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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cedie Apr 20. 2022

穀雨


2022년 4월 20일, 곡우다. 몰랐다, 오늘이 곡우인 줄. 절기 일기를 써야 하니까 이번 주에 곡우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목요일인 줄 알았다. 오늘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니 메모가 띵동 하고 나타나서 곡우라는 걸 알려주고 떠났다. 그래서 알았다.


곡우는 곡식  비 (穀雨)로 이루어져 있다. 이름만 봐도 무슨 날인지 알 수 있다. 새 생명을 격려하는 산뜻한 비가 내리는 날. 하지만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비가 자주 내리지 않는다. 친구랑 우리나라 기후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비 내리는 날이 현저하게 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건조해진다는 기후가 걱정이다. 매번 곡우에는 신기하게도 비가 내렸다던데, 올해는 그른 것 같다.


청명 일기를 쓸 때만 해도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고민하고 일기 쓰는 일이 기대되었는데, 다음 절기인 곡우가 오는지도 모르고 쳇바퀴 같은 일상에 푹 빠져 있었다. 좀처럼 침대에서 일어나길 힘들어하면서 아침을 맞이하고 일에 치이듯이 오전과 오후를 보내고 운동을 하고 집에 오면 간단한 취미 생활을 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 남는다. 그러면 또 하루를 넘겨서 이것저것 하다 보면 피곤해서 침대에 눕자마자 기진맥진 잠이 든다. 크게 벗어날 즐거운 일이 없는 단조로운 하루들의 반복이었다. 이제 반복되는 일상이 그렇게 싫지 않을 나이기는 하지만...(갑작스러운 변화는 에너지를 소비하게 하기에) 생기가 없다. 일기라도 쓰니까, 계절의 흐름을 느끼려고 노력하니까 그나마 그게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곡우는 봄의 마지막 절기라고 한다. 청명에서 곡우에 이르기까지 꽃구경을 많이도 했다. 이 절기를 보내고 우리는 여름으로 들어갈 것이다. 이미 와 버린 것 같기도 하지만, 맞나? 이미 와버렸나? 겨울에서 여름으로 뚝 떨어진 기분. 기분이 이상하다. 온 적도 없는 것 같은데 이렇게 봄을 보내야 한다는 게....... 쓰다 보니 왠지 모르게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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