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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지우 Oct 21. 2023

제가 알아서 할게요

A:  어제 고생하셨죠?

나: 많이 무겁더라고요.

B: 00 님, 우리끼리 있을 때 그런 말 해도 괜찮지만 다른 데 가서는 그런 말 하지 마요. 

나는 예전에 그보다 더한 것도 들었어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야 또 불러주죠. 이 일 계속하려면 잘 생각하셔야 할 거예요.


새로운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나눈 얘기다. 

무거운 걸 무겁다 했을 뿐인데 B한테서 훈수를 한 바가지 들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해야겠다고 결정 내린 건 아니지만 허투루 한 적 없는데 업계에 5년간 있었다는 B는 나름의 경력 자랑과 걱정을 담아 이런저런 얘기를 그 뒤로도 30분간 더 쏟아냈다. 


<여덟 단어>라는 책에서 길을 가르쳐 줄 때 미국인과 한국인의 차이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다인종 국가인 미국은 '너와 나는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라는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길을 가르쳐 줄 때 가능한 한 객관적인 정보를 주는 반면, 우리는 '너와 내가 생각하는 바가 비슷하다'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저어~기"라고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도 "음 저기를 말하는구나" 하고 알아듣겠지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나고 생각해 보면 B의 마음을 이해 못 할 것도 없다. 결혼하고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 일을 다시 시작했는데 업계에서 자리 잡아가는 자신이 뿌듯하기도 하고 자신은 열정적으로 일에 임하는데 남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니 답답한 마음에 이것저것 알려 주고 싶기도 했을 것이다. 

나는 내가 맡은 일은 책임지고 하지만 B와 같은 마음일 수는 없다. 

각자의 상황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  


"내가 알아서 해요"

사춘기 청소년이 부모의 간섭이 귀찮을 때 하는 말이다.  

사춘기 청소년도 간섭이 싫은데 사십춘기인 나는 오죽하랴. 


어른은 자신이 한 말, 한 행동에 따라오는 모든 결과를 책임진다. 그러니 경력이 짧든 길든, 나이가 적든 많든 한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다면 어른이다.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데 아무리 좋은 의도에서 나온 말이라도 지나친 충고는 간섭이다. 정말 위한다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친절하게 적극적으로 도와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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