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세계 끝의 버섯』
버섯을 추적하는 것은 모든 경계를 침입하는 거친 여정이다. p.251
인간에 의해 폐허로 변한 숲에서 일어나는, 송이버섯과 소나무, 인간의 얽힘에 대해 다룬 애나 칭의 『세계 끝의 버섯』은 경제, 문화,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를 연결하고 인문학과 과학의 경계를 넘어서야만 쓸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 송이버섯을 둘러싼 산업과 생태를 추적하면서 불안정한 생계와 불안정한 환경을 이야기한다. 송이버섯을 따라가다 보면 여러 경계를 오고 가며 환경 교란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우게 된다.
이 이야기는 이원론에 따라 세상을 분류할 수 없으며, 세상이 복잡한 얽힘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자주 잊어버리고 있음을 일깨워준다. 모든 생물종이 복잡하고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서로를 오염시키는 것도 공존의 방법이 된다. 보통 ‘손상’과 연관 짓는 ‘교란’ 또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든다고 이야기하며 단어의 의미 또한 재사유하게 만든다.
오늘날 전 지구적 풍경은 온통 이 같은 폐허로 뒤덮여 있다. 하지만 생명이 다했다고 여겨지는 이런 장소들도 여전히 생기 넘치는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 버려진 자산 들판은 종종 새로운 다종과 다문화의 삶을 생산한다. 전 지구적으로 불안정성이 나타나는 현실에서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이러한 폐허에서 생명을 찾는 일밖에 없다.
우리가 내딛을 첫걸음은 다시 호기심을 갖는 것이다. 진보 서사의 단순화에서 해방되어 패치성의 매듭과 맥박을 탐험하는 것이다. 송이버섯이 하나의 출발점이다. 이 버섯에 대해 알면 알수록 나는 놀라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p.30
번역이란 차이를 메우고 또한 유지하면서 타문화를 배우는 것이다. p.209
우리 모두가 폐허에서 그들처럼 삶을 형성하면서 살아가지는 않을지라도, 대부분의 경우 인간이 훼손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협상하면서 혼란스럽고 괴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p.242
세계 끝의 버섯
애나 로웬하웁트 칭 지음 | 노고운 옮김 | 현실문화연구, 2023
분야/페이지 | 인문 > 교양 / 544쪽
#송이버섯 #얽힘 #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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