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사소한 행동의 힘
열심히 사는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의외의 경험과 고민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삶에 대한 무기력 입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불과 2~3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 아버지는 투병중이셨고, 저의 시선은 자연스레 일에서 삶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혼란이 찾아왔습니다. 삶이란 무엇인가, 왜 사는가에 대한 질문이 던져졌고 이에 대한 나만의 해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 채로 투병 중인 아버지와는 이별하게 되었습니다.
예고 없이 닥친 이별과 갑작스런 변화에 몸과 마음은 움츠러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고,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고, 어떤 꿈도 꾸고싶지 않은 기분... 그런 걸 무기력이라고 한다면, 저는 완벽하게 무기력한 상태였습니다. 한창 신간을 내고도 남았을 시간과 타이밍을 놓치고 흘러가는 시간과 세월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점점 무기력한 감정과 느낌이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나는 무기력한 사람이 되어있더군요. 이 때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무기력이란 무엇일까? 무기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생각해보니 답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 그것이 무기력이었습니다. 무기력은 기분을 먹고 자랐습니다. 내가 그런 기분에 빠져있는 한, 무기력은 내 안에서 점점 더 크게 자라나고 하나의 현상이 되어 현실이 되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무기력의 기분, 즉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무기력한 생각에 빠져 있으면 무기력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무기력한 행동을 구체적으로 정의하면 삶의 통제권 입니다. 무기력은 삶의 통제권을 내려놓게 만드는 자기최면 효과가 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무기력함을 확인시키기 위해 스스로 삶의 통제권을 내려놓고는, '역시 나는 무기력해'라는 만들어진 진실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죠.
여기에 단서가 있습니다. 삶의 무기력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통제권을 되찾아야 합니다. 삶의 무기력에 대한 느낌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있다면, 반대로 삶의 통제권에 대한 느낌을 만드는 과정도 있을 것 입니다. 조던 피터슨 교수의 책에서 이런 내용의 글귀를 읽은 기억이 납니다.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방 청소부터 해라"
저는 이것이 삶의 통제력에 대한 본질을 잘 표현한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통제력이라는 것이 뭔가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거창한 무엇이라도 그 시작은 작은 것에서 부터 발전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지금 무기력에 빠져있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거창하고 원대한 다짐과 의지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이런 식으로 대항했다가는 더 큰 삶의 무기력에 빠지기 쉽습니다. 무기력이라는 문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며, 대게 복잡한 문제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한번에 큰 에너지를 사용하기 보다는 천천히 조금씩 문제를 해결해 보는 것이죠.
먼저 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몇 시라도 좋습니다. 하지만 평소 일어나는 시간보다 1분이라도 더 일찍 일어나 보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삶의 통제권을 발휘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먼저 일어난 1분의 시간을 이용해 무엇인가 해보는 겁니다. 1분 명상도 좋고, 1분 운동도 좋고, 책 1페이지를 읽는 것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의지로 삶을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는 기분을 되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기력에 빠지게 된 역순으로 말이죠.
작은 일이지만 삶의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과 기분은 더 큰 행동의 방아쇠가 됩니다. 그리고 조금씩 더 많은 작은 행동이 반복되면 삶의 통제권을 더 큰 행동으로 옳겨볼 수 있는 자심감도 생기고 자존감을 되찾게 될 것입니다.
물론 삶에는 우리가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있습니다. 주식차트, 날씨, 교통체증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원하는 직업을 갖고 원하는 일을 하고 원하는 만큼의 돈을 버는 일들 역시 우리가 이 사건을 직접 통제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단지 원하는 결과를 향한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확률을 높여가는 행동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결과를 확실히 통제할 수 있는 작은 일에 집중하고 이러한 통제의 영역이 넓어질수록 과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또는 확률을 높이는 행동을 하는 방향으로 삶의 통제권의 범위를 넓혀가야 합니다. 만약 하고 싶은 일이 없다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찾으세요. 삶의 무기력에 빠져있다면 방 청소부터 하고, 집 밖에 나가 조깅하고, 잠깐 시간을 내어 책을 읽는 행동 등을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이런 행동을 선택하는 작은 의지를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삶의 통제권을 찾게되어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신감이 생기게 됩니다. 처음부터 삶을 자신의 뜻대로 움질일 수 잇는 엄청난 의지를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책을 통해서도 수없이 접해봤지만, 그런 사람을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모든 큰 일이 사실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 익숙해지다보면 범위를 넓혀 <삶의 통제권>의 개념을 <운의 통제권>의 수준으로 높여볼 수 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운이 좋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운의 개념을 해석하는 것은 자신의 경험과 사고방식의 폭과 깊이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누군가는 사업가의 운이 로또와 같다고 생각할 것이며, 누군가는 사업가의 운이 반복가능한 루틴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할 것 입니다.
삶의 통제권에 대한 수준이 높아지면, 운이라는 요소의 개입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게 됩니다. 모든 운에는 그 뒤에 일이 있습니다. 그 일을 행하는 것은 주체자인 사람의 몫이고, 그 몫이라 할 수 있는 삶의 통제권을 자기 스스로 행사하는 이는 언젠가 운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할 수있는 일을 하시고, 자신의 삶의 주인을 기분에 맡기는 대신 스스로가 주체자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이런 일은 당장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몸을 먼저 움직여 기분이 따라오게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마음을 먼저 움직이고 몸이 따라오게 하면 됩니다. 그러니 지금은 당장 결과를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행동하세요. 그리고 이 작은 일을 삶의 통제권을 가진 주체자로서의 근거로 활용하세요.
근거가 차곡차곡 쌓이고, 자신의 행동에 믿음을 가지면, 목표가 생기고, 목표가 생기면 더 행동하게 되고, 행동이 반복되면 능동적인 통제력이 생기고, 이것을 넓혀가다 보면, 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할 수 있는 일이 생기고, 해야 할 일이 생깁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느낌이 주인의식을 만들게 되는 것 입니다.
삶의 무기력은 우리들의 아주 작은 행동 앞에 무기력 합니다. 누군가 무기력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면 응원합니다. 그리고 지금 지나고 있는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걸어나와야 한다는 말도 덧붙이고 싶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우리 안에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