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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재 Jul 16. 2017

독일 최저임금제에서 한국이 참고할 몇 가지들

1년 전과 비교해 아직 변하지 않은 것들

※아래 글은 2016년 7월 5일자 기사인 '[정리뉴스] 독일 최저임금제에서 한국이 참고할 몇 가지들'을 그대로 다시 올린 것입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하는 법정 시한은 지난 28일이었다. 최저임금 1만 원을 제시한 노동계와 ‘6030원’ 동결을 주장한 경영계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 이후 경영계는 모두 13차례 동결을 주장했다. 기준은 생산성이었다.

노동자 측은 ‘시간당 1만 원’을 요구하면서 최저임금은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을 반영할 뿐 아니라 노동자의 실질적 생계비와 소득분배 개선 효과를 감안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의 원인이 되는 최저임금의 효과와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행정위원회의 구성에서 독일의 사례는 한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독일 교사들과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2015년 3월11일 독일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에서 고용 안정성 향상과 5.5%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Getty Images


■사측에 무게 중심 쏠린 공익위원… 독일처럼 노사가 균등 임명해야

독일은 최저임금을 매 2년마다 정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독일 전 산업 부분의 임금 협상 결과를 고려해 결정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의장 1명과 의결권을 가진 노사 대표 위원 3명씩 모두 7명으로 구성된다. 의결권이 없는 두 명의 전문가가 자문 위원으로 참여한다.

독일은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에서 노사 간 힘의 균형을 철저하게 안배한다. 먼저 연방정부는 노사 대표의 공동 추천을 받은 인물을 위원장으로 임명해야 한다. 의결권이 없는 두 명의 전문가도 모두 노사 양측이 한 명씩 임명한다. 위원회는 의결권이 있는 노사 대표 6인의 단순 과반수로 의결한다. 과반에 이르지 못하면 위원장이 타협안을 제시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의결에 이르지 못하면 위원장이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국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법에 따라 노동계와 경영계 위원 각 9명과 중재자 역할을 맡은 공익위원 9명 등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3년 임기로 활동한다. 독일과 비교하면 한국은 위원회 구성에서 노사 양측의 힘의 균형을 꾀한다고 보기 어렵다.

최저임금법 제15조에 따르면 위원장은 공익 위원 중에서 위원회가 선출한다. 공익위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위촉한다. 한국의 경우 위원장 임명 과정에서 독일처럼 노사 양측의 공동 추천을 받는 과정이 없다. 현재 공익위원은 박준성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성신여대 경영학부 교수)을 비롯해 이지만(연세대), 전명숙(전남대), 김동배(인천대) 등 경영학 교수들과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 정부 쪽 연구기관의 연구위원들이 대부분이다.

8대부터 현재 10대까지 위원장으로 있는 박준성 교수는 사측 성향이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2011년 2월 노동부 용역으로 작성한 ‘최저임금 국제비교 문제점’이란 보고서에서 한국 최저임금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6위 정도로 상당히 높다고 주장했다. 당시 노동계는 “통계를 자의적으로 가공해 사용자 측에 유리한 주장을 폈다”며 그가 8대 위원장으로 선정된 것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노동 유연성 제고와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조해 친사용자 성향으로 분류된다. 김동배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대자동차 임금체계개선위원회에서 사측에서 위촉한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공익 위원’들이 사실상 ‘사측 위원’ 혹은 ‘정부 위원’으로 활동할 여지가 강하다.

공익 위원의 중립성을 확보하려면 임명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상헌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최저임금제도의 과제와 개선 방향’이라는 글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의결의 실질적 결정 권한을 공익 위원이 가지고 있다. 노·사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 행정부가 선정한 위원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다. 그 결과 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익성이 의심받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중립적 인물(공익위원)을 위촉하는 과정에 노사단체의 동의나 협의를 얻을 것을 권고한다. ILO의 권고를 따르다면 공익 위원을 위촉할 때 노사 양측에서 추천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공익 위원의 역할을 독일의 자문 위원처럼 의결권이 없는 순수한 자문역에 국한할 필요도 있다.


