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는 시간]
알고 지낸 지 37년 된 친구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함께 보낸 추억의 시간을 꺼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존재가 있습니다.
언제 만나더라도 어제 만난 것 같은 그런 사이입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시간이 너무 빨리 갑니다.
10대는 10km,
20대는 20km,
60대는 60km로 간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 거 같습니다.
다행히 정부 덕분에 1km가 느려지긴 했네요.
시간이 너무 빨리 가다 보니 가끔 옛날 생각이 떠오르면 서글픕니다.
내가 이렇게 나이가 들었나 싶거든요.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이나 학교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았던 때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아니까요.
제 삶에서 가장 오래된 친구는 어릴 적 제가 살던 동네 친구입니다.
정확히는 형들이지만,
한 두 살 터울이기에 친구처럼 편하게 지냅니다.
국민학교를 들어가기 전에 옆집에 살았던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바로 옆집이라 항상 어울렸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희한한 것이 한 살 위 형인데,
어쩌다가 형이라는 호칭 없이 친구처럼 지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시절에는 그랬나 싶고요.
암튼 그 친구를 통해서 동네 형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매일 같이 야구, 축구등의 운동을 하거나
컴퓨터 게임, 장기 등을 하며 신나게 놀았습니다.
형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매주 일요일마다 근처 학교에서 만나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시절 시간이 너무 소중했네요.
응팔의 마지막처럼 각자 집이 하나둘씩 이사를 가면서 만나기가 힘들어졌고,
20살이 지나고 학교를 다른 지역으로 가다 보니 더욱더 힘들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각자 형제들끼리 다 같이 모여서 놀았습니다.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아서 너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나이가 들면 추억으로 먹고 산다는 말이 이해가 되더군요.
한동안 각자 인생을 위해 일을 하다 보니 거의 만날 수가 없었던 우리는,
형들이 한 명씩 결혼을 하면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몇 년 만에 만났지만 어색하지 않은 사람들.
그런 존재가 진정한 친구가 아닌가 저는 생각합니다.
다들 결혼을 한 뒤로 명절에 보기 정말 힘들어서,
이번 추석에는 그중의 한 명과 시간이 맞아서 보기로 했습니다.
제 친동생과 함께 말이죠.
오랜만에 보는 형, 제 동생과 어린 시절 추억을 이야기하며
행복을 나눌 생각 하니 기분이 좋네요.
제게 37년 지기 친구인 형은
제 어린 시절 소중한 추억의 한 페이지를
함께 열어주고 행복을 주는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