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비극은 우리가 너무 일찍 늙고 너무 늦게 현명해진다는 것이다 - 벤저민 프랭클린
그 자리 그 상황에 놓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꼭 그 길이어야만 하는 물음에 내 대답은 언제나 가봐야 알 것 같다는 것였다. 수많은 길 중에 왜 하필 그 길이었는지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한 가지 명확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이 이 길을 걸어야 하는 최적의 시기였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꿈이 막연하게만 느껴졌다. 한다고 했는데 남들은 다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 같은데 내 미래가 전부 막연한 그런 날이 이어졌다. 차라리 하고 싶은 것을 했는데 막상 해보니 내가 원했던 게 아니었다는 걸 깨달은 그런 날이라도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걷고 또 걸었다. 매일 눈을 뜨면 걸었다. 길에서 많이 배웠고 많이 버렸다. 걷다보니 막연한 꿈이 조금씩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아득한 평원과 뜨거운 햇살이 좋았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진정한 꿈을 찾기 위해 산티아고로 향한다. 나 또한 그랬다. 결국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했고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이야기들이 어느새 일어나고 있다.
짐 자무시의 영화 '천국보다 낯선'(1984)을 떠올린다. 떠도는 영혼에게 천국은 없다. 공항, 터미널에서 우리의 여행은 시작된다. 우연처럼 누군가와 만나 대화하고, 나와 별반 다를 것 같지 않은 사람들 덕분에 위로를 받는다. 각자의 의지들이 모여 우린 산티아고에 모였다. 하지만 새로운 곳에 왔음에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그곳에서 행복할 수 없다면 어디서 행복할 수 있을까. 천국은 바깥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마음 속에 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존재로 부유한다할지라도 꿈이 실현될 날을 소망하고 소망한다.