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세 Jan 26. 2018

[개인출판] 내가 알아서 책 낼게 신경 쓰지 마

섣부른 의지의 시작

내가 알아서 책 낼게 신경 쓰지 마_00




브런치 작가 지원 공모에 떨어지고, 나는 굉장히 서운하고 삐져있고 무기력했다.

어차피 나 좋자고 쓴 개인적인 글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기적을 바라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보잘것없는 글들이지만 왠지 외면당한 것 같이 불쌍하고

내가 이렇게 개미처럼 꾸준하게 뱉어내는 글들이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온라인에서 호응을 받는 것도 아니고, 이 브런치는 내 현실 지인들은 아무도 모른다.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는 글을 계속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지?

평소에는 관심 종자들을 얕잡아 봤지만

사실은 나도 관심받고 싶어 미칠 지경이라는 거, 사랑받고 싶어 죽을 거 같다는 거,

그걸 인정해야 했다. 


열심히 쓴 글들이 이렇게 사장되어 버리겠구나...

싶었는데 동생이 솔깃한 제안을 해 주었다.



"그냥 자비로 출판해봐"



동생은 작년 여름에 <저기, 왜 그렇게 꼬여있어>를 자비로 출판해 독립서점에 뿌리며

자신의 '퇴사기'와 자신의 꼬인 성격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본인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누가 독립서점에서 남의 개인적인 출판물을 사서 볼까, 싶었는데

'퇴사' 포인트가 있어서인지

저렴하고 가벼운 책이어서인지 

판매부수가 꽤 되었다. 


동생은 원고 편집 프로그램만 알면 편집도 별로 어렵지 않고,

인쇄소에 넘겨서 인쇄물 받고 여기저기 독립서점에 뿌리면 끝이라고 했다. 



"별로 어렵지 않아, 의지만 있으면."



그 말에 고무된 나는, 

일단 원고는 다 있고 나름대로 재밌는 글이라고 생각하니까 조금만 뽑아서 돌려보기로 했다.

어차피 돈 벌자고 벌이는 일도 아닌 데다가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만약 사람들의 반응이 없어도 

그냥 개인 소장하면 되는 거라고 어느 정도 자기 방어막도 세워두었다. 



개인 출판을 하자! 

그렇게 마음먹은 순간부터 얼른 결과물이 받아 보고 싶어서 마음이 들떴다. 

흥분해서 온 방안을 헤집고 다니는 방정맞은 생쥐가 된 기분이었다. 

이미 원고는 두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그냥 편집해서 인쇄만 하면 끝!


그렇게 가볍게 생각을 했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그런 안일한 생각이 나를 지옥의 구렁텅이로 끌고 간다. 

악의 세력은 다른 데서 오는 게 아니라 내 안에서 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될지도 모른 채,

나는 세상에 나오게 될 내 첫 번째 책을 상상하면서

예전부터 열망해오던 '작가의 말'을 뭐라고 쓸까 고민을 하면서

한껏 벅차오르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본능적인 미적 감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