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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cedie Mar 06. 2022

驚蟄


2022년 3월 5일, 어제는 경칩이었다.


경칩(驚蟄)은 놀랠 경에, 겨울잠을 자는 벌레를 뜻하는 칩으로 이루어진 절기이다. 우리 조상들은 경칩에는 그 해 첫 번째 천둥이 치고 그 소리를 들은 벌레들이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이제 정말 봄인가?' 싶을 정도의 계절의 온도로 다가가는 절기인 것이다.


그런 경칩에 나는 내 앞으로 바짝 다가온 코로나의 기운을 느끼고 놀랐다. 천둥을 듣고 봄이 온 걸 깨달은 벌레들처럼, 자가 키트 검사를 보고 코로나가 내게 왔음을 깨달았다. 하하. 주말에 소소한 즐거운 계획들이 있었으나 두 줄을 보고 깜짝 놀란 나는 바로 PCR 검사를 하러 갔고 절기 일기를 써야 한다는 것도 까먹고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기나긴 대기 줄을 기다리며 그래도 따뜻해진 햇살 덕분에 오랜 기다림이 너무 춥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비록 바람은 많이 불었지만.


하루 종일 방 안에 누워 창을 통해 드리운 햇살을 구경했다. 화분에 반사되는 빛이 반짝였다. 눈부시게 화창하고 아름답다.


아, 경칩 즈음, 젊은 남녀가 은행을 선물하며 마음을 고백하는 풍습도 있다고 한다. 은행나무는 암수가 가까이 있어야 열매를 맺을 수 있고, 천년을 산다고 할 만큼 오래 사는 나무라서 은행을 선물한다고 한다. 보자마자 너무 귀여운 풍습이라 나도 누군가에게 은행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찾아보니 이런 방법이라고 한다.

<사시찬요초>에서는 대보름날(음력 1월 15일) 은행을 구해두었다가 경칩날(음력 2월) 여자에게는 세모난 수은행을, 남자에게는 두모난 암은행을 보내 서로 사랑을 확인했다고 전합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 옛이야기 속 고마운 생물들 2017. 10.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4394754&cid=55621&categoryId=55621 


호호, 내년 대보름엔 예쁜 은행을 주워서 예쁜 사람에게 선물해주어야겠다.


은행나무하면 여러 가지 생각이 난다. 지난날 합정에서 술 먹고 산책할 때 차도 따라 심어져 있는 은행나무들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 나무들이 너무 오랜 세월 동안 계속 거기에 있었던 것 같았다. 부는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잎들의 소리가 내게 말을 걸고 있다고 느꼈다. 단순히 술 취한 자의 주사였겠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넷플릭스 OA이라는 드라마 중에 OA가 커다란 나무랑 대화하는 장면과 비슷한 무언가를 느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생명의 기분 ? 나무들 하나하나 모두를 안아주고 싶었다.


그리고 할머니가 선물해준 은행 열매가 생각난다. 정확히 어떤 은행 열매인지는 모르겠는데, 무언가 특별한 은행 열매임은 분명하다. 뭐 이 열매를 가지고 있으면 재물운이 좋다고 손주, 손녀들을 생각하며 엄마를 통해 선물해주셨다. 아직도 그 열매는 내 책장 위에 있고,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종결되었는지도 그리고 어떤 신비로운 미신이 있는지도 아직까지 잘 모르겠지만, 그 마음을 생각하면 은행은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나무인 것 같다.


PS. 동네 구립 도서관에서 절기에 관한 책들은 이런 귀여운 유아 도서밖에 없네요. 많이 빚졌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읽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모르는 사실들이 너무 많구나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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