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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재 Jun 28. 2017

페이스북의 '무지개' 좋아요, 왜 한국에선 볼 수 없나

디지털 게리맨더링과 알고리즘 감사

페이스북은 지난 5일 전 세계 성소수자(LGBTQ)들의 거리 행진인 ‘프라이드’ 행사가 열리는 6월 한 달간 이용할 수 있는 ‘무지개 좋아요’를 선보였다. 그러나 무지개 좋아요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이 선택한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성소수자(LGBTQ) 프라이드 행사가 열리는 6월 한달 간 무지개 좋아요를 추가했다. 다만 이는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에 따라 이용가능한 사람이 제한되는 시험적 기능이다. 

알렉스 슐츠 페이스북 부회장은 이날 자사의 뉴스룸에 올린 글에서 페이스북이 프라이드 행사를 지지하며, 프로필 사진과 카메라에 무지개 필터를 넣을 수 있게 하는 등의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음을 알렸다. 슐츠 부회장은 이때 다른 서비스와 달리 무지개 좋아요는 “현재 시험 중인 새로운 경험”이며 “프라이드 행사가 열리는 주요 시장의 사용자들”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지개 좋아요’를 이용하려면 일단 페이스북이 운영하는 성소수자 지지 모임 ‘LGBTQ@Facebook’ 페이지의 ‘좋아요’를 눌러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지난 24일 대구에서 올해 첫 게이 퍼레이드가 열렸고 서울에서는 퀴어문화축제가 주관하는 퍼레이드가 다음달 15일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 사용자들은 ‘무지개 좋아요’를 이용할 수 없다. 페이스북 코리아 측은 28일 경향신문의 문의에 “시범기능으로 미국과 영국 등 일부 메이저 시장에서만 적용된다”며 “한국은 제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게이 프라이드 행사가 열리는 주요 시장이라도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자신의 성소수적 성향을 페이스북에 공개한 사람들이라도 이를 다 이용할 수는 없다. 애틀랜틱의 2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성소수적 취향을 공개할 경우 차별이나 괴롭힘, 박해를 당할 우려가 있는 나라나 지역에서는 이 좋아요를 쓸 수 없게 막아놨다.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지리적 위치와 관심사를 파악할 수 있어 특정인에게만 ‘무지개 좋아요’를 노출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프라이드 행사가 열리는 6월 한달 간 프로필 사진에 무지개 필터를 넣을 수 있도록 했다. 설정에 들어가 프로필 사진에 액자를 바꾸는 방식으로 편집하면 된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미디어랩 연구원 조너선 마티아스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애메 리크만 등은 이런 정책이 일종의 ‘디지털 게리맨더링’에 속한다고 봤다. 하버드 로스쿨의 조너선 지트레인 교수가 2014년 주장한 ‘디지털 게리맨더링’은 알고리즘을 이용해 특정 정치 성향의 이용자에게 그들이 선호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이런 ‘알고리즘의 정치’는 사람마다 각자에 특화된 정보만 보여주기 때문에 발견하기 어렵다. 미국 대선 기간 동안 페이스북의 맞춤형 광고와 뉴스피드는 ‘디지털 게리맨더링’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됐다. 

마티아스 등은 무지개 좋아요와 관련한 페이스북의 정책을 디지털 게리맨더링이라 판단할 수 있는지 살펴봤다. 각각 데이터 분석 전문가와 사회조사 연구원, 청년층의 소셜미디어 활용 양태를 연구하는 민속지학자인 이들은 페이스북을 상대로 ‘알고리즘 감사’(algorithmic audit)를 수행했다. 알고리즘 감사란 알고리즘이 원래 의도와 다르게 부당한 실수를 하거나 편향된 정보를 주지 않는지 점검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무작위로 추출한 30개 도시의 페이스북 이용자 수백 명에게 무지개 좋아요를 이용할 수 있는지 물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했다. 즉 먼저, 시민 모두가 무지개 좋아요를 이용할 수 있는 도시가 있는가. 둘째, 페이스북의 ‘LGBTQ-관심도’ 알고리즘은 누가 무지개 좋아요를 이용할 수 있는지 예측하는가이다.

