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는 시간]
“괜찮아요. 이제 마음 쓰지 마세요.
어머니도 어머니가 처음이시잖아요.
항상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몇 년 전 늦은 밤에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아들, 밥 뭇나? 별일 없지? 오늘 TV 보다가 생각났는데, 엄마가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잖아. 그래서 어떻게 너희들을 키워야 할지 어떻게 훈육을 해야 할지 잘 몰랐어. 엄마가 뭘 몰라서 그랬어. 미안해. “
그 뒤로도 가끔씩 어머니는 TV를 보시다가 어릴 적 제가 생각나시면 전화를 하시고는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때마다 저는 괜찮다고, 기억도 안 난다고 안 미안해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립니다.
어릴 때는 어린 마음에 어머니를 미워하기도 원망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많이 혼을 내시나 싶고, 왜 내 마음을 몰라주시나 싶었습니다.
저도 TV를 보다가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응답하라 1988에서 성동일은 생일 케이크로 마음이 상한 딸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잘 몰라서 그려. 이 아빠도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아니잖아.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니깐... 긍께 우리 딸이 쪼까 봐줘 “
처음부터 모든 걸 전문가처럼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이번 생은 처음이라 도전과 실수를 통해서 성장해 갑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입니다.
제가 어릴 때의 어머니 연세보다 많아진 요즘 어머니가 이해가 됩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 적었다 보니, 누구한테 배우시기도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가 어릴 적 어머니는 지금의 저보다 한참 젊으셨습니다. 어머니도 젊은 연세에 처음 부모가 되셔서, 모르고 서투른 것 투성이었을 겁니다. 어떻게든 자식들을 잘 키워보시겠다고, 어렵고 힘든 상황을 극복하려고 정말 많이 노력하셨다는 걸 아니까, 오히려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어머니 연세 때는 철 없이 사고만 치고, 스스로 뭐 하나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천둥벌거숭이였거든요. 그러나 어머니는 그때 저와 제 동생을 낳으시고 잘 키우기 위해서 매일 엄청난 노력을 하셨으니까요.
무뚝뚝한 부산 남자라, 어머니께 직접 말씀은 잘 못 드리는데요. 나중에 여기 적은 글을 지로 써서 보내드려야겠습니다.
“어머니, 괜찮아요. 이제 마음 쓰지 마세요.
어머니도 어머니가 처음이셔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셨을 수밖에 없었잖아요.
어린 나이에 정말 많이 힘드셨을 텐데, 저희를 키우느라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