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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 너머의 감각

새탕라움 시즌3의 첫 전시 《타타라타트》

by DAPLS 이혜령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에서 따온 전시 제목처럼, 《타타라타트》는 일상의 반복적 리듬 속에서 발견되는 미세한 울림들을 탐구한다. 시각적 재현을 다루는 시각예술은 보는 자와 보여지는 것 사이에 근본적인 비대칭성을 만든다. 이미지 속 대상은 시선을 되돌려줄 수 없고, 이 일방성 속에서 관람객에게는 보는 권력이 주어진다.


일반적으로 관람객의 동선이나 시선을 방해하는 기계들은 천장이나 가구 뒤로 최대한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놓지만, 《타타라타트》는 오히려 사다리, 프로젝터, 노트북을 전시장 바닥에 그대로 드러내 놓았다. 그래서 관람객은 작품에 다가갈 때마다 자신의 몸이 화면에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것을 피할 수 없고, 이는 자연스럽게 다른 관람객의 시선과 얽히는 상황을 만든다.


바닥에 놓인 작품은 관람객에게 새로운 자세를 요구한다. 폴린 크루제의 <Pedestrian Color>는 도쿄 거리의 흐릿한 영상이 담긴 스마트폰을 비닐봉지 안에 넣어 바닥에 놓았고, 조은비 작가의 <회전초> 시리즈를 보기 위해서는 불편하더라도 허리를 구부리거나 쪼그려 앉아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다.

무엇인가를 더듬거리고 있는 손이 작은 화면을 가득 채운 허정 작가의 <공간 조각하기>는 관음증적 시선을 유발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예상과 달랐다. 처음 마주하는 공간을 눈을 가리고 손의 감각으로 인식하려는 진지한 탐구다. 시각에 의존하지 않고 다른 감각과 이로 인해 동반되는 감정과 상상력으로 지도의 빈 공간을 채워 넣는 것이다. '본다는 것'은 시각적 권위를 형성하지만, 시각만으로는 결코 온전한 이해에 도달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 전시에서 관람객이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작품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보려는 행위 자체가 작품의 일부가 되면서, 보는 자와 보여지는 것 사이의 경계가 사라진다. 결국 본다는 것은 선택적 행위이며, 그 선택에 따라 우리가 현실이라고 여기는 것들이 달리 구성된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시각을 넘어선 다층적 감각의 조합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타타라타트》는 불편함을 통해 새로운 인식을 열어준다. 몸을 낮추고, 그림자에 가려지고, 촉각으로 탐색하는 과정에서 관람객은 '보는' 것 너머의 감각적 깨달음을 경험한다. 이는 세계를 두드리며 잠든 감각을 깨우는, 전혀 다른 방식의 만남이다.



《타타라타트》Tattarrattat

전시장소: 제주 제주시 동문로14길 42, 2층 새탕라움

전시기간: 6월 6일부터 22일까지,

매주 금·토·일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운영

참여 작가: Pauline Creuze, 허정, 조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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