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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Apr 03. 2024

관계속의 기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살면서 어마무시하게 많은 관계를 맺는다.


부모를 비롯한 가족, 친척, 친구, 학교 선후배, 직장 동료, 동호회 회원, 교회 성도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관계를 형성한다. 사업파트너처럼 사업상의 이해로 맺어지는 관계도 많다.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 경우를 '지인'이라고 한다.


솔직히 난 '지인'이란 관계나 명칭에 익숙하지 않다. 다 성장한 아들에게 어제 누구와 술을 먹었나 묻거나, 주말에 누구와 여행을 갔다 왔나 물으면, 아들은 항상 '지인'과 함께 했다고 하며 불편한 질문을 회피한다. 사실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아버지인 내게 말하기 싫다는 것을 안다. 왜냐하면 아들의 지인은 여자일 가능성이 높다. 어떤 관계의 여자인지를 궁금해하는 아버지에게 설명하기는 솔직히 귀찮다.( https://brunch.co.kr/@jkyoon/493 ) 지나가는 관계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까...


탄생하며 부모라는 관계가 생긴다. 이는 선택할 수 없는, 하늘이 맺어준 것이라 천륜이라고 한다. 사실 선택하지 못하는 부모라는 관계가 인생의 상당 부분을 좌우한다. 아니 결정한다. 어떤 부모를 가졌는지가 보육, 양육, 교육을 비롯해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준다. 가치관이 평생 동안 이루어지는 모든 결정의 기준이 된다. 그리고 유전자를 통하여 유전병을 비롯한 가족력이란 것을 부모에게 받는다.


모든 관계에는 서로 상대방에 대한 기대가 있다. '내리사랑'이라는 용어가 있기는 하지만 정말 기대 없는 관계가 있을까 싶다. 부모에 대한 기대가 없을 수 있을까? 부모도 자식에 대해 기대가 있다. 기대 없이 주기만 할 수 있을까? 아버지의 사랑과 어머니의 사랑이 다르다는 이야기가 있다. 모성애는 절대적이지만 부성애는 조건부란 얘기다. 아버지의 기대를 충족하는 자식에게만 사랑을 베푼다는 것이다. 즉 기대 충족이란 조건이 붙는다는 얘기다. 이 생각에 당신이 흔쾌히 동의한다면, 당신은 아직 가부장적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당신은 무엇을 기대하고 배우자를 선택했나요?


모든 선택에는 기준이 있는데,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선택했나요? '아낌없이 주는 것'이라 정의되는 말도 안 되는 사랑으로 결혼하셨나요? 첫눈에 내 운명이라고 느꼈나요? 만약 그런 사랑으로 결혼했다면 가장 이상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과학과 공학에서 이상(ideal)이란 사실 실존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많은 사람이 기대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지요.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부모 가족과 가장 이상적으로 선택하고 싶었던 배우자를 제외한 다른 관계를 보면 기대와 관계의 밀접도는 보통 비례합니다. 친구에게 무엇을 기대하나요? 직장 상사와 동료에게는 어떤 기대를 갖고 있나요?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에게 당신은 무엇을 기대하나요? 기대는 있지만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큰 기대가 아니기에 충족되기 어렵지 않고 그래서 오래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설혹 관계가 틀어진다 해도 크게 상심하거나 슬플 일도 없지요.


모든 관계에는 서로 상대방에 대한 기대가 있습니다.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불만이 싹트고, 불만은 긴장을 불러오지요.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때, 앞으로도 충족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때, 어떤 태도나 자세를 취할까요?


상대방 탓이다. 기대는 내가 혼자 했지만, 어쨌든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은 상대방이다. 내 작은(?) 기대조차 만족시키지 못하는 관계는 끊어야 한다. 가능한 한 빨리 끊을수록 좋은 것이다. 그 길 뿐이다. 유일한 해결이다.


내 탓이다. 내 잘못이다. 상대방의 능력에 대해 내가 잘못 판단했다. 내 지난 결정이 잘못되었으니 내가 감수할 수밖에 없다. 설혹 내 인생 쪽박 찼지만 상대방 탓이 아니다. 다 내가 현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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