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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Oct 07. 2023

이주로 보는 평화, 다양성, 공존의 이야기

제주도립미술관 국제특별전 《이주하는 인간_호모 미그라티오》

쉴 새 없이 오고 가는 일, 흩어지고 다시 뭉쳐지는 일, 변화하고 적응하고 생존하는 이야기는 삶을 지칭한다. 이주의 기록은 삶을 살아내고 이겨내고 극복하는 방법들에 대한 이야기다. 매체를 넘거나, 공간을 넘거나, 종을 넘나들고, 생존 가능한 기후를 찾고, 집을 짓고 살 땅을 찾고, 한계를 극복하고 이동해서 결국은 대안을 찾아내 생존한다. 이주에 관한 이야기는 인간의 미지에 대한 상상력과 인간 능력의 가능성에 대한 무한한 믿음이 지구를 구하는 생존의 이야기다.

- 이나연 예술감독,《이주하는 인간_호모 미그라티오》전시 소개 글 중


한 번도 떠난 적이 없거나 누군가를 떠나보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주에 대한 각자의 이야기가 있고, 이주에 대한 의미도 각자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동안 많은 전시에서 이주를 다뤄왔고, 그 전시 속에서 이주는 디아스포라, 난민 등의 이름으로 상실과 이산의 아픔, 혐오와 차별의 이야기로 다뤄졌습니다.


이주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은 다르게 다룬 전시가 있어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바로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특별전 《이주하는 인간_호모 미그라티오》라는 전시입니다. 이 전시에서는 먼저 이주가 어떠하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이주를 ‘역사적ㆍ문화적ㆍ생태적ㆍ우발적’ 이주로 나눠 해석하고 이야기를 펼쳐나가며 '이주'에 대한 시선을 다시금 점검하게 합니다.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이주를 바라보고 있는지' 우리의 시선을 점검하고 '이주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각자만의 대답과 질문으로 이어가며 이번 전시를 즐겼으면 합니다. 《이주하는 인간_호모 미그라티오》 전시가 던진 질문을 곰곰이 되새기며 답엘에스의 해석을 담아 전시를 3가지로 나눠 재구성해 보았어요. 이주로 바라본 ‘평화, 다양성, 그리고 공존’입니다.



평화

고닥×요하네스 말파티, 박지현, 아키 이노마타, 이지유, 청영, 클라라 청, 현우민 작품을 보고 작가님들과 대화하며 떠올린 키워드는 '평화'였어요. 7 작품을 보다 보면 현대사회에서 너무도 당연시되는 개념이지만 종종 분쟁의 원인이 되는 국경과 국적에 대해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전쟁과 분쟁 등 역사적 배경 속에서 피치 못한 사정으로 삶의 터전을 떠나온 사람들, 그리고 그 이야기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입니다. 먼 옛날의 이야기 같지만, 여전히 우리 삶에 영향을 주고 있기도 하고요.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존재와 삶만으로도 '평화'에 대해 묻고 하는 것 같아요. 어떤 존재는 그 삶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묵직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니까요.



다양성

두 번째 키워드는 곽선경, 김옥선, 박정근, 배효정×케이트 배, 백남준, 양화선×넷의 작품으로 보는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종종 예술을 통해 생각을 환기하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만나고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상상할 기회를 얻습니다. 그런 점에서 예술은 우리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대변하는 또 다른 언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끔은 번역이 필요한가 봐요)


예술이라는 언어가 있어 낯선 세상을 상상하고 다른 존재와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조금 더 세상을 이해할 기회를 만들어 가는 것 같아요. 이번 전시는 작가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들도 흥미롭지만, 다양한 이주를 경험한 작가들의 삶과 고민을 따라 작품을 관람하는 것은 또 다른 관람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6팀(8명)이 작가가 전하는 낯설지만 생각보다 가까이 있는 이웃과 그들이 만들어 가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셨으면 해요.



공존

마지막은 마르코 바로티, 새미 리×엠제이 하딩, 양숙현×캇 오스틴, 오봉준×사라 오-목크, 이유진×루앙삭 아누왓위몬, 지용호, 최우람 작가의 작품으로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공존’입니다.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기후위기와 팬데믹, 요즘 자주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뉴스를 볼 때마다 묻게 됩니다. 이대로 정말 괜찮을까? 문명이 발전하는 만큼 우리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까? 작가들은 그동안 우리가 당연시 여기던 것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경계를 허물고, 다르게 보기를 제안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인간 중심이 아닌 자연의 눈으로 바라보면, 이주는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의 본능이며 더 나아가 다양한 위기에 대응하는 해법이자 대안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머물러 있지 않고 이동하고 경계를 넘고 다른 종과 만나고 뒤섞이며 새로움을 만들고 같이 살아가는 법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생존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제 다시 묻습니다. 경계를 넘어설 준비가 되었는지, 다른 종과 더불어 살아갈 준비가 되었는지, 자신의 공간 한 자락을 내어 줄 준비가 되었는지 말입니다.


국경과 종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번 (전시) 여행에는 열린 마음과 세상을 향한 따뜻한 관심만 준비하시면 됩니다.


사진. 신상미, 이혜령


2023 제주도립미술관 국제특별전
프로젝트 제주 《이주하는 인간_호모 미그라티오》
일정 | 2023. 9. 19.(화) ~ 2023. 11. 26.(일)
장소 | 제주도립미술관, 제주돌문화공원, 제주항공우주박물관, 제주국제평화센터
주최 | 제주특별자치도
주관 | 제주도립미술관

[참여작가]
고닥×요하네스 말파티, 곽선경, 김옥선, 마르코 바로티, 박정근, 박지현, 배효정×케이트 배, 백남준, 새미 리×엠제이 하딩, 아키 이노마타, 양숙현×캇 오스틴, 양화선×넷, 오봉준×사라 오-목크, 이유진×루앙삭 아누왓위몬, 이지유, 지용호, 청영, 최우람, 클라라 청, 현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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