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절기는 돌아오는데 그날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그 절기가 찾아온지도 모르고 하루가 지날 때가 많다. 비록 농사는 짓지 않지만 계절의 흐름에 따라 살고 싶어서, 계절에 흐름을 기념하고 싶어서 절기로운 생활을 기록하기로 결심했다. 그 한 해의 첫 절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사소한 일상을 기록할 생각이다. 어서 쓰고 싶어서 올해가 오기를 기대했다. 각 절기마다 어떤 뜻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해 지난겨울에 책도 읽었다. 각 절기가 돌아올 때마다 어떤 날이었는지 찾아보고 가능한 절기로운 일을 해볼 생각이다.
2022년 2월 4일, 입춘이다.
"봄에 들어선다." 그 말 자체가 예쁜 것 같다. 입춘이라는 절기의 특성 때문인가? 단어의 울림이 부드럽다.
눈이 녹고 따뜻한 일들이 시작될 것 같은 단어. 비록 아직 거리에 눈은 얼어있고, 오늘은 어제보다 더 춥지만.
부지런하게 계절이 오는 것을 준비하자. 오고 나서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기 전에.
입춘이나 대보름 전날 아홉차리를 한다고 한다. 각자의 일을 9번 하는 풍습이 이라고 한다. 각자의 일을 이날 부지런히 하는 사람에게는 복이 그렇지 않으면 화가 온다고 한다. 나의 소임은 무엇일까? 나는 그럼 9개의, 또는 9번의 글을 쓰면 될까? 가능하다면 이 글 하나, 어제 12시가 넘어서 자기 전에 쓴 일기 하나, 그리고 7번의 글이 남았다. 오늘 하루 9번의 글을 쓰게 된다면 올 한 해 글을 아주 많이 쓸 수 있을 것 같다.
입춘이지만 아직 날씨가 많이 쌀쌀하다, 세계가 아직 봄을 준비하는지 아닌지는 잘 모를 정도로. 햇살은 따뜻하긴 하지만 봄은 요원해 보인다. 날씨로 외투는 두꺼워지고, 코로나로 거리는 멀어지고, 마음은 쓸쓸해진다.
오늘도 사실 별 다른 날이 아니었다. 평소와 같이 출근을 했고 춥다는 날씨에 롱 패딩을 꺼내 입었다. 오늘은 일을 후딱 하고 백신을 맞으러 갈 것이다. 입춘 다운 일은 하나도 하지 못할 테지만, 신정도 있고 구정도 있고 입춘도 있고 새해에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날들이 많아서 기쁠 뿐이다.
입춘은 24절기 가운데 첫 절기로, 이날부터 새해의 봄이 시작된다. 따라서 이날을 기리고, 닥쳐오는 일 년 동안 대길(大吉)·다경(多慶)하기를 기원하는 갖가지 의례를 베푸는 풍속이 옛날에는 있었으나, 근래에는 더러 입춘축만 붙이는 가정이 있을 뿐, 그 절일(節日)로서는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다.
[네이버 지식백과] 입춘 [立春] (한국세시풍속사전)
옛 기능을 상실해버린 절일이지만, 다시 그 기능을 상기시켜 보자. 신정이고 구정이고 빌었지만(빌었나?) 빌고 또 빌어보자. 올 한 해가 온화하고 다정한 일들로 가득하기를. 일 년 동안 있을 이 절기로운 생활을 잘 기록할 수 있기를. 소박한 기쁨과 즐거움이 가득하기를.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