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만나는 건물주는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원래 건물주로 부모에게서 건물을 물려받은 경우다. 이들은 건물이 순수한 자산에 들어가고, 나쁜 버릇을 가진 사람도 있다. 부모 세대에 세금을 안냈던 터라, 재산세, 종부세 내는 것을 극도로 아까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비용으로 떨굴 것이 크게 없고, 월세의 상당부분을 세금으로 내는 것이 배가 아프다.
두번째는 신흥 건물주다. 꼬마빌딩 열풍이 불었던 때가 있다. 은행 금리가 낮아서, 월세, 보증금으로 이자를 카버하고도 남는다. 서울 땅값은 계속 오르니까, 자산 가치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요즘은 금리가 높고, 상가 공실율이 높아서, 이 계산이 서지 않는다. 통상 임대 수익율은 4% 였으나, 코로나 이후로 1%도 안된다. 이자 낼 돈이 모자르고, 모자른 돈은 쌩돈을 구해와서 내야한다.
상가임대차 보호법 때문에 재산권도 함부로 주장할 수 없다. 임차인이 들어오면 10년간 영업을 보장해 주어야 하고, 월세도 계약때마다 5% 이상 올리지 못한다. 금리는 널뛰기인데, 월세는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고, 수익율이 높은 임차인을 구하고 싶어도 기존 세입자를 내쫓지 못한다.
요즘 한국의 건물주는 수익율도 낮고, 자기 건물의 재산권도 마음대로 행사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건물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나같은 자영업자는 자기 건물에서 장사하는 것이 최종목표다. 은행 이자가 조금 높더라도 언젠가는 내 소유가 되는 것이고, 건물주 눈치 불 필요도 없으니 속편하다.
근데 요즘처럼 공실이 난무하고, 금리가 높은 시대에 (무리해서) 건물주가 되는 것이 메리트가 있을까? 요즘 드는 생각이다. 상가 건물은 특별한 매력이 없는 이상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그 특별한 능력이란, 콘텐츠.
건물 보다는 멋진 가게를 만들어 보겠다는 야심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