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파리의 에펠탑과 루브르박물관에 다녀온 기억 말고는 별 감흥이 없었던 프랑스! 어느 날 TV속의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어 순간의 선택을 하고 말았다. 방송의 특성상 화면의 영상은 실제보다 더 빛깔이 예쁘게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망설임 없이 여행계획을 세웠다.
화가들이 살았던 프랑스 남부의 자연과 걸작들이 탄생한 그곳에서 화가처럼 살아보고 싶고 그림처럼 그려보고 싶다.
파리로 가는 길은 프랑크푸르트 경유를 하다 보니 서울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12시간의 비행과 또다시 파리까지 한 시간 반이 걸린다. 여행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장거리 비행은 기내에서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수면이냐, 영화감상이냐, 둘 다 선택을 하는 편이다. 항공사 제공 영화는 등급이 우수 이상이어서 강추! 두 세편의 영화를 보면 거의 도착한다.
'오토라는 남자'는 주인공의 이름이 오토인데 규칙과 질서를 가장 중요시하는 까칠하고 무뚝뚝한 할아버지다. 톰 행크스가 연기한 ‘오토’는 사랑하는 아내 ‘소냐’를 잃은 뒤 매일 흑백 같은 인생을 살며 언제나 그녀의 곁으로 떠나고 싶어 자살을 시도하지만 예상치 못한 이웃사촌들로 인해 인생이 180도 바뀐다. 그를 놀리며 꼰대행동에 비웃지만 결국은 그가 없으면 안 되는 이웃들이다. 눈물이 날 만큼 마음에 전해지는 스토리에 명배우의 연기가 돋보인다. 기대하지 않은 곳으로 떠난 여행지에서 뜻밖의 사람 냄새나는 이웃을 만나고 돌아온 기분이다.오토는 아내가 죽자 생의 의미가 없어진 삶이라고 여긴다.
나의 노후!함께하는이웃들이 있다는게 아직은외로울 틈이없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파리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6시간이다. 길다면 긴 시간에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니글쓰기가 딱이다.글쓰기는 시간 죽이기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 문장이 막힐 때는 시간은 빨리 간다. 여행의 느낌을 쓰는 것은 투자대비 망각으로 가는 나이라서 기록하려고 한다.
게이트 앞에 콘센트가 있는 좌석에 앉아 충전도 하고 여행자들을 흘끔거리며 사람구경도 한다. 그것도 심드렁해지면 일기 쓰듯 글을 한 바닥 채운다. 기내에서 본 영화의 장면이 여전히 남아있다. 나랑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 도시의 어디론가 떠나는 길목에서 그들의 표정들이 들어온다. 나에게 시선 한번 주지 않는 곳에서문득 내 삶 가까이 지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일 년에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 나로부터 멀어져 간 사람들은 어떤 연유였을까? 앞으로 점점 더 고독해지는 삶이겠지. 나이 듦은 외로움과 같이 사는 것일지도. 현지인들의 입맛 따라 버거로 저녁식사를 하니 배부르고 살맛 난다.
나이 들면 입맛도 떨어진다는데 아직 입맛은 젊다. 4주간 프랑스맛 나는 음식으로 젊어져볼까나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