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노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PLS 이혜령 Jan 06. 2023

우리가 사는 세상을 위한 디자인

<책> 인간을 위한 디자인

p.93
디자이너 계획자는 우리의 거의 모든 제품과 도구, 그리고 우리의 환경적 잘못에 책임이 있다. 그는 자신이 책임져야 할 창조적 능력을 던져 버리거나 ‘깊이 관여하지 않으려거나’ 혹은 ‘그럭저럭 해내면서’ 그릇된 디자인이나 태만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게 된다.   


디자인이란 ‘의미’ 있는 질서를 만들어 내려는 의식적이고 직관적인 노력이다.

모든 것들이 계획되고 디자인되는 대량생산의 시대에서 디자인은 환경, 사회와 자아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에게는 높은 사회적, 도덕적 책임이, 대중에게는 디자인 과정에 대한 더 깊은 통찰이 요구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요구들이 무시되고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위한 ‘의미’ 없는 디자인만 행해지고 있다고 파파넥은 비판한다.


파파넥은 그러한 무의미한 디자인, 그리고 이로 인해 생성된 잘못된 문화에 대한 사례를 제시하면서 ‘디자인’의 의미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물론 디자인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삶에 기여해왔는지를 고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발전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디자인을 이용해 왔는지에 대한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오늘날 우리는 더 많이 소유하고 과시하기 위해 디자인을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태도는 마치 크리넥스처럼 모든 소비 상품을 몇 번 쓰고 버리는 것으로 여기게 하는 환경 파괴적인 크리넥스 문화를 만들어냈을뿐 아니라, 저항과 절망의 목소리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만들어냈다.

  

p.11
나는 아이디어란 풍부하고도 저렴한 것이며 다른 사람들의 필요로부터 돈을 버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디자인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면, ‘누구를 위해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현실 세계에 대한 사회적·윤리적 책임감을 강조하며 디자인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p.103
이런 디자인은 정말 소수만을 위한 것일까? 사실은 우리 모두가 한때는 어린이였고 우리는 일생동안 교육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사춘기가 되고, 중년, 그리고 노년에 이른다. 우리 모두는 선생, 의사, 치과 의사, 병원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우리 모두는 특정한 필요 집단에 속해있다.    


p.126
우리가 버린 것은 우리가 그것에 가치를 두지 않는다는 말이다. 우리가 버려질 것을 디자인하고 계획할 때 우리는 디자인에 대한 배려를 불충분하게 하거나, 안전 문제를 고려하지 않거나, 노동자/사용자들의 소외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p.133
북미 사람들이 자녀들의 교육이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공공위생보다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들’에 소비를 더 많이 한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을 위한 디자인은 무엇’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라고 묻게 한다. 물론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디자인에’ 대한 책임과 태도는 반드시 ‘디자이너’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함께 문화를 만들어가는 소비자들에 대한 절실한 요청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 우리는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디자이너, 디자인 계획자’이기 때문이다.

   

p.188
제3세계의 요구들은 대부분 바로 그곳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디자이너로서의 우리의 책임은 신생 국가들이 부유한 사람들의 자기만족이나, 기업들의 이윤추구를 위해 디자인 재능을 잘못 사용했던 우리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주지 시키는 데 있다. 새로운 희망은 개발도상국이 그들의 문제들을 외국인 ‘전문가들’의 도움 없이 또는 아주 적은 도움으로 해결하는 것에 있다.


p.237-8
아주 중요한 문제들 중 하나는 ‘새로움’이 실험을 의미하며 실험은 곧 실패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성공 지향적인 문화에서 실패의 가능성은, 실험 과정에서 피할 수 없이 수반되는 것이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진보의 역사는 실험의 실패들로 얼룩져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러한 ‘실패할 권리’가 디자이너들의 책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점이 이 문제의 핵심이다. 디자이너들은 실험에 대한 의지를 가지면서 동시에 그 실패에 대한 책임감도 함께 가져야 한다. 불행하게도, 책임감과 실패가 용인되는 분위기, 이 둘이 다 갖추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p.357-8
디자인 학교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점은 그들이 디자인을 가르치는 데 몰두하지만 그 디자인이 실제로 행해지는 생태학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환경에 대한 교육에 대해서는 소홀하다는 것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디자인의 영역을 현실과 유리되어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실 세계와 학교 안의 세계를 구분하는 문제에는 다양한 해답들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을 위한 디자인>

- 빅터 파파넥 지음 | 현용순 옮김 | 미진사, 2009

- 분야/페이지 | 예술 > 디자인 / 480쪽

- #디자인 #책임 #태도     


매거진의 이전글 소설로 보는 여순사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