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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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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쌀 사줄 것인가?

한국 쌀소비의 근본적 해법.

https://www.chosun.com/BZPHAOKQJVFV5H2FJSTFZDX7LQ/


언제까지 쌀 사줄건가?

참 상징적인 말같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이런 말을 누군가 감히 입에 올리기가 힘들었는데.


현재 대한민국은 쌀이 남아돈다하여 전작을 권유하고, 그래도 안 줄어드니 다수확품종은 퇴출시킨다하는 별별 웃긴 정책을 다 펴고 있다.

그래도 정부가 쌀을 매입해주는 한.. 쌀재배면적은 안 줄어들 것이다.

왜냐면 어쨋던 일정 금액으로 사주니깐.. 손해보진 않는다.

직불금으로 보전까지 해주니.. 일정 규모 이상의 쌀농사 짓는 사람은 절대 손해 볼수가 없다.

그래서, 국내 겨냥한 쌀생산을 줄이고, 그 땅에 수출용 인디카라도 심자라고 하는 얘기다.


뭐 이것도 괜찮은 아이디어다.

하지만 이것도 사실 근본적 대책은 아니다.


외국, 특히 농업선진국이었다면..

쌀이 남아돌아서 골치, 쌀생산량 줄여라.. 라고 하진 않았을거다.


쌀과잉현상은 50년전 일본에서 시작되어 한국, 대만, 중국 등 동북아시아의 공통문제가 되었다.

눈여겨볼점은 경제수준의 발전에 따라 대개 국민소득 5천불이 넘어가는 시점부터 쌀과잉현상이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가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섭취하는 식량이 다양해졌기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농업선진국에서는 공통적으로 생산한 식량을 그대로 먹지 않고 제분, 혹은 추출, 분해하여 가공소재를 만든다. 그리고 그걸 다양한 식품에 적용하여 가공된 식품으로 섭취하게끔 한다. 또는 사료로도 쓰인다.

밀가루, 콩, 옥수수가 다 그런 식으로 소비된다.

곡물중 쌀만이 쌀의 형태로 그대로 밥이라는 식품으로 소비된다.

그러니, 밥을 안 먹으면 그게 그대로 쌀소비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반면 쌀을 쌀가루로 빻아 쌀빵, 쌀국수로 만들면 밥으로서의 쌀소비는 줄지만, 빵과 국수로서의 쌀소비는 증가해서 쌀소비 총량은 줄어들지 않게 된다.


얼마전 모 기관에 쌀관련 투고를 했는데. 쫌 생각해보자고해서 보류되었다.

그 내용은..

쌀소비를 촉진하려면, 쌀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소비형태가 지금처럼 비중이 높아서는 안된다.

가루를 내던지, 효소로 분해하던지.. 어쨋던 1차소재로 가공되어 다양한 식품에 들어가야한다고 했다.

쌀우유를 예로들자면 제품내 함량은 10%도 채 되지 않지만, 이걸 100병으로 만들어서 팔면 결국 쌀소비는 10배 증가하게 된다.

쌀빵에 쌀가루는 15~20% 정도 들어가지만, 소비자가 100배 더 소비를 하면. 15배~20배의 쌀소비가 늘어난다.


얼마전 모 농민신문의 기사에..

쌀가공식품 품평회에 출품된 쌀가공식품에서 쌀함량이 30%가 안된다고 비판한 기사를 보고..

기자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네.. 라고 비판을 한적이 있다.


쌀말고, 해외에서.. 전세계 공통적으로 밀, 옥수수, 귀리, 보리 등의 잘 나가는 곡물소비는...

고작 10% 남짓의 함량을 가진 식품들이 100배 1000배로 잘 나가기때문에 폭증했음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쌀 100% 짜리 식품은 몇가지로 한정되어 있다.

뻥튀기, 떡.. 뭐 그정도?

그게 팔려봤자 얼마나 팔리겠나.

다른 원료랑 혼합 가공해서 맛있게 만들고, 사고싶게 만들어야 소비가 늘어나겠지.



농업종사자들이 보는 지식부족, 근시안적인 시각으로는 절대 쌀소비 문제를 풀 수가 없다.


쌀도 수입 밀, 콩, 옥수수처럼..

소재로 가공된 후, 그 소재가 여러 식품들과 다른 산업에 널리 사용되어야 수요가 커지고 쌀과잉생산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더불어 선물시장도 등장하겠지.



참. 온라인으로 농산물 거래한다고 국내에서도 농산물 선물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더라.

그걸로 투자까지 받았던 회사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데, 그들이 생각하는 표준모델인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핵심은 온라인이나 원격, 대리인 거래가 아니다. 소재화된 상품이 핵심이다.


한국에서 쌀은 그냥 식량, 먹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밥으로만 먹어서는 그 이상의 어떠한 가치창출도 할 수 없다.

쌀 말고, 밀, 콩, 옥수수, 귀리, 보리 등은 원곡소비는 그리 많지 않다. 사료로 좀 쓰일까? 정도?

식품용은 무조건 소재로 가공되어 가루, 물엿, 전분, 단백질, 식용유 등으로 만들어진다.

이것들이 식품회사에 공급되어 다양한 식품들을 만들어낸다.

식품말고도 화장품, 생활용품, 의약품, 탄소소재, 제지, 기계 등 각종 산업에 기초 소재로 이용된다.


아래는 국내로 수입되는 곡물이 어떻게 이용되는지 가치사슬을 나타낸 모형이다.

위에 말한대로 소비가 이뤄지며 원곡으로 소비되는 경우는 사료용 딱 하나다.

전세계 공통으로 이들 곡물은 거의 현대 인류문명의 전 영역에서 활용되어 어마어마한 소비를 만들어 낸다.

만약 쌀이 이들 곡물같은 시스템으로 소비된다면?

당연히 밥으로 먹는 것보다 훨씬 많은 소비를 만들어 낼 수 밖에 없다.

밥으로의 소비가 1이라고 하면 최소 100배 이상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쌀=돈이 될 수 없지만 

해외 선물시장에서는 쌀=돈이 된다.

쌀을 돈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 변곡점은 어디인가?


그게 바로 소재화이다.


이게 우리나라 쌀과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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