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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cedie Feb 19. 2022

雨水


읽는 사람들이 계절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적어도 점심시간 즈음  업로드를 하고 싶었는데, 게으름이 이겨서 업로드가 늦어버렸다. 겨우 우수가 지나기 전에 이 일기를 쓸 수 있었다.


오늘은 2022년 02월 19일, 오늘은 우수다.


우수는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계절의 날씨를 드러내는 날이다. 하지만 오늘 같은 우수에 간간히, 그리고 또 오래도록 눈이 내릴 줄 몰랐지. 눈들은 비가 되지 않았다. 눈으로 내렸다. 눈이 녹는다는 날에 눈이 자욱하게 내렸다. 우수임에도 계절이 얼마나 추웁고 차가운지 알 수 있었다. 날씨가 이전과 다르게 더 춥다는 게 느껴진다.


눈이 내릴 정도로 오늘은 추운 날이었다. 해가 갈수록 날은 더 추워지는 것 같다.


오늘은 휴일이기 때문에 미리 우수의 일기를 준비하고 기대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일에 치여서 그러지 못했다. 얼었던 땅이 녹기에는 날은 아직도 추웠고, 계절이 바뀌는 낌새알아차리기 어렵게 더뎠다.


오늘은 동생과 등산을 다녀왔다. 아직도 나무들은 겨울의 차림새를 하고 있고 낙엽들은 마르고 어떤 나무들은 잎사귀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런 앙상한 겨울은 지나서 봄이 된다니. 아직도 봄은 아득하게 멀어 보인다. 그런데도 봄은 늘 돌아온다.


신기하다. 날이 이렇게 춥고 겨울이 오래도록 지속될 것 같아도 봄이 오다는 게. 계절의 흐름은 가끔 위안이 된다. 언젠간 정말 봄이 그래도 도래할 것 같아서.


오늘의 산행도 즐거웠다. 새가 지저귀고 나무들은 그 자리에 아름다운 자태를 여전히 뽐내고 세상은 멀고 아득하게 아름답고. 아직도 세계는 존재하고 있었다.

오늘 산을 내려오고 나니, 눈이 눈보라처럼 심하게 흔들렸다. 2월에 눈을 보는 일이 흔했지만, 글을 쓰기 위해서 오늘이 우수라는 것을 기억하다 보니, 오늘 같은 날에도 눈이 온다는 게 이상했지만, 눈은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아름답게 흔들리기만 했다. 하지만 난 늘 근심한다. 어서 봄이 오기를, 결국엔 봄이 오기를.


그런 마음을 가진 나는 오늘 우연히 들린 카페에서 목련 나무에 가득히 맺힌 꽃봉오리들을 마주했다.


ps. 입춘맞이 아홉차리 아홉 번 글쓰기 결국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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