한 기운이 가시지 않았는데, 사르나트에 도착하자 뭔가 서늘한 바람이 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머릿속이 청명하고 맑아지는 기분. 그렇게 혼돈과 번잡 그 자체인 바라나시에서 불과 몇십 분 떨어진 곳에, 그것도 카오스의 나라인 인도에 이렇게 정갈한 곳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사르나트의 다른 이름은 녹야원(鹿野園). 부처님께서 35세에 깨달으신 이후 첫 설법을 하신 곳이다. 무려 높이 34m에 이르는 다멕 스투파를 따라서 한 바퀴 걸어 본다. 그렇게 2500년 전과 현재가 맞닿는다. 이 사이에 이 곳, 사르나트에서는 셀 수 없는 사람들이 태어나고, 사랑하고, 진리를 찾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다들 삶이라는 장을 경험했겠지. 그 수많은 사람들을 거슬러 2500년 전과 지금의 내가 한 공간에서 연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혹시나 내가 부처님이 계셨던 당시에 이 주위를 스쳐 갔던 촌부만 되어도 얼마나 큰 복일까 라며 잠시 생각해본다. 어쩌면 그 인연으로 지금 내가 이곳을 다시 찾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 사르나트(Sarnath)



정갈한 신도들과 순수한 아이들

잠시 주변을 둘러보자 스리랑카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신도들이 하얀 옷을 정갈하게 차려 입고 차분히 앉아서 명상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부처님 계실 시에 이렇게 가르침을 받았던가 싶다. 그렇게 소소하게 시작된 가르침이  세계에 걸쳐,   년의 시간에 걸쳐 개인 개인에게 닿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새삼 느낀다.
그나저나 역시 인도는 인도다. 호기심 많고 장난기 많은 아이들에게 부처님의 첫 설법지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볼 때마다 빠져들 것 같은 검고 큰 눈을 가진 어린아이들은 외국인들과 그들이 손에 쥐고 있는 카메라가 궁금했나 보다. 한 치의 거리낌도 섞이지 않은 순수함. 어쩌면  길을 돌아서라도 우리가 다시 찾고 싶어 하는 본모습은 이런 아이 같은 순수한 마음인지도 모른다.


값싼 침대칸 기차를 타고 찾은 보드가야

사르나트에서의 벅찬 감동을 간직한 채 아주 싼 가격에 잠을 자면서 이동도 할 수 있는 인도 기차, 슬리퍼 클래스(sleeper class)를 타고 보드가야로 향했다. 기차에 앉아 창밖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그 속도에 맞게 마을과 사람들의 모습을 찬찬히 바라보는 시간. 산들산들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 내가 인도 여행 중 정말 사랑하는 시간이다. 단순히 인도를 바라보는 외국인 여행객이 아니라, 아주 조금은 그 안에 참여하는 사람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가격과 청결도 면에서 모두 적절한 미얀마 사찰의 숙소에 머물기 위해 가던 길 위에서 나는 비하르 주의 실상을 조금은 접할 수 있었다. 비하르(Bihar) 주는 인도에서도 가장 가난한 축에 드는 곳이다. 지나왔던 델리, 바라나시와는 또 달리 옷차림에서부터 풍족하지 않은 경제적 상황을 느낄 수 있었다. 보드가야는 개발이 전혀 되지 않은 허허벌판의 시골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느껴지는 사람들의 밝음, 환한 미소는 다른 곳에서 쉽게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처음에 3일을 계획하고 방문했지만, 이내 기간은 일주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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