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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재 Jun 28. 2020

주말 농장, 첫발 떼기

-생애 첫 농사에 도전하다

주말 농장을 시작한 지, 이제 3달이 지났다.

시작할 때부터 기록을 남기기로 했는데, 너무 늦었다.

최대한 기억을 되살리면서 되도록 짧게 정리하고

이후부턴 농장에 방문한 주마다 했던 일들을 정리해 남겨야겠다.



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농사일과 아주 거리가 멀진 않았다.

어렸을 때 시골 할머니 댁 큰어머니 밭에 따라가 일을 도왔던 적이 종종 있었다. 땅을 파다 엄지 손가락 굵기와 길이의 애벌레를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대학 땐 충남 당진을 찾아 농활을 여러 해 하기도 했다.

잡초 뽑고, 거름을 주고, 헉헉 대면서 담뱃잎을 따기도 했다. 땀에 몸이 끈적끈적해지는 것은 싫었지만 그래도 몸을 쓰고 난 후의 상쾌함은 좋았다.


특별히 지금 농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라면 요즘 흔히 말하는 치유 농업의 힘 때문은 아닐까. 물을 머금고 빛나는 초록빛은 힘을 준다.


몇 해 전, 블루베리 묘목을 사 큰 화분에 옮겨 심었다.

1층이라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없었는데도 기특하게 몇 알이나마 열매를 맺었다. 그래도 이년을 넘기지 못했다. 집에서 화분을 키우는 걸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올해 초 도시농업 기사를 쓰면서 막연히 해볼까라는 마음은 굳은 결심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채식을 선택할 권리를 허하라는 주제로 후배와 함께 썼던 기사도 영향을 줬다.

육식을 가능한 멀리하고, 채식을 하고, 그것도 내가 살고 있는 곳 가까이에서 나는 작물로 먹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직접 키워보자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도시농업 기사는 이런 막연한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게 도왔다. 인터뷰했던 분들이 서울 곳곳에 주말농장이 있다고 알려줬다. 물론 그전부터 알곤 있었지만 권유를 받고, 그러겠다고 말한 것이 행동에 옮기는 명분이 됐다.






먼저 서울시에서 분양하는 주말농장에 관한 정보이다.

올해 접수는 끝났고 내년 2월 초 다시 모집할 듯하다.


여기서 예약을 한다. 검색창에서 "함께 서울 친환경농장"을 치면 바로 예약 페이지로 갈 수 있다. 난 남양주 북한강변의 송촌약수터 농장을 눈여겨봤다. 가는 길에 물의 정원도 있고 주변에 가볼만한 곳이 많다. 농장 일을 한 후 겸사겸사 들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약 첫날 9시부터 대기하다 예약했다. 생각보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고, 며칠 여유는 있었다. 다만 다른 농장에 비해 평가가 좋은 듯 가장 먼저 마감됐다. 처음인데 많이 하면 힘들 듯해서 한 구역(약 5평)만 신청했다. 구획당 임대료 3만 원에 농기구비 7000원을 입금하면 된다. 서울시에서 지원해서 다른 주말농장에 비해 절반 정도 싸다.

처음 신청할 때 8월에 밭갈이를 일괄적으로 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다. 만약 고구마 같은 작물을 심으려면 밭갈이 비동의를 택해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예약 페이지나 분양 안내를 보면 알 수 있다.


서울시 주말농장과 함께, 강남구에서 분양하는 주말농장도 신청했다. 남양주 농장은 남양주에 계신 장인어른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서 삼성의료원 인근의 주말농장은 집에서 가깝다는 장점 때문에 택했다.

강남구 주말농장은 서울시와 달리 추첨이다. 경쟁이 치열하진 않는 듯하다. 여기도 한 구역만 신청했다. 비용은 서울시의 두 배. 다행히 주말농장에 당첨됐다. 근데 내년엔 한 곳을 택해 두 구역 정도로 넓혀서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둘 다 장점이 있지만 어디로 마음이 기울지는 아직 모르겠다.

비슷한 시기 구에서 지원하는 상자텃밭도 신청했다. 상추 모종이 20포기 정도 함께 왔다. 주말농장은 3월 말부터 개장하기 때문에 상자텃밭에 먼저 생애 첫 모종 심기를 했다. 저층이라 햇빛이 귀하다. 해가 비치는 오전 시간엔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서 햇빛 샤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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