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는 시간]
서울에 올라와서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생존을 위해 살았습니다. 가진 것도 없이 올라왔으니 당장 먹고사는 게 중요했습니다. 내일, 다음 달, 내년을 항상 걱정하며 매일매일 열심히 살았습니다.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가 행복이 찾아올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 희망 하나로 살아오던 제게 충격적인 일이 생겼습니다. 저보다 더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고, 남들 부럽지 않을 만큼 성공한 친구가 우울증으로 하늘나라로 간 것입니다. 그것도 절 마지막으로 만나고 1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말입니다.
친구를 보내면서 제 마음의 소리가 말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 주는 일을 하자고. 심리 상담을 전공한 것은 아니라서 전문적인 상담은 안 되겠지만, 그동안 살아오며 다양한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해 준 경험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그럼 어디서 그 일을 할 수 있을까?’
아프리카 TV를 통해서 시작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퇴근하고 자기 전에 아프리카 방송을 보며, 사람들이 왜 아프리카 TV를 많이 보는지 그 심리를 파악했습니다. 다양한 콘텐츠의 방송을 보는 것 같지만, 채팅 내용을 보면 대부분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고 위로받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그래! 이거야!'
이곳에서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고, 해결해 주는 BJ를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 기준으로 지은 제 아프리카 TV BJ 명은 해결 대장이었습니다. 촌스러울수록 사람들의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여러분 기억 속에 해결 대장이 남았다면 제 의도는 그때나 지금이나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냥 고민 상담만 하면 들어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1부에서는 가볍게 먹방을 하고, 2부에서 고민 상담 시간을 가지려고 했습니다. 지금이야 너무 많은 BJ와 유튜버가 있지만 8년 전만 해도 지금의 10% 수준도 안되었습니다.
첫 방송하는 날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치킨 먹방을 했습니다. 저녁 7시에 방송을 켰습니다. 10분이 지나도 단 한 명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한 명은 들어오지 않을까라는 제 생각은 처참히 박살 났습니다. 첫날부터 장사가 잘되면 누구나 다 BJ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으로 먹방을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먹고 있는데, 'OOO 님이 입장하셨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보였습니다. 너무 반가웠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서..." 'OOO 님이 퇴장하셨습니다.' 그렇게 제 첫 시청자는 제 환영인사를 다 듣지도 못하고 나갔습니다. 그 뒤로 방송이 끝날 때까지 단 한 명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마음을 추스르려고 해도 잘되지 않았습니다. 더 생각을 하면 스트레스가 심할 것 같아서, 일찍 자버렸습니다. 다행히 잠을 푹 잤더니 멘탈이 회복되었습니다.
'오늘의 해가 떴으니 다시 마음잡고 시작해 보자!' 오늘은 내가 2번째로 좋아하는 메뉴인 족발을 준비했습니다. 집 근처 맛집에서 포장해서 한상 푸짐하게 차렸습니다. 술과 함께 먹어야 하는 메뉴이지만, 19금이 걸리면 가뜩이나 안 들어오는 채널에 허들이 생기니 참았습니다.
어제와 같은 저녁 7시에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매일 저녁 7시에 방송을 시작하기로 스스로 생각했고 방송에서도 얘기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관심이 없지만 저와의 약속부터 지켜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신입 BJ 해결 대장입니다. 오늘은 족발을 준비했습니다. 저희 집 근처에 아주 맛있고 유명한 OO 족발에서 가져온 것인데요. 블라 블라 블라..."
소개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시청자 한 명이 들어왔습니다. 아니, 한 분이 들어와 주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오늘 메뉴는 족발인가요?"
"네, 오늘은 족발입니다."
"맛있게 먹어주시나요?"
"너무 맛있는 족발이라 맛있게 먹어질 것 같아요."
그렇게 대화를 나누던 와중에,
'OOO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OOO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OOO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갑자기 시청자가 4명이 되었습니다. 어제는 한 명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오늘은 4명이나 들어와 주시다니... "들어와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족발을 맛있게 먹으면서도, 먹고 나서도,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방송을 했습니다. 군대를 입대 3개월을 남겨놓은 분, 고3 수험생, 경찰관, 사무직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의 고민을 하나씩 들어주고, 다 같이 그 고민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4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매일 밤 11시에는 방종을 하기로 정했기에 내일 다시 만나자고 얘기했습니다.
'과연 내일도 다 들어와 주실까?' 놀랍게도 그중 3명이 내일 다시 들어와 주셨습니다. 그렇게 1~2명씩 시청자가 꾸준히 늘기 시작했습니다. 시청자가 늘기 시작하니 재미가 붙어서 더 열심히 했습니다. 중간에 별 풍선도 받고, 리액션도 개발했습니다. 제 팬들이 조금씩 늘어간다는 게 너무 신기했습니다. 제 채널의 고정 매니저를 하고 싶다는 팬들도 생겼고, 팬미팅을 하자는 팬들도 있었습니다.
정말 작은 채널의 BJ였지만, 누군가의 관심을 받고, 나와 소통하며 위로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행복했습니다. 저는 이럴 때 행복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개인 사정으로 3개월 정도밖에 방송을 하지 못했지만,
어떤 과감한 도전도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