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사상 최악의 압사 사고를 추모하며
1.
원래는 다른 이야기를 잔뜩 쓰려고 했는데 전부 까먹어 버렸다. 물론 한 달에 한 번씩 하고 있는 독서토론도 좋았고, 남편의 출장으로 빈 집에서 혼자 잘 잤다는 이야기도 하고 싶었지만 가장 뇌리에 남는 건 이태원 참사다.
2.
언론의 세대 간, 성별 간 파벌 갈라 치기가 심하다고는 느꼈는데, 이번 참사에서도 언론의 일부 보도에 혀를 찼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근력이 약한 여성은 같은 압력을 받더라도 견디기가 어려웠을 것 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그 뒤가 이상하다. 죽은 사람들 인스타를 뒤져서 다이어트를 했는지 아닌지를 다 파악했다는 말인가? 마치 다이어트가 죽음의 원인이 된 듯한 뉘앙스를 준다.
이건 내가 민감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죽음의 원인으로 뭔가를 명시할 때는 그에 대한 반향을 생각해야 하는데 근력이 약하다 -> 압사에 약하다. 에 더해서 다이어트를 했다 -> 근육량이 적다. 는 너무 갔다. 이것뿐만 아니라 마약을 했다느니, 유명인을 구경하러 갔다느니, 굳이 거기까지 놀러 갔다느니.. 하면서 사상자에 대한 험한 말들이 너무 많다. 놀러 간 게 죽을죄는 아니다.
3.
만약 위의 기사가 "운동을 해서 근력을 키워라 20대 여성들이여!" 하는 주장을 하고 싶었다면 그것보다 좋은 방법이 있다. 바로 어딘가에 깔렸을 때 기도를 확보하는 법이라던지 주변에 심정지가 온 사람이 있을 때 CPR을 하는 법을 안내하는 거다.
1) 압사를 방지하는 자세
만약 가방을 메고 있다면 가방을 앞으로 끌어안아서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한다.
이참에 알아 두자. 중요한 건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
근데 저런 자세를 하면 팔이 부러질 수도 있다는데 팔과 심장 중에 중요한 걸 먼저 생각해 보자.
2) CPR 하는 법
https://www.youtube.com/watch?v=YMlJnwf4dSE
행안부에서 친절하게 영상과 가이드를 주었으니 참고.
나는 예전에 스쿠버다이빙 레스큐 자격증을 딸 때 배운 적이 있다.
그때는 더미로 했는데, 사람을 할 때는 가슴이 푹 들어갈 정도로 힘을 주어야 한다고 한다.
과연 그 상황이 오면 나는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겁이 나지만 적어도 가족들이 쓰러졌을 때는 할 수 있어야겠지.
1분에 100회는 굉장히 빠른 속도니 1명의 요구조자 옆에서 적어도 2~3명이 번갈아서 하는 게 좋다고 한다.
4.
가을밤, 앞날이 창창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었다. 아깝고 안타깝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