■최저임금 결정권 국회로 이관될 수도

최저임금은 결국 노사 간의 협상으로 타결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타결 과정은 지난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노사 간의 이해와 양보가 쌓이다 보면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 대타협의 정신이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처럼 타협이 안된다는 이유로 공익위원이 제시한 안으로 결정된다면 노사 모두 불만을 안고 협상장을 떠나는 모습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대표성과 공정성을 개선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5일 최저임금을 국회가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최저임금 결정 주체의 변화다. 개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최저임금 심사소위원회를 설치해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최저임금 권고안을 심사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국회는 최저임금안이 의결되면 매년 7월 말까지 고용부 장관에게 보내고, 정부는 이를 지체 없이 고시해야 한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종 권한이 정부에서 국회로 이관되는 것이다. 아울러 현행법 제4조의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는 규정에서 ‘생계비’의 정의를 ‘근로자와 생계를 같이하는 부양가족의 생계비를 포함한다’로 구체화했다.

더민주 을지로위원회 대표인 우원식 의원은 “최저임금심의위원회 내 공익위원들은 정부가 추천한 인사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며 “무엇보다 최저임금이 어떤 과정과 논의를 거쳐 결정되는지 전혀 공개되지 않아 어느 누구도 국민에게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고 개정안을 내는 취지를 설명했다. 우 의원은 이어 “국제노동기구(ILO)는 근로자와 그 가족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임금을 최저임금으로 책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부양가족의 생계비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경영계는 1988년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이후 13차례, 2007년 이후 최저임금 최초 제시안에서 7차례 동결을, 한 차례 삭감을 제시했다. 출처:최저임금위원회


■임금 올렸더니 실업률 떨어져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주요 쟁점은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다. 지금까지 경제학에서는 최저임금 상승이 고용 감소로 이어진다는 입장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이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고 오히려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현실에서 이런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독일이다. 독일은 지난 5월 통일 이후 25년 만에 실업률이 최저치로 떨어지는 기록을 세웠다. 로이터통신의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독일의 지난달 계절조정 실업률(계절적 요인을 제거하고 순수한 경기적 요인만으로 작성된 실업률)은 6.1%로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독일 연방 노동청장 프랑크 위르겐 바이스는 “노동 시장이 전반적으로 긍정적 발전을 지속하고 있다”며 “고용이 크게 증가했고, 노동에 대한 수요도 상당히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14년 7월3일 독일 베를린의 연방의회 회의에 참석해 차년도부터 실시될 최저임금제 관련 법안을 논의하면서 오른손 엄지 손가락을 세우고 있다.


고용이 늘면서 정부 세수도 늘었고 이는 정부 지출 증가로 이어졌다. 성장률은 4년 만에 가장 높은 1.7%였다.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민간 소비와 난민에 대한 정부 지출 증가였다. 난민 유입과 최저임금 시행으로 고용 시장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 셈이다. 지난해 독일에는 1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유입됐다. 독일 노동 시장이 이들을 흡수하지 못해 실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 같은 걱정은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시간당 8.5유로(시간당 1만 1075원)의 최저임금제로 고용이 줄 것이라는 우려와도 맞물렸다. 최저임금제로 임금이 오르면 고용주들이 해고나 신규 채용 중단으로 대응해 실업이 늘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 최저임금 시행으로 임금이 전반적으로 올랐음에도 실업률이 떨어졌다. 임금 향상은 소비 증대(수요 증대)와 고용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보였다.

지난 3월 31일 독일 통계청(Destatis)이 발표한 2015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의 실질 임금은 1992년 이후 최고치인 2.5% 상승했다. 독일 통계 당국은 최저임금제 시행으로 인한 영향을 수량화하기는 아직 어렵지만 통계 자료를 보면 “평균 임금 이하를 받는 노동자들의 명목 임금이 크게 올랐다”라고 밝혔다. 이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비숙련 노동자의 월간 총급여는 4.1% 올랐다.

뵈클러 재단의 임금 전문가인 토르스텐 슐텐은 도이체벨레에 “디플레이션 우려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유럽 전체적으로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올릴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독일은 2015년 1월 1일부터 최저임금 8.5유로를 적용하지만 당장 이 정도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업종에 2년간의 유예기간을 뒀다. 통일 전 경제적 격차를 반영해 동·서독 지역에서 적용되는 최저임금에도 차이가 있다. 예외가 허용되는 직종은 임시직, 신문배달직, 미용, 섬유·의류, 원예 등이다. 예외적인 최저임금을 정할 때는 산업별로 노동자 대표와 사측 대표가 협상을 해 그 수준을 정해야 한다.

