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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멘 Mar 17. 2022

사유 빠진 성실함은 죄인가

서른두 살의 책장 5_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많이 들어봤지만 차마 읽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2월 책토(책모임)에서 읽었다. 잦은 야근과 비문의 연속으로 완독은 못 했지만... 얘기할게 많았다.


아이히만은 가스실이 설치된 열차를 만들어 수백만명의 유대인 학살을 동조, 방관한 군인이다. 이 책은 1961년 예루살렘에 있었던 아이히만 재판을 취재한 한나 아렌트가 '뉴요커'에 실은 취재 기다.


아이히만의 변호사가 "그는 신 앞에서는 유죄라고 느끼지만 법 앞에서는 아니다"라고 변호했듯, 아이히만은 나치 법률 체제 하에 복종하는 것이 의무였기에 16개의 죄목 중 '살인죄'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성실한 공무원으로 일했을 뿐인데 죄를 물을 수 있냐는 주장이다.


출처: tvN 벌거벗은 세계사
출처: tvN 벌거벗은 세계사

한나 아렌트의 기술에 따르면, 아이히만은 대단한 결정권자의 역할이 아닌 학살을 위한 결정 단계에 한 부분을 차지했을 뿐이었다. 실제 학살 장면을 보고는 황급히 도망쳐 나올 정도로 나약했고, 능력도 없었다.


우리는, '성실한 공무원'과 '생명에 대한 양심'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란 논의의 폭을 여러 단계 낮춰 '성실한 공무원'과 '양심'에 대해 고민했다. 직업윤리상 하지 말아야 하는데 편의 때문에 넘어가는 일 등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한 선택의 순간들을 나눴다. 열띤 토론 끝에, 각자의 이 선만은 넘지 말아야 한다는 양심과 성실 가운데 기준을 만들어야겠다는 답을 도출했다.


 그의 말은 오랫동안 들으면 들을수록, 그의 말하는데 무능력함은 그의 생각하는데 무능력함, 즉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데 무능력함과 매우 깊은 연관이 있음이 분명해진다


이 같은 한나 아렌트의 평에서 알 수 있듯 끊임없이 사유하는 것과 주변 환경을 통한 공감력 키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았다. 좋은 생각과 공감력을 키워줄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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