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샤워기의 물줄기를 맞으며 샤워를 하면 어렸을 때 들었던 무서운 이야기가 자주 생각난다.
무언가 금지된 일을 해서 소년은 저주를 받게 된다. 소년의 가족들은 차례차례 죽을 것이고 소년은 어떻게 죽을지 알고 있지만 막을 수가 없다. 모두가 죽고 그의 누나만 남았다. 소년의 누나는 샤워를 하다가 너무 차가운 물 때문에 심장마비로 죽게 될 것을 알고 있다. 소년은 누나에게 여러 차례 당부한다, 꼭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근데 하늘에서 얼음이 떨어져서 누나가 심장마비로 죽게 되었다는 뭐 그런 이야기인데 (쓰고 나니 너무 얼토당토않아서 내 뇌가 지어낸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인과성도 없고 타당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무섭다고 생각했다니. 지금 와서 보니 어이가 없다.
왜 그 이야기가 무서웠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떤 일이 저주처럼 정해져 있고 나는 그 일을 아무리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다는 게 무서웠던 것 같다. 신기하다. 근래에 나는 모든 일이 정해져 있어서 그대로 흘러가는 일에 순응하고 싶다고 자주 생각한다. 원래부터 그렇게 될 수밖에 없던 일이라는 걸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해질 일들도 많을 것이고. 애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모든 길을 선택하고 그 선택을 짊어져야 한다는 일이 무섭고 버겁다.
이런 방향으로 어른이 되고 싶진 않았는데,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