예외가 적용될 경우에도 이행기간 동안 최저임금을 조금씩 법정 최저임금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 이행기간이 끝나는 2017년 1월 1일부터는 예외 규정들을 적용해도 전 산업·전 지역에서 최저임금이 8.5유로 이상이 되어야 한다. 바꿔 말하면 최저임금이 8.5유로 미만인 상황은 어떤 경우에도 2016년 12월 31일까지만 허용된다는 뜻이다. 또한 2018년 1월 1일부터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정한 최저임금을 예외 없이 적용해야 한다.


유럽 주요 국가들의 최저임금 수준. 회색 막대는 명목 최저 임금, 빨간 막대는 구매력 평가 기준에 따른 최저임금. 출처:도이체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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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 ‘동결’ 외친 경영계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 이후 경영계는 모두 13차례 동결을 주장했다. 2009년에는 차년도에 적용될 최저임금으로 아예 5.8% 삭감된 액수를 제시했다. 사측 위원들은 지난 28일 7차 전원회의에서 “2001~2015년까지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8.7%로, 국민경제 생산성 증가율(4.7%)을 훨씬 초과한 급격한 인상으로 중소·영세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최저임금법 제4조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하게 된다. 경영계는 내년도 적용될 최저임금을 올해와 같은 ‘시간당 6030원’으로 동결하면서 그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률과 생산성의 비교만을 강조했다.

반면 노동계측은 ‘시간당 1만 원’을 주장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반영된 수준에서 인상되었을 뿐, 소득분배개선분은 사실상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실질적 생계비와 소득분배 개선 효과를 감안해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12월 대선 후보 당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기본적으로 반영하고, 여기에 소득분배 조정분을 더하도록 최저임금 인상 기준을 마련하겠다”라고 공약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2.75~6.1% 수준이던 최저임금 인상률은 현 정권 들어 7.1~7.2%로 올랐다. 정부 측은 이 때문에 인상률에 소득분배 조정분이 어느 정도 감안됐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와 야권은 현재의 최저임금이 노동자들의 실제 생계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 대폭적인 인상이 필요하다고 본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 원대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정의당도 같은 입장이다.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 원으로 인상하려면 매년 1000원씩 올리든지 아니면 매년 13.5% 정도를 올려야 한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최저임금을 7000원대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도 향후 3년간 매년 10%씩은 올려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12일 논평에서 “2015년 2사분기 1인 근로자 가구 월평균 가계지출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7549원이지만, 2016년 최저임금은 6030원에 그쳤다”며 “근로자의 생계비를 객관적인 산정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경영계가 최저임금 인상 반대의 논리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얘기한 것에도 비판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의 한정애 의원은 28일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얘기하면서도 사실은 대·중소기업 간의 이익공유제에 대해서는 말이 없고 또 영세 자영업자를 죽이고 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영세자영업자를 죽이고 있는 대형마트라든지 SSM의 진출이라든지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상권 장악. 이런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을 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실제 2013년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소상공인 실태조사’를 보면 중소 자영업자의 매출 감소 원인의 64.7%는 과당경쟁이었고, 인건비 인상에 따른 어려움은 단지 1.7%에 불과했다.


2013년 중소기업청 발표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표. 출처:민주노총 ‘최저임금인상 효과 이슈페이퍼’



곁다리 : 비관세 장벽이 된 최저임금제?

독일의 최저임금제는 독일 국경 바깥의 기업들이 독일 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에도 적용된다. 이들 외국 기업들은 독일 세관에 임금 관련 자료를 제공해야 하고, 최저임금제를 어겼을 경우 독일 기업과 마찬가지로 3만~50만 유로(6억 514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16일 프랑스와 독일이 자국의 최저임금제를 외국 기업에도 예외 없이 적용하는 것은 자유로운 노동력과 상품의 교류를 막을 여지가 있다며 정책 변화를 요구했다. 특히 집행위원회는 최저임금제가 물류 분야에 적용되는 경우를 지적했다. 프랑스나 독일은 자국 내로 배송을 오는 트럭 운전사들이 자국 내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가령 몰타의 트럭 운전사가 프랑스 국경 내로 들어와 일하는 동안 프랑스의 최저임금법에 따라 임금이 지불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이들 운전사들은 프랑스와 독일에서 활동할 수 없게 된다. 일자리를 잃는다는 뜻이다. 독일의 최저임금이 상대적으로 빈곤한 이웃 국가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독일과 프랑스의 최저임금제 도입 취지를 십분 이해하면서도 외국 국적 기업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에는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까닭이다. 집행위원회는 이런 제도가 유럽연합 내 다른 회원국들에게 비례적이지 않은 행정적 장벽이 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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