이들은 알고리즘 감사를 진행하기 위해 페이스북의 맞춤형 광고 방식을 이용했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세상을 보는 방식대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페이스북은 기업들이 광고를 의뢰할 때 이 기업들에 지역과 관심사, 도달하길 원하는 소비자의 인구학적 특성을 요구한다. 페이스북이 젠더를 구분할 때 LGBTQ 정체성을 따로 구분하지는 않지만 이용자들의 좋아요, 공유, 게시물 등을 토대로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이용자들이 어느 정도 LGBTQ 문제에 관심이 있는지 유추할 수 있다. ‘게이 프라이드’ ‘LGBT 문화’ ‘프라이드 퍼레이드’ ‘무지개 깃발(LGBT)’ ‘LGBT 사회 운동’와 같은 선택 키워드가 이를 판단하는데 이용된다. 이를 토대로 기업들은 광고를 할 때 LGBT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포함하거나 포함하지 않도록 설정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런 광고 방식을 이용해 LGBTQ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용자들과 그렇지 않은 이용자들을 구분해 이들이 서로 다른 콘텐츠에 노출되는지 비교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미국의 주요 대도시를 포함하는 15개 주에서 각 주별로 대도시와 소도시로 짝을 이루도록 30곳의 도시를 선택했다. 각 도시에서 페이스북이 광고 대상을 선정하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LGBTQ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추려냈다. 그 후 연구진은 ‘LGBTQ-관심도’와 ‘무지개 좋아요 접근도’ 사이의 상관관계를 살폈다.

연구진이 조사한 도시 중 뉴욕시,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시애틀, 보스턴에서는 LGBTQ 문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압도적인 비율로 무지개 좋아요를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이들 다섯 도시를 제외한 필라델피아, 디트로이트, 피닉스, 내슈빌 등 다른 많은 도시들은 도시 단위에서 무지개 좋아요를 이용할 수 없었다. 도시 단위의 접근이 불가능한 이들 지역에서는 ‘LGBTQ-관심도’와 ‘무지개 좋아요 접근도’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존재했다. 연구진이 의뢰한 광고에서 LGBTQ 문제에 관심을 표한 이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무지개 좋아요 접근성이 평균적으로 46% 포인트 더 높았다. LGBTQ에 관심을 보인 사람들은 페이스북이 설명한 대로 ‘LGBTQ@Facebook’ 페이지의 ‘좋아요’를 누름으로써 ‘무지개 좋아요’를 이용할 수 있었다. 도시 단위로 무조건적으로 무지개 좋아요 사용이 허용된 경우가 아니라면 결국 이용자에 따라 선택적으로 노출하는 ‘디지털 게리맨더링’이 실재한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인디애나 주 그린캐슬 출신의 음악가이자 인권운동가인 크리스티나 뵈르거(52)는 다른 사람들은 무지개 좋아요를 이용할 수 있지만 자기는 그럴 수 없다는 것에 놀랐다. 그는 “페이스북이 내가 퀴어라는 걸 몰라서 그렇게 했을 리는 없다”며 “그건 페이스북이 나에 대해서 알게 된 첫 번째 사실 중 하나일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연구진이 선택적으로 ‘무지개 좋아요’를 이용할 수 있게 한 이유를 문의하자 앞서 공지했던 대로 이것이 실험적 기능인 점을 들었다. 성소수자임을 드러낼 경우 당할 위험으로부터 이용자들을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5년 페이스북이 무지개 프로필 사용을 권장했을 때 일부 페이스북 그룹 운영자들은 프로필 사진을 무지개가 들어간 것으로 바꾼 회원들을 모임에서 쫓아낸 적이 있었다

페이스북은 차별적으로 무지개 좋아요를 이용할 수 있게 하면서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무지개 좋아요가 ‘희소재’가 되면서 입소문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역별로 콘텐츠 노출을 차별화해 기업 이미지를 세심하게 관리하는 장점이 있다. 성소수자들을 지지하는 여론이 강한 도시에서는 무지개 좋아요 사용을 풀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선택적으로 풀어 불필요한 논쟁을 피할 수 있다. 성소수자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페이스북이 자신들의 대의에 동조한다고 생각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많은 사람들은 페이스북이 그런 활동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이들이 수행한 알고리즘 감사의 결론은 무지개 좋아요와 관련한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일단 그 의도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선거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거대 도시에서는 도시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무지개 좋아요 접근권을 풀진 않았지만 LGBTQ 문제에 관심을 표한 이들은 대체로 이용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은 다른 모든 기업처럼 공화당과 민주당의 선거 운동에 모두 돈을 대고 있다. 연구진은 미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 더 많은 지지를 보낸 지역과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앞선 지역 사이에서 무지개 좋아요 접근권 사이에서는 상관관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재 페이스북에는 7500개 이상의 성소수자 행사 페이지가 있으며 여기에 1200만 명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슐츠 부회장은 지난 5일 공지에서 무지개 프로필과 좋아요와 함께 페이스북 카메라와 인스타그램, 메신저 등 페이스북의 연계 상품에서 무지개 상징을 이용할 수 있는 기능들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엔 성소수자(LGBTQ)들이 자신들의 자부심을 드러내고 성소수자들을 지지하도록 이전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수단들을 공개할 수 있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무지개 좋아요에 대해 실험적 기능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내년 행사에서는 LGBTQ 페이지를 좋아요 한 모든 사람들에게 접근권을 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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