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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Nov 25. 2024

Leaving Frankfurut

프랑크푸르트를 떠난다.


독일 겨울 날씨에 겨우 적응(?)했더니 떠난다.


호텔 첵아웃은 12시인데 귀국 비행기는 오후 6:30이다. 이런 애매한 시간을 혼자 보내기가 쉽지 않다. 너무 많은 옵션이 가능하다. 많다는 것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첵아웃하고 근처에서 점심을 처리(?)하고 호텔 로비에서 브런치 하면서 공항으로 떠날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아니 인생이 흐르면 모든 것이 정리되고 결정된다. 여태껏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던가?


독일에 일주일 혼자 방랑하면서, 고속열차 ICE(Intercity Express)를 세 번 탔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쾰른, 쾰른에서 스위스 바젤, 바젤에서 프랑크푸르트. 여기저기 보이는 Deutsche Bahn(DB)의 로고에 아주 익숙해졌다. 대문자 DB를 직사각형의 테두리를 두른 아주 단순한 형태다. 이렇게 단순한 것을 돈 주고 디자인했을까 싶다. 다행히 색깔은 내가 좋아하는 빨간색이다. 땅이 넓은 독일을 수많은 기차노선이 거미줄보다 더 복잡하게 연결하고 있다. DB Navigator란 앱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DB는 악명도 높다. 요금은 비싼데 지연이 잦아서 연결기차를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리 예매할수록 가격도 싸다. 2등석 좌석을 예약하는데 추가요금(5유로 정도)을 받는다. 좌석마다 예약된 구간 표시(좌석 옆면에 있기도 하고 머리 위 선반에 있기도)가 있는데, 예약된 구간을 피해 자리에 앉은 후 DB Navigator 앱에서 체크인을 하면서 내 자리를 확보한다. 앱에서 붐비는 정도를 미리 알려주는데, 붐비는 구간에서는 좌석예약을 하는 것이 애매모호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


한국이 처음 고속열차를 도입할 때, 일본 신칸센, 프랑스 TGV, 독일 ICE가 경쟁했다. 성능면에서 독일 ICE가 가장 우수했지만 가격이 비싸 TGV가 선정됐다고 기억한다. 독일 ICE 정말 단단해 보인다. 독일 자동차를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디자인이 단순하고 정말 튼튼해 보이기 때문이다. 벤츠, BMW, 아우디는 한술 더 떠 프리미엄임을 과시한다. ICE 열차의 구석구석에서 단순하고 깔끔한 독일 디자인과 기계부품들의 정교한 가공과 맞춤을 본다.


'독일은 기계를 참 잘 만든다!!!'


DB Navigator 앱을 설치하고 내 신용카드도 등록했는데, 언제 다시 독일을 올지 모르겠다. 다시 못 오고 아니 안 오고 생을 마칠 가능성이 더 높다. 가고픈 곳이 아직도 너무 많이 남아서...


앱을 굳이 삭제할 필요는 없겠지?


독일이 담배에 아직 관대하다.


열린 공간에서는 어디나 담배를 피울 수 있다. 닫힌 공간에서도 스모킹 존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거리에서, 공항에서, 기차역 플랫폼에서도. 독일의 담뱃값이 비싸서 손수 담배를 말아서 피우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주변은 마약과 노숙자들로 우범지역이라고 한다. 낮에도 휘청거리며 걷는 사람과 길에서 노숙하는 사람을 쉽게 마주친다. 나이트클럽, 카지노, 섹스바가 중앙역 일대를 채우고 있다.


독일 사과가 맛있다.


호텔의 아침 뷔페식당을 비롯하여 여기저기 사과와 바나나를 쉽게 마주한다. 한국 사과만큼 맛있는 사과는 없다는 생각(편견)에 거들떠보지 않았는데, 어린 시절 흔하던 '홍옥'이 환생한 것 같다. 달고 신 사과가 나를 행복하게 했다.




아우프구스(Aufguss)는 영어로는 infusion이고, 우리말로 번역하면 '주입'이다. 구글맵의 사우나 리뷰를 읽다가 주입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처음에는 뭔 소리인가 했다. 가장 놀라운 독일의 사우나 문화는 남녀가 함께 다 벗고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당황스럽지만 한두 번 겪다 보면 익숙해진다. 잠재된 에덴동산의 기억이 살아난다. 이런 문화의 기원은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아우프구스는 사우나실의 가열기 위의 돌(향화석)에 물을 뿌리는 행위를 말한다. 뜨거운 돌 위에 물을 뿌리면 바로 비등하여 증기가 된다. 증기는 공기보다 열전달률이 커서 열기를 느끼게 한다. 이 갑작스러운 뜨거움을 즐기는 것이다. 물에는 향기 나는 물질이 포함되는데, 소위 아로마테라피(Aroma theraphy) 효과를 위함이다. 향의 종류가 다양하다. 난 나무향이 좋더라. 향이 결합된 열기에 일종의 중독성이 있다.


아무나 아우프구스를 하지 못한다. 이를 하는 사람을 사우나 마이스터(마스터)라고 한다. 자격증이 있는 일종의 직업이다. 보통 매 시간마다 10여 분간 행해진다. 우선 사우나 마이스터가 종이나 징을 울려 아우프구스의 시작을 알린다. 그러면 사람들은 큰 타월(사우나실 내부는 나무로 되어 있는데, 나무 위에 땀을 흘리면 안 된다)을 들고 사우나실로 모여든다. 무선스피커로 차분한 음악을 깔고, 향기 섞은 물이나 얼음, 부채 및 수건을 마이스터가 준비한다. 보통 세 번에 나누어 아우프구스를 한다.


물을 뿌려 사우나실이 열기로 채워지면 사우나 마이스터는 큰 부채를 부치거나 수건을 휘둘러 바람을 만든다. 소위 대류를 일으켜 열전달을 더욱 증대시키는 것이다. 아우프구스는 증기와 대류를 통하여 열기를 최대로 증대시킨다. 러시아식 사우나 바냐에서 자작나무 잎으로 몸을 두드리는 것도 마찬가지 효과다. 숨쉬기 힘들 정도의 뜨거운 열기를 느낀다. 3번의 물 뿌림과 부채질의 아우프구스가 끝나면 사람들은 사우나마이스터에게 가벼운 박수를 보낸다.


사우나 마이스터란 직업을 위한 교육과정도 있고, 사우나 마이스터들의 경연대회도 있다. 그만큼 독일에 사우나가 많다는 것이다. 극한 직업 중의 하나란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좋아서(중독되어) 사우나하지만, 사우나 안의 열기를 만드는 것이 일이라면 힘든 노동이다. 여자는 사우나 마이스터린이라고 한다. 마이스터린이 되기 위해서는 사우나 열기에 적응하는 것보다 사람들의 나체에 적응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한다.

바젤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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