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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반려 친구가 있나요?

[나를 알아가는 시간]

by Changers

제 평생에 잊지 못할 반려 친구가 있습니다. 이름은 방울이입니다.


방울이는 저보다 6개월가량 빨리 태어났다고 했습니다. 방울이를 어떻게 데려왔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넷째 고모에게 받았다고 들은 기억이 납니다.


나라는 존재를 제가 인지하기 전부터 녀석은 제 곁을 지켰습니다. 요즘 유튜브에서 많이 보이는 개와 아기의 모습이 40년 전 우리 집에도 있었습니다.


능력이 꽤 괜찮으셨던 할아버지 덕분에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 수 있었습니다. 대략 100평 정도 되는 마당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곳에서 방울이와 저는 매일 뛰어다니며 놀았습니다.


사진첩을 보면 항상 제 곁에 있었습니다. 제 기억 속에서도 방울이는 항상 제게 꼬리 치며 자기와 같이 놀자고 저를 유혹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장난기가 많았습니다. 방울이와 털을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버리기도 하고, 꼬리를 잡고 막 흔들기도 했습니다. 등에 올라타서 앞으로 가자고 소리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방울이는 한 번도 제게 짖거나 저를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우연히 저, 동생, 방울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봤는데, 귀찮아하거나 싫었던 적도 있었겠다 싶습니다. 그럼에도 항상 저와 함께 해줘서 고맙습니다.


IMG_6975.JPG


방울이와 우리 가족은 아주 신뢰가 두터웠습니다. 방울이는 2번의 출산을 했었는데, 자신의 새끼를 우리 가족들에게 보여줬습니다. 아주 작고 소중한 새끼들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특별히 목줄을 하지 않고 대문 밖을 나가더라도 항상 저와 제 동생의 주변을 벗어나지 않고 함께 다녔습니다.


어느 날 저와 함께 뛰며 놀다가 차에 치여서 발을 심하게 다쳤습니다. 피가 아주 많이 났고, 뼈가 보일 정도였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동물병원이 거의 없던 시절이라, 아버지께서 약을 발라주시고 붕대로 감아주셨습니다. 한 달 넘게 집안에서 함께 있으며 간호를 했었습니다. 다행히도 다시 나아서 저와 함께 예전처럼 놀았습니다.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초등학교 4, 5학년 때쯤이었습니다. 어느 날 방울이가 사라졌습니다.


“방울이가 나이가 많이 들고 힘들어해서 좋은 곳으로 보내줬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날 밤, 저는 밤새 펑펑 울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으로 방울이에게 말했습니다.



“좋은 곳에 가서 아프지 말고 잘 지내고 있어.
나중에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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