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
김치에 찹쌀풀을 넣는 이유는 유산균의 먹이를 공급하기 위해서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같은 쌀인데 멥쌀풀을 쓰면 안 되는 걸까? 안 되는 건 아니지만 품질이 다르다. 국물의 걸쭉함이 달라지고, 그로 인해 발효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생각해보자. 유산균은 찹쌀풀의 전분을 직접 분해할 수 없다. 따라서 찹쌀풀을 바로 먹이로 삼을 수 없다. 하지만 찹쌀풀이 산 또는 기타 원인으로 가수분해되어 포도당으로 변하면, 그제야 유산균이 이를 소화할 수 있게 된다. 포도당 형태로 말이다.
문제는 찹쌀의 품질이다. 찹쌀로 풀을 쑬 때 찹쌀의 품질이 나쁘면, 오히려 김치 맛을 해치는 비선호 요인이 된다. 저번에 모 대기업 김치를 샀을 때의 일이다. 묵은 쌀 냄새에 종잇장 같은 맛, 그리고 점도는 점도대로 높고, 인공감미료 맛은 인공감미료 맛대로 나서 매우 실망했다.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버렸다. 알고 보니 찹쌀풀부터 사카린, 아스파탐까지 모든 게 총체적으로 잘못된 김치였던 것이다.
김치 국물의 점도는 은근히 김치 맛에 큰 영향을 준다. 점도가 걸쭉해질수록 맛있는 김치가 되는데, 이는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김치가 걸쭉해지는 이유는 먼저 젓갈의 자가분해로 인한 것이고, 찹쌀풀 등의 작용도 한몫한다.
점도가 높을 경우 김치 국물이 혀를 타고 넘어가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 맛을 느끼게 되는 시간도 길어진다. 그래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걸죽함의 실체다.
한때 쿠팡 김치가 중국산이고 합성감미료를 포함한다고 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 김치의 원재료명을 보니, 점도를 올리려고 찹쌀풀에 잔탄검까지 넣었더라. 미끄덩거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요즘 쿠팡 PB 김치는 국내산이고, 최소한 예전과 같은 미끄덩거림과 부조화스러운 인공감미료의 단맛, MSG 맛이 확실히 덜하다. 대신 이전에 쿠팡 PB를 해주던 중국 업체에서 수입하는 김치가 따로 있는데, 가격은 절반이지만 맛은 앞서 말했듯이 아주 안 좋다.
https://it.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2022082502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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