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충박멸의 새로운 패러다임, 낭냥
고양이를 기르면서 가끔 투덜거릴 때가 있다.
이 녀석, 귀엽기만 하고 손이 너무 많이 간다!
특히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감자를 캘 때 (배설물을 치우는 일을 '감자 캔다'고 부른다), 고양이가 이유 없이 테이블에 있는 물건을 죄다 떨어뜨려서 망가뜨릴 때, 그런 생각을 종종 한다. 어느 날 일어나면 호냥이가 사람처럼 말도 하고 집안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내가 아침에 일어나면 호냥이가 두 손을 모으고 공손하게 문안 인사를 올리며,
"어머니, 안녕히 주무셨나요? 오늘 아침은 특별히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순두부찌게와 제육볶음으로 준비해 보았습니다."
라고 말하며 오첩반상이 차려진 식탁을 가리키는 거다. 맛있는 밥을 다 먹으면, 이렇게 또 말하는 거지.
"어머니, 일도 하랴 가정도 돌보랴 참 고생이 많으십니다. 오늘은 제가 집안일을 다 하겠습니다. 여기 소파에 앉아서 편하게 쉬셔요."
그리고는 동글동글한 손(발?)으로 뽀득뽀득하게 설거지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버려주고, 화장실 변기도 솔로 열심히 닦는...
이런 상상을 하는 건 '내가 이렇게 열심히 너희들 뒷바라지를 하는데! 너희들도 효도하란 말이야! 엉엉' 이라는 억울한 마음 때문이다. 가는 정이 있으니 오는 정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부모님의 마음도 이랬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여간 그런 부질없는 상상을 하면서 나는 오늘도 감자를 캐고 있다.
나의 소망을 신께서 알아준 것인지, 새로 입양한 둘째 고양이인 낭냥이는 뭔가 다르다. 어려서 그런지 팔팔하다. 가장 좋은 점은, 벌레도 잡는다는 것. 여름이라 모기가 종종 보이는데, 그때마다 낭냥이는 암벽등반을 하며 날라다닌다. (그래서일까. 낭냥이의 등 근육이 점점 울끈불끈해지고 있다.)
밤에 모기 때문에 잠을 설치면, 우리는 불을 켜고 낭냥이를 부른다. 그러면 낭냥이는 우다다 달려와서 모기 사냥을 시작한다.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낭냥이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해충박멸에도 좋으니, 마음이 흐뭇하다.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는 녀석이 한 마리 늘어서 뿌듯할 따름이다.
호냥이와 낭냥이는 내 상상만큼 완벽하진 않다. 두 녀석이 예의 바르게 말을 한다거나, 집안일을 한다거나, 돈을 벌어오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매일밤 호냥이와 낭냥이는 우다다를 하고, 끼니 때마다 거르지 않고 밥도 잘 먹는다. 이렇게 건강하게 잘 살고 있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이 차오른다. 그런 걸 보면 부모님의 사랑은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몸소 느껴지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